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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제 ‘악천후’ 맞서 새 항해 나서는 이주열 한은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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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제 ‘악천후’ 맞서 새 항해 나서는 이주열 한은 총재

입력
2018.03.04 19:0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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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연임이 결정됐다. 청와대는 다음달부터 새 임기가 시작되는 차기 한은 총재 후보로 이주열 현 총재를 지난 2일 지명했다. 앞서 김유택ㆍ김성환 전 총재가 각각 연임된 적이 있지만, 한은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을 겸임한 1998년 이후 연임은 처음이다. 청와대는 이례적 결정 배경에 대해 “한은의 중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계에선 글로벌 경제상황이 워낙 불확실한 만큼 ‘믿을 만한 구관(舊官)’을 택했다는 해석이 많다.

이 총재는 금융위기 이래 주요국들이 앞다퉈 ‘돈 풀기’에 나서던 2014년 첫 임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거꾸로 미국 금리인상 및 양적완화 축소를 시작으로 주요국들이 일제히 ‘돈 줄 죄기’에 들어가는 거대한 변곡점을 맞았다. 임기 중에 ‘완화’에서 ‘긴축’으로 이어지는 글로벌 금융 사이클 전환을 경험한 것이다. 금융완화기엔 기준금리를 더 낮추라는 국내의 압력이 높았지만 이 총재는 신중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0.2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 재임 중 외국에 비해 통화정책 변동 폭을 최소화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 총재의 연임은 전보다 힘든 여정을 예고하고 있다. 당장 다음 달로 예고된 한미 ‘금리역전’ 국면을 어떻게 풀어 갈 지부터가 만만찮은 숙제다. 글로벌 경기와 자국 경기의 호조세로 미국 등 금융 선진국들의 돈 줄 죄기는 속도와 강도를 더해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올해 4차례 금리인상설이 힘을 얻고 있다. 반면 우리는 반도체를 제외한 산업 전반의 부진, 내수 회복 지연, 구조조정과 대량 실업 우려 등으로 동반 금리인상에 나서기가 여의치 않다. 그렇다고 금리인상 시기를 놓치면 국내에 들어온 글로벌 자금의 이탈 등으로 금융시장의 위험도가 급증할 수 있다.

금리 문제뿐만 아니다. 이 총재는 2월 금통위 회의 때 미국 통상압박, 한국GM 및 조선업 구조조정 등이 올해 경제회복의 발목을 잡을 복병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예측대로 미국 통상공세는 무역전쟁 수준으로 격화하고 있고, 금호타이어 처리까지 겹친 구조조정 상황도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여차하면 글로벌 금리 상승세와 반대로 우리는 금리인하를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

이렇게 보면 이 총재의 연임은 여기저기서 제각각 방향이 다른 허리케인들이 몰려오는 해역으로 배를 몰고 가야 하는 상황과 비슷하다. ‘퍼팩트 스톰’에 빠질지도 모르는 항로다. 이 총재의 냉철하고 신중한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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