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지난 12일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대규모 폭력시위가 발생해 지금까지 3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부상을 입었다. 테리 맥컬리프 버지니아 주지사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폭력 사태가 악화될 경우 주 방위군까지 투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CNN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번 시위는 지난 11일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의 버지니아주립대 캠퍼스에 횃불을 든 백인우월주의자들이 모여들면서 시작됐다. ‘유나이트 더 라이트(Unite the Right)’라는 이름의 시위대는 샬러츠빌 시의회가 이멘서페이션 파크에 있는 남부연합 기념물인 로버트 E. 리 장군 동상을 철거하기로 결정하자 이에 항의하고자 조직됐다. 리 장군은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군을 이끈 백인 우월주의의 상징적인 존재다.
주말에 시위 인파가 최대 6,000명까지 늘어나면서 시위는 점점 폭력적으로 변해갔다. 나치를 상징하는 깃발을 든 시위대는 “다양성은 집단 사기” “피와 영토” 등의 과격한 구호를 외치며 거리를 점령했다. 이들 중에선 군복, 사제 방패 등으로 무장한 이들도 있었고 일부는 극단적 백인우월주의 단체 ‘쿠 클럭스 클랜(KKK)’ 휘장을 들고 있었다.
‘흑인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 단체 등 흑인 민권 단체 회원들이 백인 우월주의 집회에 맞불 시위로 맞서며 물리적 충돌이 곳곳에서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인명 사고도 발생했다. 인종차별에 반대하던 여성 헤더 하이어(32)는 백인 우월주의 집회에 참석한 남성 공화당원 제임스 알렉스 필즈(20)가 군중을 향해 돌진한 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고 말았다. 3충 추돌 사고로 이어진 이번 차량 테러로 3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위가 점차 과열되자 당국과 경찰은 이번 시위를 불법집회로 규정하고 최루가스를 발사하며 시위대 해산을 시도했다. 평소 인종차별적 발언을 일삼아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수습에 나섰다. 그는 휴가지인 뉴저지 베드민스터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여러 편((many sides)에서 드러난 이 지독한 증오와 편견, 폭력을 규탄한다”고 말하며 “증오와 분열을 끝내고 미국인으로서 단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여러 편들(many sides)'이란 표현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폭력 사태의 책임을 백인 우월주의자뿐 아니라 대응 시위에 나선 이들에게도 돌렸다”며 트럼프의 표현을 비판했다.
버지니아주 샬러츠빌 유혈사태가 발생한지 하루 뒤인 13일(현지시간) 미국 곳곳에서 백인 우월주의에 반대하는 맞불 집회가 잇따라 열렸다. 뉴욕,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등지에서 모인 시민들은 “인종차별과 증오∙두려움에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거리를 채웠다.
진은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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