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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졌던 심석희도, 실격했던 최민정도 "오늘은 기쁨이 5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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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졌던 심석희도, 실격했던 최민정도 "오늘은 기쁨이 5배"

입력
2018.02.20 21:2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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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계주 대표팀이 20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에서 우승한 뒤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여자 계주 대표팀이 20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에서 우승한 뒤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한국 여자 쇼트트랙은 세계 최강을 자부한다. 압도적인 ‘원투 펀치’ 최민정(20)과 심석희(21)의 존재 덕분이다. 하지만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두 개의 태양은 뜨지 않았다. 최민정이 1,500m 금메달을 목에 건 반면 심석희는 미끄러져 예선 탈락했다.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둘은 엇갈렸다. 최민정은 2017~18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에서 전 종목 세계 랭킹 1위에 오르며 최고의 실력을 뽐냈지만, 좀처럼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던 심석희는 설상가상 대표팀 코치에게 폭행을 당하는 일까지 생겨 심신이 지쳤다.

좀처럼 함께 웃을 일이 없었던 심석희-최민정 쌍두마차가 ‘팀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뭉쳤다. 3,000m 계주 우승을 일궈내며 언니가 신경 쓰였던 최민정도, 마음고생이 심했던 심석희도 활짝 웃었다. 특히 심석희에겐 더욱 값진 금메달이다. 4년 전 소치올림픽 계주 결승에서 레이스 막판 무서운 스퍼트로 한국 여자 계주에 금메달을 안겼던 대표팀 막내가 평창에선 팀의 주장으로 2회 연속 ‘금빛 레이스’를 장식했다. 심석희는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담담한 표정으로 “나도 그렇고 다들 마음 고생을 많이 했는데, 고생한 것이 좋은 결과로 나타났다”며 “잘했을 때보다 더 많은 분들이 응원을 해줘 힘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500m 결승에서 실격 판정을 받아 전관왕 꿈이 무산됐던 최민정은 역시 든든했다. 압도적인 레이스로 1,500m에서 개인 첫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더니 계주에서도 무서운 질주를 이어갔다. 대회 2관왕에 오른 최민정은 22일 1,000m까지 휩쓸면 2006 토리노 대회 진선유 이후 12년 만에 3관왕의 영광을 안는다. 1,500m 우승 후 눈물을 쏟았던 최민정은 이날 “저 안 울었어요”라고 미소를 지으며 “계주에서 5명 다같이 금메달을 따서 기쁨도 5배”라고 기뻐했다.

대표팀의 맏언니이자 ‘미스 스마일’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는 김아랑(23)은 계주 우승 확정 후 펑펑 울었다. 믹스트존에서도 울먹인 김아랑은 “우리가 힘든 일이 있어도 이겨냈더니 이렇게 좋은 결과를 얻었다”면서 엉덩이를 미는 세리머니에 대해 “뭐할까 고민하다가 석희가 낸 아이디어”라고 설명했다.

‘10대 막내 라인’ 김예진(19)과 이유빈(17)도 계주 우승에 힘을 보태 올림픽 첫 금메달을 획득했다. 둘은 이번 대회 계주에만 출전했지만 향후 개인전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특급 기대주’다. 일곱 살 때 사촌 오빠를 따라 스케이트를 타다가 쇼트트랙에 입문한 김예진은 시니어 무대에 처음 데뷔한 2016~17시즌 월드컵 6차 대회에서 이탈리아의 전설 아리아나 폰타나를 꺾고 깜짝 금메달을 목에 건 기대주다. 주 종목은 500m로 빠른 스타트가 강점이다.

빙상장에서 주는 사탕을 먹기 위해 쇼트트랙을 시작했다는 이유빈은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 영락없는 10대 소녀다. 하지만 빙판 위에선 눈빛이 변한다. 계주 예선에서 중심을 잃고 넘어지기도 했으나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 올림픽 신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에 진출하는 한 편의 드라마를 완성했다.

강릉=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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