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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이야기' 日 원로 여배우 하라 세쓰코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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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이야기' 日 원로 여배우 하라 세쓰코 별세

입력
2015.11.26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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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일본 영화 황금기를 상징하는 배우 하라 세쓰코. AFP지지연합뉴스
1950년대 일본 영화 황금기를 상징하는 배우 하라 세쓰코. AFP지지연합뉴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역대 아시아 최고 영화로 꼽혔던 일본 영화 ‘도쿄이야기’(1953)의 주연 여배우 하라 세쓰코(原節子)가 9월 5일 가나자와현의 한 병원에서 폐렴으로 세상을 떠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95세.

요코하마에서 태어난 히라 세쓰코는 15세에 형부의 손에 이끌려 영화계에 입문했다. 독일-일본의 첫 합작영화 ‘새로운 대지’(1937)에 출연할 정도로 인기를 누렸던 그는 ‘바다에서의 전쟁, 하와이에서 말라야까지’(1942) 등 일제가 전쟁을 정당화하려고 만든 여러 선전영화에 출연도 했다.

전쟁이 끝난 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우리 청춘 후회 없다’(1946)에 출연해 억압적인 제국주의 체제에서 고통 받으면서도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여인을 연기해 대중의 큰 공감을 얻었다. 일제 패망 전에는 선전영화의 주인공을, 패망 뒤에는 체제 비판적인 여인을 연기하는 아이러니한 삶을 산 셈이다.

그 뒤 오즈 야스지로 감독을 만나 세계적인 여배우로 발돋움했다. ‘노리코 3부작’으로 불리는 ‘만춘’(1949)과 ‘이른 여름’(1951) ‘도쿄이야기’에 출연해 서구 예술영화팬을 사로잡았다. 가족에 순종하면서 운명을 개척해나가는 여인상으로 전후 일본 여인상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전쟁으로 남편을 잃고 꿋꿋이 살아가며 시부모를 극진히 대접하는 여인(‘도쿄이야기’), 가족을 위해 살다 결혼 시기를 놓친 노처녀(‘만춘’ ‘이른 여름’) 연기로 ‘영원한 처녀’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도쿄이야기’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올해 아시아 감독과 영화평론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역대 최고 아시아 영화로 선정됐다.

하라 세쓰코는 은막에서 화려했지만 사생활은 비밀투성이였다. 1963년 은퇴 선언 뒤 은둔생활을 지속했고 평생 독신으로 살아 신비감을 더했다. 63년 교제설이 돌았던 오즈 야스지로 감독 장례식에 얼굴을 비친 뒤 50년 넘게 대중 앞에 나서지 않았다. 그는 은퇴 발표 기자회견에서 “연기를 진정으로 즐긴 적이 단 한번도 없었고 오로지 가족 부양을 위한 방편”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본 언론은 고인의 죽음이 뒤늦게 알려지자 ‘전설적인 배우’가 숨졌다며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야단스러워지는 것이 싫다”며 자신의 죽음을 알리고 싶지 않았던 고인의 마지막 바람은 지켜지지 않았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도쿄이야기’의 한 장면.
‘도쿄이야기’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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