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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건강보다 식품업계 이익이 더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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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건강보다 식품업계 이익이 더 중요한가

입력
2016.04.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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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가 7일 내놓은 ‘당류 저감 종합계획’은 ‘설탕과의 전쟁’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알맹이가 없었다. 대부분 ‘권고’ ‘단계적 확대 추진’ ‘연구’ 등의 수준에 머물렀다. 당류 적게 먹기 캠페인을 확대하고 설탕 사용을 줄인 조리법을 보급하며 당류 섭취량과 만성질환의 관련성을 연구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설탕 소비를 실질적으로 줄이기 위한 규제 차원의 대책은 ‘추진 검토’ 정도였다.

뒤늦게 그 이유가 밝혀졌다. 기업 논리를 대변한 경제부처 반발에 밀려 원안의 규제 강도를 대폭 완화했다는 것이다. 식약처는 당초 내년 7월부터 시리얼과 즉석식품의 영양표시 의무화를 도입할 방침이었으나 총리 주재 국가정책조정회의를 거치며 ‘영양표시 확대 추진’으로 완화됐다. 또한 당류 함량이 높은 식품에 ‘고열량ㆍ저영양 식품’ 표시를 의무화하겠다는 방침은 ‘표시 추진 검토’로 변경됐다. 학교 내 커피 자판기 설치를 금지하려던 방침도 자판기에서 커피 판매만 제한하는 쪽으로 후퇴했다.

식약처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설탕과의 전쟁’이 용두사미의 운명에 처한 건 산업통상자원부 등 경제부처의 장관들이 “가공식품에 과도하게 표시 규제를 강화하면 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반발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 매출 감소 위기에 직면한 식품가공 및 제당업계는 경제부처를 상대로 당류 적게 먹기 캠페인 확대 등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사람의 당 섭취는 위험수위를 넘어선 지 오래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은 2명 중 1명 꼴로 권고기준을 넘어설 만큼 당류 섭취량이 심각하다. 설탕은 비만과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의 주범이다. 국내 당뇨환자와 당뇨위험군을 더하면 1,000만명에 육박한다.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만 연간 7조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설탕세 도입, 탄산음료에 경고문구 표시 의무화 등 강도 높은 대책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우리도 학교ㆍ학원 내 가공식품 판매 제한 등 더 실효성 있는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국민건강에 관련된 중요한 정책이 업계 로비로 변질되는 일이 다시 일어나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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