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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겐 너무나 뼈아픈 ‘1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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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겐 너무나 뼈아픈 ‘1석’

입력
2017.12.13 15:5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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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내년 지방선거 빨간불

‘성추문 후보’인 무어 지지 자충수

지지기반 과격 보수파 결집 못해

집권 후 첫 상원의원 선거서 패배

의석 51대 49로 줄어들어 ‘아슬’

당내 반란표 있을 땐 정국에 차질

미국 앨라배마주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더그 존스 민주당 후보가 12일 승리가 확정된 후 손을 번쩍 들어 기뻐하고 있다. 버밍햄(앨라배마)=AP 연합뉴스
미국 앨라배마주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더그 존스 민주당 후보가 12일 승리가 확정된 후 손을 번쩍 들어 기뻐하고 있다. 버밍햄(앨라배마)=AP 연합뉴스
미국 앨라배마주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로이 무어 공화당 후보가 패배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연설을 마친 후 무대를 떠나고 있다. 몽고메리(앨라배마)=AP 연합뉴스
미국 앨라배마주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로이 무어 공화당 후보가 패배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연설을 마친 후 무대를 떠나고 있다. 몽고메리(앨라배마)=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이후 첫 상원의원 선거에서 1990년대 이래 늘 공화당의 표밭 역할을 했던 앨라배마 상원 의석이 민주당으로 넘어가는 대반전이 펼쳐졌다. 집권 공화당이 상원에서 사실상 우위를 잃은 데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동 성추행 의혹을 눈감고 지지한 후보가 선거에서 패하면서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위상이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12일(현지시간) 진행된 상원의원 보궐선거에서 연방검사 출신 더그 존스 민주당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과 지지기반이 일치하는 ‘알트 라이트(Alt-rightㆍ대안 우파) 영웅’ 로이 무어 공화당 후보를 꺾고 ‘붉은 주(레드 스테이트)’에 민주당의 푸른 깃발을 꽂았다. 민주당이 앨라배마주 상원 의석을 얻는 것은 1997년 하월 헤플린 전 상원의원이 물러난 이후 20년 만이다.

존스 후보는 전임자 제프 세션스가 법무장관으로 이동하면서 사퇴한 것을 계기로 열린 이번 선거에서 49.9%를 득표, 48.4%에 그친 무어 후보를 1.5%포인트차로 아슬아슬하게 제치고 승리를 거뒀다. 최근 앨라배마주에서는 공화당 후보들이 늘 60% 넘는 득표율로 낙승했던 데다, 연방 상원과 하원의석은 물론 주정부도 모두 공화당이 장악한 상황임을 생각하면 존스 후보의 승리는 그야말로 상상할 수 없었던 사건이다.

저작권 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

이번 결과는 사실상 ‘안티 트럼프’의 승리로 간주되고 있다. 무어의 지지기반인 복음주의 기독교도, 알트 라이트 등 과격 보수파가 지난해 대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당선시킨 핵심 세력이었지만, 이번에는 공화당 텃밭에서조차 무어를 당선시킬 만큼 결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화당 주류 인사들이 무관심하거나 미온적인 가운데 무어 후보를 위해 유세를 벌였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의 분열주의 전략도 한계점을 드러냈다. 승리한 존스 후보는 당선 직후 연설에서 “앨라배마주뿐 아니라 미국 전체에 우리가 하나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트럼프와 무어가 상징하는 분열주의를 비판했다.

트럼프가 아동 성추행 의혹이 있는 후보를 지지했다는 점도 큰 흠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무어가 30대 때 10대 여성을 성추행했다는 증언이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에 보도된 후 공화당 내에서조차 후보 교체 요구가 빗발쳤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상 무어 지지를 선언했을 뿐 아니라 “40년 전 폭로를 왜 지금 하느냐”며 폭로 여성을 의심하는 태도를 보였다. 미국 CNN방송은 출구조사 결과를 인용해 특히 기혼 여성 투표자가 존스를 전폭 지지, 트럼프와 무어를 향한 징벌적 투표를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정국 운영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 결과로 공화당은 상원에서 52 대 48이던 우위가 51 대 49로 줄었다. 게다가 공화당내 트럼프 대통령과 감정이 좋지 않은 밥 코커, 제프 플레이크, 수전 콜린스 등 상원의원들이 반란표를 행사할 경우 트럼프가 내세우는 보호무역과 정부지출 축소 등을 위한 입법이 상원의 문턱을 넘기 불가능해진다. 공화당은 최근 반트럼프 삼총사 중 콜린스와 플레이크의 마음을 어렵사리 돌려 트럼프가 밀어붙인 세금개혁법안을 간신히 통과시킨 바 있다.

공화당 일각에선 오히려 이번 패배를 약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성추행 논란 이전부터 공화당 주류는 ‘공화당 기득권과의 전쟁’을 선포한 무어가 부담스러웠다. 외려 흠이 많은 무어가 승리했을 경우 2018년 중간선거에서 더 큰 역풍을 불렀을 것이란 예측마저 나왔다. 트럼프 돌풍을 일으킨 열정이 소진된 만큼 중간선거에서는 트럼프 대신 공화당 주류가 전면에서 선거전을 이끌 가능성이 점쳐진다. 다만 무어 후보는 이날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재검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는 등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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