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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는 20·30대 잔치… 심사위원도 젊어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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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는 20·30대 잔치… 심사위원도 젊어져야"

입력
2014.11.2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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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 시인 작심발언, 신춘 심사 40대로 바꿔라...먹튀 말고 평생 글 쓸 사람 뽑자

김정환(60) 시인은 “멋으로 문학을 해보겠다는 게 아니라 본격적으로 글을 써보겠다는 젊은 작가 지망생들이 늘어 한국문학의 미래는 밝다”고 말한다. 201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심사를 했던 그는 1980년 계간 창작과 비평으로 등단한 시인이자 소설가다. 다음은 그와의 인터뷰 전문.

-신춘문예가 과거와 비교해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는 전에 비해 글을 진짜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쓴다. 나이든 사람들이 아닌 젊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우리 문학의 미래는 좋아질 거라고 본다. 옛날에는 겉멋으로 쓰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요새는 글 공부도 하고 쓰고 싶어서 쓰는 젊은이들이 많으니까 그것 자체가 희망적이다. 그런데 독서인구는 줄고 글을 쓰겠다는 사람은 많고 이런 건 문제다.”

-젊은 사람들이 많다고?

“젊은 사람들이 많다. 신춘문예라는 게 1만 편이 들어온다고 치면 8,000편 이상이 괜히 해보는 거다. 100명, 200명 이 정도는 뛰어난 젊은이들인데 그 사람들은 겉멋으로 글을 쓰는 게 아니니까 그게 참 좋아지는 점이다.”

-과거와 같은 문청은 최근 많이 줄지 않았나.

“옛날에는 문청이라는 게 많았는데 그게 교양은 있고 오히려 글을 쓰려는 프로의식은 적었다. 지금 문청들이라는 건 거의 없지만 글을 쓰겠다고 공부까지 하는 젊은 사람들이 늘어나니까 결국 거기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다는 거다.”

-신춘문예는 일반인 투고자들이 많은데.

“그 중 8,000편은 볼 필요가 없는 것들이다. 신춘문예라는 게 새해 신문 지면에 크게 나가니까 일종의 명예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80%는 볼 필요가 없는 작품들이고 그러나 하여간 젊은 사람들, 아마추어가 아니라 취미로 글을 쓰는 게 아니라 프로작가가 되겠다는 젊은이들은 오히려 늘고 있다. 그게 한국 문학 미래를 밝히는 일이다. 왜냐하면 작가는 목숨 걸고 써야 되기 때문이다.”

-문창과, 국문과에서 훈련받은 작가지망생들 얘긴가.

“문창과, 국문과뿐 아니라 거기를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옛날에는 작가라는 게 역설 같은 건데 폼 나는 건 줄 알고 괜히 애호가들이 많았는데 요새는 전에 비해서 외로운 직업이 됐다. 자기 보람 때문에 글 쓰는 데 평생 매진하겠다는 젊은이들 늘어나는 거니까 좋은 일이라는 거다.”

-문창과는 왜 거부하는 건가.

“문창과 거부하는 사람들은 그건(문학은) 배워서 되는 일 아니다라고 해서 그런다. 거기 가서 한 선생에게 배우느니 그 시간에 시집 100권을 읽는 게 낫겠다는 등 여러 이유로 반대한다.”

-201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심사위원이었다. 고민은 없었나.

“작품들이 좋았다. 작품이 좋아서 심사위원들도 좋아했다. 그건 심사위원 복이라고 하는데 어떤 해는 복이 없어서 못 뽑기도 하고, 뽑지만 못마땅하기도 하고 그랬다. 그런데 한국일보 신춘문예는 유명한데, 특히 훌륭한 사람들 많이 나온 데다. 내가 알기로 신춘문예 지망생들에게 한국일보 신춘문예 인기가 제일 높다.”

-문청 수는 주는데 최근 신춘문예 응모자 수는 늘었다.

“이제 또 줄어든다. 학교에서 따로 교실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사람들이 많이 몰리니까 많아졌는데 요새는 또 주는 추세로 바뀔 것이다. 문창과와 국문과를 합치거나 아니면 아예 둘 중 하나를 없애거나 그런 추세다. 문창과라는 건 이제 줄어들 거다.”

-40,50대 가운데 문학에 대한 미련이 남아 나이 들어서라도 한번 써보겠다고 문창과 가는 분들도 있다.

“그런 분들 비난할 필요는 없지만 대체로 문학은 젊었을 때부터 목숨 걸고 평생을 써야 뭐가 좋은 게 나오는 거다. 그런 분들 의욕을 비난할 필요는 전혀 없다. 그 중에 좋은 글 쓰는 사람도 나올 것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문학이라는 건 젊을 때 직업 삼아서 독하게 마음 먹고 평생 외로울 각오하고 그러고 평생을 써내야 걸작이 나오는 게 아니겠는가. 요즘 문학 독자 떨어지고 기껏해야 이상한 책이나 베스트셀러 올라가면서 좋은 책들은 말아먹고, 좋은 책 독자를 갈수록 흡수해 가는 거 아닌가. 독자 수준을 사실상 떨어뜨리는 거다. 그런 문화현상으로 보면 지금은 굉장히 절망적이다. 출판사 불황이라는 말과 같은 말이다. 하여간 신춘문예에 대해서 말하자면 평생 글쓰기로 작정하고 프로작가 되려고 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고 있는 건 희망적이다.”

-생업을 갖고 있다가 40대에 등단하는 분들도 간혹 있는데 크게 봤을 때는 젊은 프로작가들이 많이 나오는 게 좋은 일이라는 건가.

“그런 분은 간혹이고, 어떻게 보면 기적 같은 일이다. 대체로 신춘문예는 20대 혹은 30대 초반의 잔치다. 30대 후반까지 넘어가면 한 10번 떨어졌다는 얘기인데(웃음), 그렇게 떨어지고 나서 붙는다면 기적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신춘문예는 전체적으로 말하면 역시 20대 혹은 30대 초반까지의 축제라고 봐야 한다.”

-젊었을 때 등단해야 전업작가로 성장하는 데 유리한 점이 있나.

“괜히 또 노인폄하 발언 만들지 말고, 연말에 쓸데없이 욕 먹이지 말고(웃음), 어쨌거나 신춘은 가장 젊은 등단제도이고 20대 혹은 30대 초반을 위한 제도이다. 그렇게 볼 때 간혹 예외는 있겠으나 그 젊은 세대들의 프로작가 지망생들, 아마추어가 아니라 이들이 늘어난다는 건 한국문학의 미래를 위해서 좋은 일이다. 이렇게 정리하자.”

-한편으로는 훈련 받은 프로작가 지망생 중 등단을 목적으로 하는 글을 쓰는 경우도 있지 않나.

“그런 건 심사위원을 젊게 만들면 된다. 심사위원들을 맨날 늙다구리를 시키니까 그렇다. 나만 해도 60세다. 심사위원을 과감하게 40대로 하면 그런 일이 없다. 근데 요새는 좀 나아졌다고 하는데 이를 테면 황동규, 정현종 이런 분들은 거의 20년, 30년을 했다. 물론 그분들은 대단하니까 그렇게 하는 건데 그렇게 하다 보니까 그분들이 좋아하는 시 성향을 흉내 내는 그런 경향이 없을 수 없다. 그런 건 심사위원들이 너무 늙어서 생기는 문제다. 그리고 등단용 작품 쓰면 당선시키면 안 된다.”

-심사위원 젊게 하면 신춘문예 문제점이 해결될 수 있다는 건가.

“그렇다. 심사위원을 젊게 해야 해결된다.”

-신춘문예 문제점은 무엇인가.

“가끔가다 등단용 작품이 당선됐다는 거다. 당선된 다음에 또 갑자기 사라진다. 평생 쓰지 않고, 먹튀하는 거다. 그러니까 심사위원을 젊게 해서 그런 경향을 일소하면 지금 추세에 응답하게 된다는 거다. 평생 한 달에 30만~40만원 가지고 살 망정 나는 시나 소설 쓰고 살겠다는 젊은 사람 중에 재능 있는 사람을 뽑아주는 게 좋은 거 아닌가.”

-먹튀나 신춘고아는 개성 없는 등단용 글 써서 등단한 사람들이 청탁 못 받아서 생기는 문제인가.

“잘 쓰는 사람은 청탁을 계속 받아 살아남고, 그래도 별 수 없으면 지쳐서 떨어져 나가는 사람이 있는데 여기까진 문제가 아니다. 아예 등단용 훈련 받아서 당선 한 번하고 상패 들고 튄다 이거다. 그게 먹튀다.”

-등단용 작품은 어떻게 뽑힐 수 있나.

“어쨌거나 사람이 다 자기 취향을 뽑게 되어 있지 않나. 그게 아니면 자기 취향이라 오히려 점수를 안 주는 것, 두 가지밖에 없다. 심사위원이 100% 객관적일 수는 없지 않나. 그러다 보니 예를 들어 정현종, 황동규 그 위로 김동리, 서정주 올라가면 한 40년 심사를 했을 거다 . 그러니 생기는 폐단이다. 심사위원을 젊게 해야 한다.”

-심사하면서 기억에 남는 것은.

“좋은 작품 받았을 때 인상이 깊고(웃음), 긴가민가한 것만 있을 때는 고민스럽다.”

-긴가민가한 경우가 빈번한가. 전반적으로 신춘문예의 수준이 떨어지는 건가.

“글쎄, 2년에 한 번은 그런 일 있지 않을까 싶다. 왜냐하면 기대 안 했다 보니까 의외로 좋은 작품 있을 수 있고, 작년에 정말 잘 뽑아서 기대 잔뜩 했는데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서 난감할 수 있고, 그런 돌림병 같은 것 아닐까.”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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