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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케어서비스 시장 커지는데… ‘의료행위’ 논란에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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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케어서비스 시장 커지는데… ‘의료행위’ 논란에 제자리

입력
2017.09.1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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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마트 기기 등으로 건강 관리

고령사회 들어서 관심 늘었지만

의료법 적법한지 여부 불분명해

서비스 확대 못하고 ‘회색지대’

#2

보험사 “유권해석ㆍ판결 시급하다”

의료계 “의사 진단이 필수” 입장

#. 일본 도쿄해상일동 안심생명보험은 지난달부터 2년간 하루 평균 8,000보 이상을 걸으면 보험료를 1,200~3,600엔(약 1만2,000~3만6,000원) 환급해주는 보험상품 판매에 나섰다. 걸음 수는 보험 가입 시 대여하는 팔에 감는 단말기로 측정한다. 이 회사는 앞으로 혈압과 혈당 수치 등도 보험료에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 같은 건강관리(헬스케어)와 보험료를 연계한 서비스가 우리나라에서도 시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모호한 의료법과 이를 둘러싼 업계간 밥그릇 싸움 탓에 국내에선 관련 상품 개발 등이 막혀 있기 때문이다. 헬스케어 서비스가 꼭 필요한 사람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서둘러 ‘법적 회색지대’부터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고령사회(만 65세 인구 비중 14% 이상)에 진입한 국내에선 스마트 기기와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건강 상태를 점검해주거나 운동ㆍ식이요법 같은 맞춤형 건강관리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헬스케어 서비스’가 갈수록 주목 받고 있다.

이는 질병이 생기는 걸 미리 차단해 사회적인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2015년 21조7,000억원을 기록한 고령층 의료비는 2030년에는 130조원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개인의료 및 국가재정 부담에 대한 근본적 해결 방안은 헬스케어 패러다임의 변화를 통해 건강관리 부문의 효율성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험업계의 관심도 뜨겁다. 대형 보험사뿐 아니라 중소형사들도 속속 건강관리 서비스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본격적인 서비스를 확대하기에는 규제의 벽이 높다. 현행 의료법상 ‘의료행위’는 의료인이 아니면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의료행위에 대한 구체적 정의도 없다. 그 동안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이나 대법원 판례는 의료행위의 범위를 매우 포괄적으로 인정해 왔다. 비의료기관인 보험사의 건강관리 서비스가 의료법상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불분명한 상태다.

보험업계는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의료행위의 범위와 기준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용운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질병 ‘예방’에 대한 정의가 현 의료법에는 명시돼 있지 않다”며 “보험사의 건강관리 서비스가 적법한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유권해석이나 판결 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반면 의료계는 건강관리도 의료행위와 직접 연결되는 만큼 반드시 의사의 진단과 판단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확보한 고객 건강 정보가 보험금 지급 거부 수단으로 악용될 수도 있다”며 “전문성 측면에서도 의사의 진단이 필수”라고 말했다.

정부도 지난 2월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해 보험업계와 의료계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꾸렸지만 반 년이 넘도록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다. 헬스케어 서비스가 법적 회색지대에 방치되며 관리가 필요한 사람들만 소외되고 있는 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선진국은 민간 보험사가 건강관리 서비스에 적극 나서 국민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며 “정부가 우왕좌왕 하고 있는 사이 우리 국민들만 정보기술(IT)의 발달로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하고 있는 헬스케어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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