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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위해 기업 전기 차단했다는 주장, 사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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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위해 기업 전기 차단했다는 주장, 사실은?

입력
2017.08.07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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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소 상황실에서 직원들이 전력 생산, 공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발전소 상황실에서 직원들이 전력 생산, 공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 정부부터 최대전력 관리를 위해 운영하고 있는 ‘수요자원거래(DRㆍDemand Response)시장’이 엉뚱하게 새 정부의 탈원전정책 논리를 위한 산업용 전기 사용량 감축 지시로 왜곡되고 있다. “정부가 탈원전 주장의 타당성을 높이려 전력예비율을 맞추기 위해 기업에게 무리하게 전력 사용을 줄이라고 했다”는 야당의 주장을 일부 언론이 비중 있게 보도한 것이다.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의 이 같은 주장은 자신들이 여당이었던 시절 “수요자원거래 시장은 전력산업의 창조경제”로 홍보했던 입장을 스스로 공격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무성 의원실(바른정당)은 7일 전력거래소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정부가 지난 7월12일과 7월21일 각각 3시간, 4시간의 ‘급전 지시’를 내렸다”면서 “생산현장의 전기를 과도하게 줄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언론은 김 의원실 자료를 인용해 정부가 전기가 남아돈다고 홍보하면서 탈원전 정책 논리를 꿰맞추기 위해 기업을 희생양 삼아 전기 사용량을 줄이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정태옥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도 이날 서면 논평을 내 “정부는 국내 기업들의 전기를 차단하면서까지 무리한 졸속원전을 추진하지 말고, 기업들의 절박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전력량을 운용해주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는 “DR시장은 전기사용자가 전력수요를 자발적으로 감축하고 시장에서 보상을 받는 제도로서 전력거래소가 피크감축 필요성과 경제성을 감안하여 활용기준에 맞도록 시행하는 것”이라면서 “7월은 설비예비율은 높았으나 최대전력 경신이 예상되는 등 해당 기준을 충족해 DR시장 활성화 측면에서 시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수요자원거래시장 개념
수요자원거래시장 개념

실제로 DR시장은 2011년 9ㆍ15 대정전으로 전력예비율 관리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자, 박근혜 정부가 2014년 11월 만든 것으로 전기 사용량이 급증하는 여름ㆍ겨울의 ‘피크 타임’에 공장, 대형건물 등 산업용 전기의 사용량이 많은 기업이 전기 사용을 줄인 뒤 이를 되팔아 수익을 내는 제도다. ‘전력 수요자가 공급자가 될 수 있다’면서 지난 정부가 ‘발상의 전환이 만들어낸 신산업’ ‘전력산업의 창조경제’라고 홍보하기도 했다. 현재 3,100여개 업체가 자발적으로 수요관리사업자와 계약해 수익금을 받고 있다. DR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기준에 부합하는 기업만 참여가 가능한데 DR시장 참여업체가 되면 연간 60시간 이내에 정부가 요청한 급전감축 지시에 따라 실제 감축한 만큼의 전기 용량에 대한 실적 정산금을 받고 정부의 급전감축 지시가 없더라도 기본 정산금을 받게 된다. 업체 중에는 조업을 중단해 전기사용을 줄이는 경우도 있고 자가발전으로 대신하기도 한다.

우원식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국정감사 기간에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4년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19개월간 급전지시를 내린 경우는 기업별로 1~4회였고 발동 시간도 1회당 2~3시간씩 모두 2~10시간에 불과해 연간 최대 급전지시 시간인 60시간의 최대 10% 수준에 그쳤다. 반면 기업들이 받은 기본정산금은 1,574억원에 달했다. 전기 사용량 감축분에 비해 훨씬 많은 인센티브를 받은 것이다. 정부는 이 제도에 연간 5,300억원의 예산을 책정하고 있다.

현재 DR시장에는 4.35GW(기가와트)의 자원이 등록돼 있어 이론적으로 최대 4시간 4.35GW까지 전력수요를 줄일 수 있다. 올해 정부는 DR시장 참여 업체에 7월 12, 21일 두 차례 각각 1.5GW, 2.5.GW 규모의 급전지시를 내렸다. 대신 가동이 일시 중단된 LNG발전소 등을 가동할 수도 있으나 DR시장을 활용하는 것이 비용이 적게 들어 내린 결정이다. 지난해에는 DR시장이 거의 가동되지 않았는데 전력 공급예비율이 충분히 높다는 판단이 있어서이기도 했지만, LNG발전 업계의 반발도 감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최대 전력사용량은 7월21일 84.59GW였는데 이날 급전지시로 실제 감축된 1.72GW를 더하면 86.31GW로 지난해 최고치였던 85.18GW(8월12일)보다 많았다. 급전지시가 없었다면 전력공급예비율은 10%대였겠지만 이날 예비율은 12.3%를 기록했다. 더욱이 발전 설비예비율은 34%에 이르렀다.

정부는 DR시장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최근 “향후 국민 참여형 DR시장 등 수요 관리 자원을 지속해서 확충해 발전소 공급능력을 일부 대체할 계획”이라며 “2019년부터 아파트ㆍ상가 등 소규모 전기사용자까지 참여하는 DR시장으로 확대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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