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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성추문서 조폭 개입說… 진흙탕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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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성추문서 조폭 개입說… 진흙탕 속으로

입력
2016.06.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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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등 성폭행 물증 없어

동석자 진술 확보가 관건

박씨측 맞고소ㆍ정보공개 청구

“추가 고소 막으려는 계산 깔려”

합의 과정에 양측 조폭 개입 정황

여론 관심 커지며 경찰도 부담

사건은 가수 겸 배우 박유천(30)이 생일을 맞아 지난 4일 새벽 서울 역삼동의 B 유흥업소를 찾으면서 시작됐다. 대로변 건물 지하 1층에 위치한 해당 업소는 16.5㎡~19.8㎡(5평) 남짓의 작은 방부터 33.3㎡(10평) 이상의 VIP룸까지 17개 방을 갖춘 고급 주점이다. 속칭 ‘텐카페’로 불리는 이 업소의 평균 술값은 1인당 50만~80만원으로 철저히 회원제로 운영됐다. 그러나 20대 여성종업원 A(24)씨가 엿새 후 방마다 갖춰진 비좁은 화장실 안에서 박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진실공방이 연일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박씨의 성폭행 의혹은 A씨가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할 때만해도 유명 연예인의 성추문 정도로 회자됐으나 이후 여성 3명의 추가 고소가 잇따르면서 강신명 경찰청장이 직접 나서 엄정 수사를 다짐할 만큼 대형 성(性) 스캔들로 번졌다. 여기에 박씨 측의 맞고소와 합의금 공방, 조직폭력배 개입설 등이 더해지며 경찰도 섣불리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수사 쟁점을 살펴 본다.

강제성 부인하거나 물증이 없거나

성폭행 사건의 핵심은 강제성 여부다. 첫 고소인 A씨는 고소 직후 돌연 “강제성 없는 성관계였다”며 진술을 번복하고 소를 취하했다. 하지만 나머지 고소인 3명은 여전히 성폭행이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씨가 화장실 손잡이를 잡고 못 나가게 막거나 두 손으로 어깨를 잡고 강제로 꿇어 앉히는 등 강제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물증이다. A씨를 제외한 나머지 고소인들은 피해 발생 시점이 6개월~2년 전으로 소장 접수 당시 성폭행을 입증할 수 있는 별도의 증거물을 제출하지 못했다. 더구나 해당 여성들이 지목한 사건 장소는 폐쇄회로(CC)TV가 없는 화장실이다. 사실상 피해자 진술이 유일한 증거인 셈이다. 고소 취하에 관계없이 경찰이 강제 수사에 나선 A씨의 경우는 증거물인 속옷에서 남성 유전자정보(DNA)가 나왔지만 박씨의 것과 일치한다고 해도 스스로 강제성을 부인한 만큼 성폭행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물론 물증이 없다고 혐의 입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한 변호사는 “성범죄 사건 판례를 봤을 때 피해자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이면 유죄로 인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앞으로 고소인 및 참고인 조사에서 결정적 진술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건이 너무 오래 전이라 피해자의 진술을 뒷받침할 동석자 등의 진술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두 번째 고소인 B씨는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지난해 12월 17일 112 신고를 했으나 곧바로 사건 접수를 취소했다. 강제성이 없었다는 이유라면 성폭행 입증 증거로 활용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신고를 취소해야만 했던 다른 이유가 있었다면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경찰은 추가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24일 오후 사건이 발생한 유흥업소 등 4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영업장부를 통해 당시 방에 출입했던 직원 명단을 확인해 조사하고 결제 내역에서 특이점이 있는지 들여다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합의금 딜에 조폭 개입?

성폭행 혐의와 별개로 박씨 소속사와 A씨 측 사이의 거액 합의설, 조폭 개입 정황은 논란을 키우고 있다. 양 측은 A씨의 고소장 접수에 앞서 수 차례 합의를 위한 만남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 측은 경찰에 “A씨 측이 처음 합의금으로 10억원을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조폭이 개입했다”는 내용의 녹취파일을 경찰에 증거로 제출했다. 박씨 측이 언급한 조폭이란 A씨의 ‘사촌오빠’로 알려진 조직폭력배 황모(34)씨다. 그는 A씨 남자친구와 함께 합의를 위해 박씨 측을 만난 인물이다.

하지만 조폭으로 지목된 황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박씨 측을) 협박한 적도 없고 합의금을 먼저 제안하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거꾸로 박씨 소속사 씨제스 대표의 부친 백모씨가 유명한 폭력조직 전직 간부였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백씨는 그의 지인과 함께 황씨 등을 만나 합의과정에 개입했다. 경찰은 21, 22일 백씨와 지인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거액을 요구받았는지, 합의에 나선 이유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 조사했다.

박유천 반격 성공할까

박씨 측은 A씨 측이 거액을 요구했다고 주장하며 맞고소 카드로 반격하고 있다. 박씨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세종은 지난 20일 무고 및 공갈 혐의 등으로 A씨와 그의 남자친구, 황씨를 고소했다. 또 22일 2~4차 고소인들의 고소 내용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해 사실관계가 파악되는 대로 순차적으로 고소장을 낼 예정이다.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피해자 인적 사항을 제외한 고소 내용을 박씨 측에 전달할지 여부를 최종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박씨를 무혐의로 결론 내리면 고소 여성들은 무고죄로 처벌 받는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박씨 측의 적극적 움직임은 설령 무고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고소인들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동시에 혹시 있을지 모르는 추가 고소를 막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찰 수사가 지지부진하면서 각종 의혹과 루머가 사설정보지를 통해 하루가 멀다 하고 재생산되는 형국이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수사 결과가 어떤 식으로 나와도 역풍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모든 의혹에 설명이 가능하도록 최대한 상세한 결론을 도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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