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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空約)된 복지ㆍ창조경제… ‘근혜노믹스’도 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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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空約)된 복지ㆍ창조경제… ‘근혜노믹스’도 파면

입력
2017.03.1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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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공약들 공수표 전락

작년 국세수입 11.3% 급증

“증세만 있고 복지 없다” 지적

청년ㆍ저소득층 일자리 창출 못해

“임기 중 코스피 3000” 목표도

3.9% 상승해 2097 그쳐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2년 대선 후보 당시‘코스피 3,000’시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대통령 취임일 전 거래일인 2013년 2월 22일 코스피 종가는 2,018.89였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이 나온 지난 10일 코스피는 2,097.35로 마감됐다. 재임 기간 코스피는 3.89%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1만4,000에서 2만902로 무려 49.30%나 상승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72.18%,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38.83% 올랐다.

박 전 대통령은 증시뿐 아니라 경제 정책 전반에서 이미 주권자인 국민들과 시장으로부터 사실상 파면된 상태였다. 박 전 대통령의 증세 없는 복지 공약은 전혀 지켜지지 못했고, 전매특허로 내세웠던 ‘창조경제’는 실체 없는 공수표로 전락했다. 2012년 대선에서 약속했던 ▦효율적인 예산집행 ▦지하경제 양성화 등 공약들도 제대로 이행된 게 없다. 특히 2015년초 연말정산 파동은 증세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담뱃값 인상에도 흡연율은 낮추지 못한 채 세금만 올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급기야 지난해 국세수입은 2015년보다 24조7,000억원(11.3%)이나 늘었고, 이 때문에 지난해 조세부담률은 대규모 감세를 했던 이명박 정부의 집권 직전 해인 2007년 수준(19.6%)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세금만 늘린 것에 비해 이렇다 할 복지 쪽 업적이 없어, 임기 내내 ‘증세, 없는 복지’(증세만 있고 복지는 없다)라는 비아냥을 샀다.

성장과 분배에서도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쳤다. 박 전 대통령은 취임 1년 후인 2014년 1월 경제정책 3개년 계획을 내놓으며 ‘474 공약’을 제시했다. 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를 달성하겠다는 약속이었다. 그러나 그의 임기 동안 잠재성장률은 2%대 초중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지난해 고용률은 66.1%로 70%에 턱없이 모자랐다. 1인당 소득은 오히려 뒷걸음질까지 치면서 2만7,000~2만8,000달러 사이에 머물러 있다.

분배구조도 계속 나빠졌다. 가장 큰 피해를 본 계층은 청년과 저소득층이었다. 지난해 청년층 실업률은 관련 통계조사가 시작된 1999년 이후 최고치인 9.8%를 기록했다. 청년층이 겪는 체감실업률(고용보조지표3)은 22.5%에 이르렀다. 2012~2016년 4년간 소득 1분위(하위 20%) 월평균 근로소득은 1.8% 감소한 반면 5분위(상위 20%) 근로소득은 12.1% 증가했다.

경제적 소외와 격차는 단순히 경제적 차원의 문제에만 그치지 않았다. 청년층이 제때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현상은 늦은 결혼 또는 결혼 기피로 이어졌고, 결국 낮은 출산율(지난해 합계출산율 1.17명으로 OECD 최저)을 더 낮게 만든 요인으로 작용했다. 세대 및 빈부격차 심화는 사회 통합을 저해하고 정치적 불안을 고조시킨 근본 요인이다.

‘박근혜 표 성장’의 핵심 개념인 창조경제는 임기 내내 그 실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았고, 급기야 일부 사업이 비선실세의 권력농단과 연관된 정황마저 드러나면서 이제는 금기어 취급을 받고 있다. 자산효과(자산 가치가 상승하면 소비도 증가하는 현상)를 노리고 추진됐던 부동산 부양대책은 내수여력을 확충하지도 못한 채 사상 최고치의 가계부채(지난해 말 1,344조원)만 양산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경제분야에서 그나마 성과가 있다면 CJㆍ한진그룹 등 일부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를 강력하게 규제한 정도다. 그러나 이마저도 최순실 게이트 과정에서 CJ 등 일부 대기업에 대해 정권이 ‘손봐주기’ 차원의 보복성 조사를 한 정황이 드러나며 그 의도를 의심받고 있다.

현 정부가 외교정책상 실책 때문에 경제에 남긴 생채기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과 심각한 갈등을 겪으면서 중국 정부의 보복이 본격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벌어지고 있는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 기조에 대해서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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