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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치기 출연 ‘앵무새 신문’에 지친 증인들, 피로감 호소하는 판검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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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치기 출연 ‘앵무새 신문’에 지친 증인들, 피로감 호소하는 판검사들

입력
2017.02.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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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공개변론이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일 오전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공개변론이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9일 헌법재판소에 증인으로 나선 노승일 더블루K 부장은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의 음성 녹음파일을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건넨 의도를 대통령 측 서석구 변호사가 묻자 “청문회도 안 봤냐”고 일갈했다. “최씨 변호사인 이경재 변호사와 백승주 새누리당 의원과 같은 질문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랑곳하지 않고 중복 질문이 계속되자 급기야 재판관들이 교통정리에 나섰다. 강일원 재판관은 “증인(노 부장)이 똑같은 말을 계속하는 고충을 충분히 알고 있다”며 “탄핵심판은 형사재판이나 국회 국정조사와는 다르니 좀 참고 답변해달라”고 달랬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과 특별검사 수사, 관련 재판에 잇따라 소환되는 증인과 참고인들이 똑같이 반복되는 ‘앵무새 신문’에 지쳐가고 있다. 헌법재판관, 검사와 판사들 역시 살인적인 일정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런 풍경은 국정농락 사태가 국정조사청문회, 수사, 재판, 탄핵심판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되면서 불거졌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과 노 부장, 조성민 전 더블루K 대표 등 핵심 인물과 증인들은 각기 다른 장소에 겹치기 출연을 하면서 똑 같은 진술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들을 상대하는 판사와 헌법재판관, 검사들의 고충도 만만치 않다. 제한된 시간에 소화해야 하는 일정이 정상 범위를 벗어날 만큼 많은데다, 국가적으로 중대한 사안이라 심리적 압박까지 짓누른다.

최순실 공판을 심리하는 김세윤 부장판사는 6일 밤 10시30분을 넘겨 증인신문을 마친 뒤 “일주일에 재판이 네 번씩 있는데 매번 ‘야간 재판’ 식으로 진행되면 재판부와 변호인, 검찰 측도 체력이 감당하지 못할 것 같다”며 “신문 시간을 꼭 지켜달라”고 양측에 정중하게 부탁했다. 김 부장판사는 앞서 구치소에 협조를 구해 최씨 등이 10분 일찍 법정에 도착하도록 개정 시간을 조정하기도 했다. 법원 안팎에선 김 부장판사가 눈에 띄게 야위었다며 건강 상태를 우려하는 말도 나온다.

헌법재판관들도 주 2~3회 변론기일을 강행하는 한편 변론이 없는 날과 주말에도 수만 쪽에 달하는 기록을 검토하고 있다. 9일 이정미 헌재 소장 권한대행은 “국정 중단을 초래하는 매우 위중한 사건을 심리하기 위해 헌재는 어떤 편견과 예단 없이 밤낮, 주말 없이 매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육체적 피로뿐만 아니라 헌재를 향하는 시위대와 법정 밖 억측 등으로 심적 압박을 겪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특검 관계자들 역시 강도 높은 수사가 이어지면서 피로가 극에 달했다. 검사와 직원들은 주 7일 출근하는 것도 모자라 매일 새벽에 퇴근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특검 내부에서 “건강을 위해 차라리 특검 수사기간이 연장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박영수 특검이 새해 첫날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로 출근하는 모습. 배우한 기자.
박영수 특검이 새해 첫날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로 출근하는 모습. 배우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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