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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기장 6년 전 우울증 앓아 비행훈련 7개월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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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기장 6년 전 우울증 앓아 비행훈련 7개월 중단"

입력
2015.03.2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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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6개월간 정신과 치료도 받아

면허증에 '특별 정기건강진단' 기재

獨조사관 "집에서 중요한 단서 발견"

24일 알프스 산맥에 고의로 여객기를 추락시킨 혐의를 받고 있는 부기장 안드레아스 루비츠(28). 뒤셀도르프=EPA 연합뉴스
24일 알프스 산맥에 고의로 여객기를 추락시킨 혐의를 받고 있는 부기장 안드레아스 루비츠(28). 뒤셀도르프=EPA 연합뉴스

독일 저먼윙스 여객기 사고의 원인이 부기장의 고의적인 추락으로 드러난 가운데 부기장이 과거 비행 부적합 판정을 받을 정도로 심각한 우울증을 앓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독일 일간 빌트차이퉁은 27일 저먼윙스 여객기 4U9525편의 부기장 안드레아스 루비츠(28)가 6년 전 심각한 우울증을 앓았으며, 당시 루프트한자 비행학교도 루비츠가 비행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보도했다.

루비츠는 ‘심리적 문제’ 때문에 약 1년 6개월간 정신과 치료를 받았으며 비행 훈련 역시 7개월 간 중단됐다. 또 그는 우울증 때문에 비행 훈련을 완료할 때까지 비행 수업을 반복해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의사로부터 ‘특별 정기 건강 진단’이 필요하다는 처방을 받았으며 이를 뜻하는 ‘SIC’ 코드가 그의 조종사 면허증에도 기재돼 있다.

루비츠에 대한 지인의 평가는 엇갈렸다. 동료들은 그가 “번아웃신드롬(일에 몰두하다 극도의 무기력증을 보이는 증상)이나 우울증으로 훈련을 중단했다”고 말한 반면 다른 지인들은 그가 스트레스 징후를 보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외신에 따르면 그의 지인들은 루비츠를 ‘조용하지만 재미있으며 자신의 직업에 만족하는’ 사람으로 묘사했다.

루비츠는 2008년 독일 브레멘에 있는 루프트한자 비행학교에 입학해 훈련을 받았으며 2009년 7개월 동안 훈련을 중단했다. 하지만 얼마 후 훈련을 재개해 2013년 비행학교를 졸업하고 그 해 9월 루프트한자의 저가 항공사인 저먼윙스에 입사했다.

빌트차이퉁은 경찰을 인용해 루비츠가 최근‘사생활 위기’로 인해 곤경을 겪고 있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26일 독일 조사관들은 루비츠의 뒤셀도르프에 있는 아파트와 그의 부모가 거주하는 몬타바우르의 자택을 수색해 컴퓨터 등을 포함한 루비츠의 물품을 압수했다. 경찰은 “무언가를 발견했으며 중요한 단서일 수 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함구했다.

루비츠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라시스코에서 찍은 것으로,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라와 있던 사진이다. 추락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찍힌 저먼윙스 사고기의 조종석 내부. 뒤셀도르프=EPA 연합뉴스
루비츠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라시스코에서 찍은 것으로,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라와 있던 사진이다. 추락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찍힌 저먼윙스 사고기의 조종석 내부. 뒤셀도르프=EPA 연합뉴스

한편 사고 당시 기장이 조종석을 떠난 직후부터 여객기가 알프스 산맥을 들이박은 약 10분간의 행적도 공개됐다. 기장은 24일 오전 10시 31분 기장이 화장실을 가기 위해 루비츠에게 조종석을 맡기고 자리를 뜬 뒤 루비츠는 자동조종장치를 재조정해 여객기 고도를 3만8,000피트(약1만1,500m)에서 100피트(30m)로 낮췄다.

약 2분 뒤 기장이 돌아와 조종실 문을 열려 했지만, 2001년 9.11 테러 후 공중 납치를 막기 위해 보강된 조종실 문은 암호가 없으면 열리지 않았다. 기장은 비디오폰을 통해 문을 열어 달라는 말했지만 루비츠는 문을 열지 않았다. 조용히 문을 두들기던 기장은 마지막에 도끼로 문을 부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와중에도 음성기록장치에 녹음된 루비츠의 숨소리는 차분했고 일정했으며 끝까지 침묵했다. 비행기가 프랑스 남부 툴롱을 지나며 하강하기 시작하자 항공 관제탑에서는 여러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비행기에서는 어떤 응답도, 조난신호도 보내지 않았다.

비행기가 약 1만~1만2,000m 높이에서 2,000m까지 하강하는 동안 대부분의 승객들은 무엇이 잘못되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고, 승객들의 비명은 10시 40분 비행기가 알프스 산맥에 충돌하기 직전 마지막 순간에서야 터져 나왔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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