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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정은의 대화 의사, 한반도 위기 풀 실마리로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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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정은의 대화 의사, 한반도 위기 풀 실마리로 삼아야

입력
2018.01.01 19:2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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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1일 신년사 육성 연설을 통해 “동결 상태에 있는 북남 관계를 개선하여 뜻 깊은 올해를 민족사의 특기할 사변적인 해로 빛내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를 위해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표단 파견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북남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북남 사이의 첨예한 군사적 긴장 상태를 완화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적 환경부터 마련하여야 한다”며 “남조선의 집권 여당은 물론 야당들, 각계 각층 단체들과 개별적 인사들을 포함하여 그 누구에게도 대화와 접촉, 내왕의 길을 열어 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남북 대화 의사를 내보인 건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이 아니지만, 이번 김정은 신년사는 두 가지 점에서 과거와 무게가 다르다. 우선 적극적 대화 의지를 올해의 새로운 정책을 표방하는 신년사에 담아 그것도 김정은 육성으로 발표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6월에도 북한은 “교류와 접촉을 활발히 하여 북남 관계의 대전환, 대변혁을 가져와야 한다”고 했지만 대외용 라디오 방송이나 노동신문을 통해 늘 해왔던 원론적 수준의 의사 표시에 불과했다.

더 중요한 것은 북한이 “민족적 유대” 같은 틀에 박힌 문구의 남북 대화 촉구가 아니라 평창올림픽 대표단 파견이나 그를 위한 남북 회담, 나아가 각계각층 인사들의 만남과 왕래 등 구체적 남북 소통 방식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평창올림픽을 평화적으로 치러 한반도 안보 위기를 푸는 실마리로 삼자는 문재인 정부와 국제사회의 요청에 일단 긍정적으로 화답한 모양새다. 북한은 지난해 장거리미사일 화성-15형 발사 이후 한달 남짓 침묵을 지키고 있다. 올림픽 대표단 파견이 성사된다면 적어도 패럴림픽이 끝나는 3월 하순까지 4개월 간은 핵ㆍ미사일 도발이 없다고 볼 수도 있다.

모처럼의 한반도 긴장 완화 기회를 어떻게 안정적 대화 국면으로 발전시켜 갈 것인지가 과제다. 이미 문 대통령이 제안한 대로 북한의 도발 중지가 담보된다면 2월 말부터 두 달 간 이어질 한미연합군사훈련은 연기될 전망이다. 지난해 7, 8월 우리가 제안했지만 북한이 답하지 않았던 남북 군사회담과 이산가족 상봉 논의를 위한 적십자회담도 성사시켜 직접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 적십자회담의 경우 서두른다면 설날에 맞춰 일부 가족의 만남이 가능할 수도 있다.

다만 최근까지 북한이 남북보다 북미 대화에 무게중심을 두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년사에서 대미 위협은 거두지 않은 채 갑자기 남북 대화 의지를 앞세운 의도도 함께 읽어 마땅하다. 자칭 ‘핵무력 완성’에 따른 자신감의 표현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동이 없는 미국을 자극하기 위한 전술적 선택일 수도 있다. 남북 대화는 적극적으로 응해야겠지만 미국과는 이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생기지 않도록 소통하고 조율해야 한다.

더욱이 북한의 유화적 태도가 처음이 아니고, 여러 차례의 북핵 합의가 결국 북한의 핵ㆍ미사일 고도화를 위한 시간 벌기용으로 끝났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지난해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고강도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 러시아가 대북 석유 수출을 계속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당장 남북 대화 분위기가 조성된다 하더라도 이처럼 대북 제재에 빈틈이 생기는 것은 경계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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