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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의 명령 받든 국회, 새로운 대한민국 향해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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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의 명령 받든 국회, 새로운 대한민국 향해 나아가자

입력
2016.12.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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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주권자인 국민의 준엄한 명령에 충실히 따랐다. 9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표결에 부쳐 재적의원 3분의 2(200석)를 훌쩍 넘는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했다. 권력을 위임해준 국민의 신임을 배반하고 헌정질서를 유린한 대통령에 대한 국민 대표기관의 엄정한 심판이다. 나아가 분노의 촛불로 광장을 가득 메우면서도 평화를 지킨 성숙한 시민들이 이뤄낸 위대한 승리다.

이날 탄핵안 가결은 우리 헌정사에 또 하나의 중요한 이정표로 기록될 만하다. 4ㆍ19 시민혁명과 6월 항쟁에 이어 새로운 역사를 쓴 것이다. 국회의원 234명 찬성에는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의원 62명 이상이 포함돼 있다. 비박계만 아니라 친박계로 분류된 인사들도 상당수 가세했다는 뜻이다. 정파를 떠나 그들을 움직인 것은 들불처럼 타오른 촛불 민심이요, 95%에 이르는 국민들의 분노다. 박 대통령은 물론 여야 정치권도 이 무서운 민심 앞에 한 없이 겸허해야 한다.

촛불 민심이 이뤄낸 국민의 위대한 승리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불행한 사태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헌정질서의 엄정함을 망각해 자초한 일이다. 한갓 사인에 불과한 최순실씨가 국정을 농단하도록 방치하고, 국가 기관을 사익추구의 도구로 사용하도록 함으로써 주권자인 국민들에게 깊은 마음의 상처를 줬다. 그럼에도 진솔한 사과나 반성 없이 어설프게 변명하고 국회에 자신의 거취를 떠넘기는 등 꼼수로 일관하다 오늘의 사태를 불렀다. 중대한 법률 위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에 이어 특검의 조사를 받고 있기도 하다.

박 대통령은 탄핵안 통과 후 국무위원 간담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국회와 국민의 목소리를 엄중히 받아들이고 있으며 지금의 혼란이 잘 마무리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기에 얼마나 진정성이 담겼는지는 알 수 없다. 즉각 사퇴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뜻과 압도적 탄핵 가결에 따라 모든 것을 내려놓을 만도 하다. 그러나 헌재 심리와 특검 수사에 담담한 마음가짐으로 임하겠다며 거듭 퇴진 가능성을 일축했다. 국민들과 끝까지 맞서 싸우겠다는 오기다.

박 대통령이 정말 국민의 목소리를 엄중히 받아들인다면 보다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헌재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지 않고 적절한 시점에 자진 사퇴하면 ‘질서 있는 퇴진’을 통한 정국 혼란의 조기 수습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정치적 이해타산을 앞세운 무리한 압박은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현재로서는 헌법절차에 따라 헌재에서 결론이 내려지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이제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권한 대행으로서 당분간 국정을 이끌어가는 게 불가피하다. 하지만 국민들 사이에는 박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온 그가 분출하는 민심에 부응해서 민생과 경제를 잘 추스려 나갈 수 있을지 의구심이 상당하다. 과도기적 혼란과 불안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황 총리도 사퇴하고 국회가 추천한 총리로 거국내각을 구성해 과도 기간을 관리하도록 하자는 주장도 나오지만 현실성이 없는 얘기다.

좀 달리 보면 탄핵 가결로 정국 불확실성이 상당부분 해소된 측면도 있다. 여야 정치권과 국회가 황교안 권한대행체제와 긴밀히 협력한다면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국정을 이끌어 갈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 두 달에 걸친 고건 대통령권한대행 시절의 경험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외교와 국방 치안 문제는 물론이고 심각한 민생과 경제 상황을 우선적으로 챙기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한다. 북핵 위기 속에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에 중대 변화가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 상황도 심각하다. 수출 및 소비 감소, 가계부채 증가 등 국내외적으로 악재가 한 둘이 아니다. 경제가 돌이킬 수 없는 상태에 빠지는 것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여야 정치권 정국혼란 수습에 앞장서야

나라 안팎의 심각한 상황을 헤쳐나 가는 데 여야 정치권이 눈앞의 정치적 셈법을 떠나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특히 정국 주도권을 쥐고 있는 야 3당, 그 중에서도 제1 야당인 민주당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간의 탄핵정국에서 민주당의 추미애 대표와 유력한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가 돌출행동과 튀는 언행으로 빈축을 샀다. 문 전 대표는 마치 대통령 다 된 것같이 행동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탄핵 가결로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엄중한 상황을 외면하고 경솔한 행동을 계속하면 한 순간에 촛불 민심이 등을 돌릴 수도 있다. 그보다는 정국 혼란과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는 데 앞장 섬으로써 수권 정당으로서 책임 있는 면모를 보여야 한다.

새누리당은 집권여당으로서 국정농단 사태를 막지 못한 책임이 크다. 그럼에도 반성은커녕 친박계와 비박계로 갈려 내홍을 거듭하며 정국 혼란을 가중시켜왔다. 무엇보다도 이번 탄핵 사태에 대해 친박계가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뒤로 물러나야 한다. 압도적인 탄핵 표결 결과로 이제 그들이 설 땅은 거의 없어졌다. 집권여당이 보수진영의 새로운 중심으로 거듭나려면 환골탈태해야 한다. 정국의 중요한 한 축이기도 한 새누리당이 하루빨리 새로운 리더십을 구축하는 것은 정국 혼란 수습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평화적 촛불집회로 명예혁명 완성하길

그 동안 촛불집회를 이끌어온 시민사회의 향후 움직임도 중요하다. 주말인 10일 서울 광화문 등 전국에서 열리는 촛불집회는 승리를 자축하는 축제의 장으로 치러진다고 한다.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이끌어낸 힘이 바로 촛불민심이었다. 100만, 200백만 시민이 광장에 몰려나와 분노를 표출하면서도 평화적 집회의 틀을 유지하는 것을 세계가 경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앞으로도 이러한 기조를 유지함으로써 촛불집회의 명예시민혁명을 완성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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