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편의점 급증] 편의점 매출 뚝뚝 “부부가 하루 18시간 일해도 적자”

알림

[편의점 급증] 편의점 매출 뚝뚝 “부부가 하루 18시간 일해도 적자”

입력
2018.03.26 04:40
4면
0 0

가까운 상권 나눠먹기 경쟁에

임대료ㆍ인건비 부담 크게 늘어

“10년 전보다 수익 40% 급감”

문 닫고 싶어도 계약기간이 발목

“인건비 줄이기 외엔 대책 없어”

서울 강북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노모(70)씨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아르바이트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자 요즘 하루 10시간 넘게 카운터를 직접 지키고 있다. 이달 들어서는 노씨의 부인도 하루 8시간씩 가게 일을 돕기로 하면서 아르바이트생 고용 시간을 6시간 이내로 줄였다.

노 씨는 “부부가 교대로 가게를 지키면서 집에서 가족들이 얼굴을 마주치기도 어려워졌다”며 “늘어나는 적자로 당장 편의점 문을 닫고 싶지만 의무 계약 기간 때문에 그렇게 할 수도 없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편의점 수는 계속 급증하고 있지만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들의 사업 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비슷한 상권 안에 편의점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편의점 간 경쟁이 심해진데다가, 임대료와 인건비 등도 과거에 비해 크게 올라 점주들이 편의점을 운영해 얻는 수익은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강모(54)씨는 한 때 서울에서 편의점 3곳을 운영하는 소위 ‘잘 나가는’ 편의점 점주였다. 강 씨는 편의점 외에 다른 사업을 하면서도 편의점에서 만족할 만한 수익이 나오자 가게를 하나 둘씩 차츰 늘려갔다.

강 씨는 “2010년 전만 해도 인건비가 지금의 3분의 1 수준으로 낮았고, 신용카드를 쓰는 비율도 그리 높지 않아 신용카드 수수료도 부담도 적었다”며 “당시엔 하루 20시간 이상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도 점주들이 돈을 벌 수 있었던 시절”이라고 회상했다.

하지만 편의점 수가 급격히 늘고 가게 임대료와 인건비 부담이 크게 증가하자 강 씨는 점포를 하나만 남겨 놓고 모두 정리했다. 그는 “10년 전과 비교하면 편의점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40% 정도 줄었다”며 “이제는 점주가 최대한 가게에 머무르면서 인건비를 줄이지 않으면 적자를 보는 점포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CU와 GS25 등 편의점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편의점 경영환경이 갈수록 악화되자 최저수입 보장 금액 증액, 심야시간 전기료 지원 등 수익성 개선을 위한 각종 지원 사업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점주들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며 본사 지원책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 양천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본사 지원책은 대부분 신규 점포에 치중돼 있어 기존 점포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받기는 어렵다”며 “편의점을 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가장 큰 비용인 임대료와 인건비 상승에 대해 본사도 고통을 나누려면 매출 수수료 인하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편의점 업체들은 점주 지원을 위해 매출 수수료를 인하해 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A 프랜차이즈 본사 관계자는 “신규 점포에 한해 일정기간 최저 수입을 보장해 주는 지원책을 펴는 곳은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편의점이 거의 유일하다”며 “적자를 보는 점주가 많다면 3,000개 정도의 편의점이 매년 늘어나는 현상은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편의점 점포당 매출은 지난해 2월 -3.5%로 사상 처음으로 감소한 뒤 올해 1월까지 1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5년간 경기도에서 운영하던 편의점을 폐점한 한 모(53)씨는 “편의점을 개점하면 손쉽게 돈을 벌 수 있을 거라는 환상은 금물”이라며 “건물주나 목이 아주 좋은 일부 점포가 아닌 이상, 인건비 줄이기가 곧 편의점 수익성을 올리는 주요 수단이 된지 오래됐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