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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관서 살인기계로… 괴물이 된 C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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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관서 살인기계로… 괴물이 된 CIA

입력
2015.05.2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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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테러 이후 요인 암살에 치중

비밀감옥서 용의자 고문하고

무인기 운용 민간 사상자 급증

어두운 실체와 행태 속속 드러나

미국 외교안보 전문매체 포린폴리시가 최신호에서 ‘임무 ㆍ 제지불능’이라는 제목의 특집기사를 통해 미 중앙정보국(CIA)을 전격 해부했다. 9ㆍ11 테러 이후 테러리스트에 대한 고문과 요인 암살에 치중하고 있는 CIA의 어두운 실체와 기밀정보 수집에서 보여지는 무능력, 미 고위 권력과의 긴밀한 연줄을 통한 정치적 패권 유지 등의 행태가 속속들이 드러났다.

CIA, 9ㆍ11 이후 테러범 적극적 암살로 전환

1947년 창설된 CIA는 스파이 활동을 통한 정보 수집부터 테러범 등 위험인물에 대한 암살까지 다양한 임무를 수행해왔다. 이후 1975년 미 상원 청문회에서 CIA가 비밀리에 수행해왔던 외국 지도자들에 대한 암살 음모가 폭로되며 요인 살해는 CIA 임무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2001년 9ㆍ11 이후 CIA는 다시 요인 암살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됐다.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슬람 테러단체인 알카에다가 활동하는 중동에서 CIA가 무인기(드론)을 이용해 테러단체 지도자를 암살하는 작전을 승인했다.

2002년 예멘의 도로 위에서 알카에다 야전사령관인 카에드 살림 시난 알 하레티가 미군 무인기의 폭격으로 사망했다. 포린폴리시는 “1975년 이후 CIA의 첫 요인 암살이었다”며 “CIA가 전통적인 정보수집 기관에서 인간 사냥을 하는 살인기계로 변모한 순간”이었다고 지적했다. CIA는 이후 민간용병회사인 블랙워터를 고용해 이라크 등에서 암살 작전을 벌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무인기 공격 작전을 “미군의 목숨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옹호하고 있다.

특히 CIA는 9ㆍ11 이후 테러범들의 배후와 추가 공격 계획 등을 알아내기 위해 전세계 곳곳에 비밀감옥을 운영하며 얼굴에 물을 붓거나 천장에 매달기 등 고문에 대한 수위도 점점 높여왔다. 미 상원 정보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CIA 고문보고서에 따르면 미 정부는 CIA의 고문 행위를 ‘선진 심문 기법’이라고 표현하며 옹호해왔다.

CIA의 어두운 그림자들

CIA는 무책임한 정보 분석으로 중대한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다. 포린폴리시는 CIA가 9ㆍ11 테러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CIA의 잘못된 정보로 인해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당시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공격 전에 먼저 역습해야 한다는 ‘선제공격론’을 전쟁 명분으로 내세웠다. 또한 CIA는 이슬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등장이나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 등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파악하지 못하는 무능력을 드러냈다.

특히 CIA가 운용하는 무인기 공격의 경우 민간인 사상자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어 국제적 비난이 고조되고 있다. 포린폴리시는 탐사보도협회(BIJ)의 자료를 인용해 파키스탄에서만 2004년 6월부터 올해 4월까지 어린이 207명 등 민간인 사망자가 960명이나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미 정부 관계자는 “무인기에 달린 카메라로 타켓이 되는 요인의 얼굴을 정확히 식별하는 것은 힘들다”면서 “사전에 얻은 정보에 따라 정황상 차량 안에 타깃이 있는 것을 가능성이 높으면 무인기의 미사일 버튼을 누를 수 밖에 없다”고 털어 놓았다. 2013년 12월에는 예멘에서 결혼식장으로 향하던 하객들이 미군 무인기의 느닷없는 폭격으로 17명이나 사망했다.

CIA의 정치적 패권주의

CIA는 수많은 과오에도 불구하고 미 정보기간 중에서 가장 큰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포린폴린시는 “CIA 국장을 비롯한 인적 자원 상당수가 미국 동부의 아이비리그 등 명문대학 출신들로 백악관 고위간부나 영향력 있는 국회의원들과 대학 동문이라는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면서 “CIA의 가장 큰 힘은 워싱턴의 힘있는 기관들에 대한 ‘비공식적 접근권’”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시절 앨런 덜레스 CIA 국장부터 포드 행정부 시절 조지 HW 부시(아버지 부시) 국장, 오바마 행정부의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국장에 이르기까지 프린스턴대와 예일대 등 아이비리그 학맥으로 이어진다. CIA 출신들이 미 정부 기관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이유도 이러한 점 때문이라고 포린폴리시는 설명했다.

또 CIA는 다른 미 정보기관들과 달리 대통령의 직접 지휘를 받기 때문에 막대한 권력을 휘두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방첩활동을 하는 연방수사국(FBI)은 법무장관이, 국무부의 정보조사국(BIR)은 국무장관이 책임 하에 지휘한다. 포린폴리시는 “CIA는 대통령의 책임 하에 ‘전례 없는 비밀활동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이를 지키기 위해 다른 정보기관들과의 마찰도 주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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