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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왕경 정비ㆍ복원사업은 상상의 도시 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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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왕경 정비ㆍ복원사업은 상상의 도시 건설

입력
2016.06.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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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침입으로 황룡사 등 완전 소실… 기록도 없어 사실상 고증 불가능

신라왕경 핵심유적 전체 복원도
신라왕경 핵심유적 전체 복원도

경북 경주시가 야심차게 추진중인 신라왕경 정비ㆍ복원사업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대한 훼손 논란으로 제동이 걸린 가운데 첫 단추부터 잘못 채운 엉터리 복원계획이라는 지적이다. 복원을 위해선 고증작업이 우선이지만, 어떤 기록도 남아 있지 않아 당시 어떤 모습이었는지 상상조차 어렵다. 이대로 밀어부친다면 유네스코 문화유산 해제 위험과 복원된 신라왕경이 현대인이 만들어 낸 상상의 창조도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여론이 높다.

경주시가 지난달 11일 월성과 황룡사 등 8개 유적 전체를 아우르는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 사업 종합기본계획에 대해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는 “계획에 미비한 점이 많고 역사유적지구 내 건물복원 계획에 문제가 많다”며 제동을 걸었다.

경주시는 이번 심의에 월성의 문지, 성벽, 건물지 등을 복원하고, 동궁과 월지 서편지역 복원, 첨성대 주변 전시관 건립, 황룡사 강당과 승방 복원 등 8개 핵심유적에 대한 단계별 사업추진 계획 등을 보고했지만 퇴짜를 맞은 셈이다.

문화재위원회 세계유산분과위원회는 “세계유산구역에서 건물을 복원할 때는 등재 시점에서부터 세계유산위원회에 보고를 하는 것이 원칙이고 발굴하는 것도 승인을 얻어야 한다”며 “경주시는 세계유산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었다”며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또 “이번에 경주시가 보고한 계획안을 그대로 실행하면 경주역사지구는 진정성을 잃은 세계유산 삭제 후보 1위라”고 성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과위는 9월에 열릴 위원회에 재보고할 것을 요구했지만, 그때까지 제대로 된 복원계획을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당시의 모습을 알려줄 어떤 자료도 남아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사학자들에 따르면 신라왕경은 몽골의 침입으로 초토화되기 이전까지는 그 모습을 온전히 보존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통일신라가 항복했기 때문에 고려의 태조 왕건은 신라의 궁성들을 그대로 보존시켰다. 하지만 13세기 몽골군이 침입, 신라왕경을 완전 불태워 주춧돌이나 우물 등을 제외하면 당시 왕경의 모습을 알 수 있는 어떤 사료도 남아 있지 않다. 당시 불탄 황룡사 9층 탑도 목탑으로 추정할 뿐 실제 목탑이었는지에 대한 기록도 없다. 현재 복원작업이 한창이 월정교도 불탄 목재와 기와편을 근거로 교각 윗면이 누각과 지붕으로 구성된 누교였을 것으로 추정할 뿐 구체적인 형태는 불확실하다.

지역 역사학계 관계자들은 “경주시의 기본계획보고서에는 고증자료가 전무하다”며 “복원계획은 한마디로 상상의 창조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일축했다. 경주시가 단체장의 치적사업을 의식해 섣불리 구상했고, 문화재청은 훗날 논란을 의식해 폭탄 돌리기 식으로 심의를 미루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한 지역사회의 의견은 엇갈리지만 상상의 도시 건설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어 보인다.

정비ㆍ복원 찬성측 관계자들은 “경주의 미래를 결정하는 신라왕경 복원정비사업에 대해 문화재청이 한다, 못한다며 결정할 단계는 아니다”며 “정부는 과거에 3조3,000억 원의 역사문화도시조성사업을 발표해 놓고 흐지부지됐는데 이번에도 경주시민을 우롱하려는 처사”라며 이번 문화재위원회의 결정을 반박했다.

하지만 다른 문화재전문가는 “경주시가 의욕이 앞서 대통령 관심사업이라는 명분으로 2014년부터 성급하게 추진한 면도 없지 않다”며 “경주시의 천년 미래를 내다보고 해야 할 사업인데 지질조사 등 보다 철저한 준비가 아쉽다”고 말했다.

경주시 관계자는 “이번 사업에 대한 발굴과 복원을 위한 고증 작업이 진행 중에 있지만 세계유산지구 내 건물 복원을 강조만 했지 사실 대안이 없었던 게 사실”이라며 “9월까지 지적된 문제점을 보완해 계획서를 다시 제출할 것”이라고 말해 귀추가 주목된다.

김성웅기자 k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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