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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내일 문학번역원 통폐합 논의… "문학 寒流" 우려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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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내일 문학번역원 통폐합 논의… "문학 寒流" 우려 목소리

입력
2015.04.13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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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작품 해외 소개하는 창구를 출판산업육성 목적 진흥원으로

시장 논리 접근땐 번역 질 저하… "문학진흥법 발효 이후로 미루자"

지난해 런던도서전에 참가한 신경숙(왼쪽에서 두 번째) 한강(왼쪽에서 세 번째) 작가. 국내 작가들을 해외에 알리는 데에 한국문학번역원의 작품 번역이 역할을 해 왔다. 한국문학번역원 제공
지난해 런던도서전에 참가한 신경숙(왼쪽에서 두 번째) 한강(왼쪽에서 세 번째) 작가. 국내 작가들을 해외에 알리는 데에 한국문학번역원의 작품 번역이 역할을 해 왔다. 한국문학번역원 제공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정책의 일환으로 한국문학번역원(이하 번역원)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에 통폐합시키는 안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 문학을 세계에 알리는 일을 하는 번역원을 출판산업 육성을 담당하는 진흥원에 통폐합시킬 경우, 문학 지원이 시장 논리에 발목을 잡힐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20일 관계부처와 ‘2단계 공공기관 정상화 방안’을 협의하기 앞서, 15일 조세재정연구원 주최로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향에 대한 정책토론회’를 열고 번역원 통폐합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번역원 통폐합은 SOC(사회간접자본), 농림?수산, 문화?예술 등 3대 분야의 정상화 논의 중 3부 문화?예술 분야에서 거론된다.

통폐합 논의는 번역원과 진흥원 모두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을 법적 근거로 한다는 데서 비롯한다. 2001년 ‘한국 문학의 세계화’를 목표로 설립된 번역원은 한국 문학작품 번역 및 전문 번역가 양성을 주업무로 해왔다. 그러다가 인문?사회 도서 번역 등 문학 외 업무가 늘어나면서 2010년 번역원 소관이 문화예술진흥법에서 출판산업진흥법으로 이관됐다. 2012년 국내 출판산업 육성을 목표로 진흥원이 설립되면서 양 기관의 업무가 중복되므로 통폐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문학계에서는 경제논리에 의해 추진되는 번역원 통폐합이 문학작품를 해외에 알리는 데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권세훈 번역원 본부장은 “진흥원은 출판산업 육성이 목적이지만 번역원의 경우 산업은 부차적이고 문화?예술의 전파가 핵심”이라며 “문학은 한 나라의 위상을 보여주는 분야인 만큼 장기적이고 공적인 투자가 필요한데, 산업으로 접근했다가는 시장 논리에 의해 실용서 등에 밀려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번역의 질 저하도 문제다. 번역원은 2008년부터 번역아카데미를 운영, 한국문학 전문 번역가를 양성해왔다. 정우영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은 “(통폐합되면) 문학번역원이 아닌 번역 본부가 될 것”이라며 “고은, 신경숙 등의 작품이 외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는 데에 번역원이 큰 몫을 했는데 (통폐합은) 이런 중요한 창구를 우리 스스로 없애버리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도종환 의원이 발의한 문학진흥법 때문에 통폐합 논의가 시기 부적절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국립문학관과 문학진흥원 설립을 골자로 하는 문학진흥법에는 번역원의 법적 근거를 이관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문단에서는 문학진흥법이 발효되면 문학진흥원과 번역원이 국내?외 업무를 각각 맡아 양 날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 총장은 “문학진흥법의 발효 여부가 결정된 후 통폐합 논의를 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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