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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 쿠데타 직후 박정희, 김종필 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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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 쿠데타 직후 박정희, 김종필 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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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17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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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당시 박정희(오른쪽 맨 앞) 대통령과 김종필(왼쪽 세번째) 국무총리의 모습.
1972년 당시 박정희(오른쪽 맨 앞) 대통령과 김종필(왼쪽 세번째) 국무총리의 모습.
CIA 대통령 일일보고 표지.
CIA 대통령 일일보고 표지.

한일국교정상화 반대 학생운동 지도부

'야당에 매수된 선동가'부정적 평가도

미국 중앙정보국(CIA)가 16일(현지시간) 기밀해제해 최초 공개한 대통령 일일보고 문건에는 5·16 군사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한국 군부 내의 알력이 담겨 있어 눈길을 끈다.

박정희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 쿠데타 2인자이자 그의 처조카이기도 한 김종필 당시 중앙정보부장을 초기부터 강력히 견제해 왔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1962년 3월 3일 보고서에 “군사평의회 지도자 박은 커져 가는 김의 권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지금까지 송을 지지해 왔다”며 만약 양자간 대결이 이뤄지면 부정과 추문이 많이 터져 나올 것이라고 관측했다. 여기서 송은 송요찬 당시 내각수반을 가리킨다. 당시 1인자이던 박 의장이 사실상 제2인자인 김 부장을 견제하기 위해 송요찬 내각수반에게 힘을 실어 줬다는 분석이다. 공개된 문건 중 해당 부분의 소제목을 보면 '남한 내각수반 송 (…) 보안 책임자 김종필'로 돼 있으며, (…) 부분은 비공개로 지정돼 삭제된 상태로 공개돼 보다 민감한 내용은 감춘 것으로 추측된다.

CIA 일일보고서는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를 군사정권을 낮춰 부르는 ‘군사평의회’(junta)나 ‘통치위원회’(ruling council)라는 단어를 사용해 불렀다. 또 박 의장은 군 계급을 써서 ‘박 소장’(Maj. Gen. Pak) 등으로 했고, 김 부장은 ‘보안 책임자 김종필’(security chief Kim Chong-pil) 등으로 표기했다.

1963년 1월 22일 보고서는 김동하 중장을 시작으로 많은 인사가 국가재건최고회의에서 사퇴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 데 대해 “남한 통치위원회에 공공연한 분열이 발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집단 사퇴 움직임이 “오래 보안 책임자를 맡아 온 남한의 숨은 실력자 김종필이 정권의 고분고분한 신생 정당의 주도권을 잡아 공개적으로 정치적 권력을 얻는 것을 막으려는 막판 시도”라고 분석했다. 이틀 뒤인 1963년 1월 24일 보고서는 “김종필은 이제 정권의 정당에서 축출됐으며 우리는 그가 곧 다른 사람들 몇 명과 함께 해외로 보내질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군부 지도자들은 어떤 경우든 공개적인 반대세력(야당)은 싹부터 잘라버리기 위해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 정부는 5·16 군사쿠데타 직후부터 박정희 당시 소장을 공산주의자로 판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CIA는 5·16쿠데타 발발 약 두 달 후인 1961년 7월 19일 당시 새뮤얼 버거 주한 미국대사의 판단을 토대로 쿠데타의 배경과 주도자들의 성향, 당면 과제 등을 보고했다. 버거 대사는 “봉기의 동기는 애국적, 민족주의적, 반(反)공산주의적인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봉기를 주도한 혁명 지도자들 가운데 기회주의자나 공산주의 잠복세력이 있을 수 있지만, 박정희는 그런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CIA는 보고했다.

CIA는 당시 한국 내부의 복잡한 정세를 대통령에게 거의 실시간으로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6월 26일자 일일보고에는 역쿠테다 설에 대한 새로운 정보가 없다고 돼 있으나 다음 날 일일보고에는 여권 내의 해결되지 않는 갈등이 한창인 가운데 쿠데타 음모가 계속되고 있다고 적혀 있다. 7월 7일 자 일일보고에는 박정희 소장이 국가재건최고회의에서 장도영 당시 육군참모총장 지지자들을 제거하고 자신의 통제력을 강화하려 한다는 등의 내용이 기술돼 있다.

CIA는 또 군사정권이 추진하는 한일조약에 반대하던 대학생들을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8월 24일 자 일일보고에서 “학생 선동가들이 다음 달 한일조약에 반대하는 시위를 준비 중”이라고 전하면서 “학생들 중 상당수가 야당 정치인들로부터 돈을 받는데 이들이 내일(8월25일) 서울과 다른 도시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인 뒤 1주일가량의 휴지기에 들어간다”고 학생운동 지도부를 야당의 정치자금을 받는 선동가로 평가했다.

이날 공개된 대통령 일일보고는 ‘대통령만 열람’(For the President's Eyes Only)라는 직인이 찍혀있고, CIA가 매일 대통령에게 올린 전 세계 관련 현황 보고 문건이다. 이날 공개 문건의 분량은 무려 1만9,000쪽으로 1960년대 재35대 존 F. 케네디(1917∼1963년), 36대 린든 B 존슨(1908∼1973년) 전 대통령 시절의 정보 문건으로는 최초로 공개된 것이라고 AP 통신은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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