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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부작용 우려”이유로 비밀에 부친 검토위 피해자들 배려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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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부작용 우려”이유로 비밀에 부친 검토위 피해자들 배려 아쉬워

입력
2016.10.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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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진 사회부 기자

하염없는 세월이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질환으로 폐 섬유화가 공식 인정된 게 2011년.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천식이 추가로 인정될 개연성이 확인됐다. 피해자들은 처음부터 천식이나 비염 등 다른 질환에 대해서도 피해 인과관계를 따져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정부가 이런 호소에 응답(폐 이외 질환 검토위원회 발족)한 것은 올해 5월. 간극이 컸다.

6개월 차에 접어든 검토위 활동은 지금껏 베일에 쌓여 있었다. 지난달 30일까지 9차례 회의가 개최되는 동안 전문가들이 논의한 일체 내용은 “외부에 공개되면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비밀에 부쳐졌다. 검토 결과가 외부에 알려지면 조사 공정성이 침해되거나, 피해 접수 때 피해자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왜곡된 진술을 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그러는 사이 폐 섬유화가 아닌 탓에 정부로부터 피해인정을 받지 못한 3, 4단계 피해자들은 기약 없는 기다림에 스러져 갔다. 지난달 24일 폐 이식 차례를 기다리다 건강이 악화해 끝내 숨을 거둔 4단계 피해자 김연숙(41)씨가 대표적인 예다. 불과 몇 달 전까지 고인과 연락하고 지냈던 피해자 조모(58ㆍ4단계)씨는 최근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나도 언제 (김씨를) 뒤따라 갈지 몰라 무섭다”며 울었다. 또 다른 피해자 이모(40ㆍ4단계)씨는 “아픈 몸에 지쳐 자살을 종종 떠올린다”고 고백했다. “죽을 것 같다”는 피해자들의 읍소는 비유가 아니라 직설이다.

가습기 살균제 문제는 ‘안방의 세월호’라 불린다. 국가적 재난을 수습 중인 정부는 추가 피해 인정 작업이 지난한 과제이며, 명확한 결론이 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가만히 있으라”는 말이 얼마나 무섭고, 치유할 수 없는 상처인지 경험한 바 있다. 검토위의 고심도 이해가 가지만, 속 타는 피해자들을 배려한다면 분명 그간 논의 과정을 공개할 수 있는 범위가 있을 것이다.

다행히 검토위가 최근 회의에서 대외 설명회 개최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빠른 추진을 기대해 본다.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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