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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그라든 쌀값… 눈덩이처럼 불어난 변동직불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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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그라든 쌀값… 눈덩이처럼 불어난 변동직불금

입력
2016.02.0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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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값 하락분 보전해주는 정부 보조금

올해 7193억 지급해야… 작년의 3배

쌀값 떨어져도 산정기준은 그대로

올해도 쌀값이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급감하는 수요만큼 공급을 줄이지 못하는 구조적 원인이 매년 반복되고 있어서다.

정부가 쌀값 하락분을 변동직불금으로 보전하는 구조에서, 쌀값 하락은 정부 재정에 막대한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수확분에 지급되는 변동직불금(올해 예산 반영)만 7,000억원이 넘었는데, 쌀값이 작년보다 더 떨어지게 되는 올해에는 재정 부담이 더 커질 전망이다.

왜 떨어지고 뭐가 문젠가

31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쌀 생산량은 전년 대비 8만6,000톤 늘어난 432만7,000톤을 기록했다. 3년 연속 풍작과 이월 재고량 증가 등으로 수확기(10~12월) 산지 쌀 가격도 전년 대비 9.1% 하락한 15만2,158원(80㎏ 기준)에 그쳤다. 농경연은 정부의 추가적인 개입이 없다면 올해 쌀값도 작년보다 6% 더 떨어진 14만3,000원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쌀값이 떨어지는 주 원인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쌀 수요와 반대로 쌀 생산량(공급)은 갈수록 늘어나는데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당 쌀 소비량은 2012년 69.8㎏에서 지난해 62.9㎏로 줄었지만, 같은 기간 쌀 생산량은 400만톤에서 432만톤으로 늘었다. 김태곤 농경연 연구위원은 “쌀은 기후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아 생산이 안정적인 편”이라며 “정부가 가격안정장치를 마련하고 있다는 점도 농업인들이 쌀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쌀값 하락은 직불금 증가로 이어진다. 정부는 토지 면적에 따라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고정직불금(1ha당 100만원) 외에, 수확 시 쌀값이 낮을 때 보전해 주는 변동직불금 제도를 운영한다. 목표가격과 수확기 쌀 가격 차이의 85%를 변동직불금으로 주는 것이다. 현재 목표가격은 18만8,000원인데, 수확기 쌀값은 2012년과 2013년 17만선을 유지하다 지난해에는 15만2,158원을 기록했다. 보장해 줘야 하는 가격(목표가격)은 그대론데, 쌀값이 떨어지니 변동직불금이 크게 늘어나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변동직불금 예산으로 지난해(1,941억원)의 세 배가 넘는 7,193억원을 책정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근본대책은 없나

변동직불금 부담 증가를 감당할 수 없다는 예측이 나오지만, 이 제도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 식량안보와 농민생활 안정 차원에서 쌀에 대한 정부 지원의 필요성이 있으며, 국회에서도 ‘농촌당’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이 문제에서만큼은 여야할 것 없이 오히려 농민 지원에 적극 적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쌀 목표가격이 산출된 2013년에도 정부가 제시한 수준은 17만4,083원이었으나 국회에서 목표가격이 오히려 상향(18만8,000원)됐다. 지난해 정부가 올해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때도 변동직불금 예산은 4,193억원이었으나 국회에서 3,000억원이 증액됐다.

직불금 제도를 손대지 않고서는 현실적으로 재정부담이나 쌀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양승룡 고려대 교수는 “(정부가 추진 중인) 쌀 사료화는 생산비 자체가 비싸 현실적으로 어렵고, 다른 작물 재배도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변동직불금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운영의 묘를 살리는 방법은 가능하다고 조언한다. 양승룡 교수는 “쌀이 부족할 때 생산증대를 위해 변동직불금을 주고, 남을 때는 안 주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목표가격을 낮추는 것도 한 방안이다. 사공용 서강대 교수는 “목표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는데 선거 때만 되면 국회가 표를 의식해 높인다”며 “정부가 가격을 보장해주는 목표가격이 높은데다, 기계화로 노동력도 적게 드니 쌀을 놓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김진주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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