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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金→銀→?’ 이상화, 끝나지 않은 여제의 도전이 의미 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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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金→銀→?’ 이상화, 끝나지 않은 여제의 도전이 의미 있는 이유

입력
2018.02.19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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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이상화(왼쪽)와 고다이라 나오/사진=인스타그램

이상화(29ㆍ스포츠토토)는 당당했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들어선 그는 몇 분 전 경기에서 지고 하염없이 눈물을 쏟던 선수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자신감에 넘쳤다. 졌다고 고개 숙이지 않고 눈물도 흘리지 않으며 조리 있게 자신의 생각을 말해가는 모습에서 빙속 여제의 아우라(기운)가 느껴졌다.

빙상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번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은 이상화의 마지막 무대가 될 것으로 여겨졌다.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500m에 집중하기 위해 1,000m도 포기했다. 이상화의 가족들은 경기장에 잘 찾아오지 않는 징크스(?)가 있는데 이번만큼은 달랐다. 18일 강원도 강릉의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장(강릉 오발) 관중석에 앉아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이상화를 간절하게 응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상화는 “올림픽 경기장에 부모님이 온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이날 이상화는 15조 아웃코스에서 고 아리사(31ㆍ일본)와 맞붙었다. 100m를 10초 20으로 가장 빨리 주파했다. 그러나 뒷심이 부족했다. 제갈성렬 해설위원은 “마지막 3ㆍ4코너에서 체력이 떨어지는 현상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마지막 레이스를 치른 뒤 이상화는 끝내 왈칵 눈물을 쏟아냈다. 최종 37초 33의 성적으로 은메달에 머물며 역대 2번째 이 종목 올림픽 3연패의 꿈이 무산됐다.

앞서 14조 인코스에서 출발한 고다이라 나오(32ㆍ일본)가 워낙 뛰어났다. 100m 구간 기록이 10초 26로 이상화에 뒤졌으나 36초 94로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올림픽 무관의 제왕이라는 꼬리표를 마침내 뗐다. 고다이라는 무시무시한 최근 25연승을 완성했다. 3위는 37초 34를 탄 카롤리나 에르바노바(26ㆍ체코)에게 돌아갔고 앞서 9조의 김민선(19)은 38초 53, 10조의 김현영(24ㆍ성남시청)은 38초 25로 대회를 마쳤다.

비록 은메달이었지만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뜨거운 격려의 박수갈채를 쏟아냈다. 함성과 박수는 한동안 울려 퍼졌다. 이런 이상화에게 고다이라가 다가가 위로하는 모습도 감동을 자아냈다. “이제 끝났다는 것에 눈물이 많이 났다”고 설명한 이상화는 “고다이라가 먼저 다가와 아직도 날 존경한다고 말해줬다”면서 “서로 자랑스럽고 존경스럽다는 표현을 했다. 배울 점이 많다는 얘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경기 후 한 시대를 지배해온 빙속 여제의 은퇴 여부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이상화는 그러나 “섣부르게 은퇴라고 말할 수 없다”며 “다음 기회는 있을 것 같다. 경기장에서 다시 볼 시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로 은퇴할 것이라는 많은 이의 예상을 깬 깜짝 발언이다. 이상화는 “지난해 월드컵을 치르면서 내가 고다이라에게 ‘평창 끝나고 베이징도 탈 것이냐’라고 물은 적이 있는데 ‘네가 하면 한다’고 대답했다”고 떠올렸다.

이상화가 4년 뒤 베이징 동계올림픽에도 도전한다면 역설적이게 고다이라는 좋은 롤모델이 될 수 있다. 이상화보다 3살이 많은 고다이라는 철저한 자기관리와 피나는 노력으로 이 자리까지 왔다.

기량으로는 이상화가 아직 밀리지 않는다. 관건은 오랜 기간 각종 부상으로 고생한 이상화의 몸 상태다. 이상화는 “무릎도 다쳤고 종아리 부상도 있었다”면서 “지난해 너무 힘들었다. 자유자재로 스케이팅을 못 했다. 부상이 나를 잡고 있는 느낌을 너무 많이 받았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고다이라는 네덜란드에 가서 훈련하면서 많이 늘었고 자기 관리를 너무 잘한다”고 덧붙였다.

2013년 수립한 세계 기록(36초 36) 보유자인 이상화에게는 얼마든지 목표 의식이 있다. 역대 2번째 여자 500m 3연패 달성을 실패했지만 다음 올림픽에서 라이벌 고다이라에 설욕하고 유일한 3연패자인 보니 블레어(1994ㆍ1998ㆍ2002년)도 하지 못한 이 종목 4개 대회 연속 2위 이상의 성적이라는 새 이정표를 세울 수 있다. 블레어는 올림픽 사상 금메달 5개와 동메달 1개를 땄지만 이 중 금메달 2개는 1,000m에서 나온 것이다. “일단 끝났으니까 쉬고 싶다”면서도 “4년 후는 모르겠다. 나중에 결정할 문제지만 일단 1~2년은 더 할 생각”이라는 이상화의 눈빛에서 의지가 읽혔다.

강릉=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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