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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춘추전국시대, 이 책 한 권이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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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춘추전국시대, 이 책 한 권이면 끝난다

입력
2015.07.10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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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개 제후국 550년 역사 다룬 대하소설 열국지의 최종본

김영문이 50년 만에 새롭게 완역, 기존 번역 오류 찾아내 바로잡아

‘춘추 5패’ 중 두 번째 패자, 진 문공은 자국에서 쫓겨나 19년 유랑 끝에 돌아와 즉위했다. 1888년 상하이 점석재에서 간행된 ‘동주열국지’의 삽화. 글항아리 제공
‘춘추 5패’ 중 두 번째 패자, 진 문공은 자국에서 쫓겨나 19년 유랑 끝에 돌아와 즉위했다. 1888년 상하이 점석재에서 간행된 ‘동주열국지’의 삽화. 글항아리 제공

기원전 221년 진시황의 천하통일로 막을 내린 중국 춘추전국시대는 역사상 유례 없는 대혼란기였다. 천하의 주인을 자처하던 주 왕조가 약해진 틈을 타 550년 간 수백 개 제후국이 명멸하는 가운데 약육강식과 권모술수, 하극상이 판을 쳤다. 난세에 천태만상의 인간 군상이 역사를 수놓는 가운데 수많은 사상가들이 백가쟁명을 펼침으로써 문화가 무르익은 시기이기도 하다. 춘추전국시대를 알면 중국의 과거, 현재, 미래를 알 수 있다고 할 만큼 역사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이 그 때 일어났다.

동주열국지 풍몽룡 지음, 채원방 정리, 김영문 옮김 글항아리 발행, 전6권, 각권 2만 5,000원
동주열국지 풍몽룡 지음, 채원방 정리, 김영문 옮김 글항아리 발행, 전6권, 각권 2만 5,000원

중국 고전 ‘동주열국지’는 춘추전국시대 550년의 역사를 다룬 대하소설 ‘열국지’의 최종본이다. 명나라 말 학자 겸 소설가 풍몽룡이 쓴 것을 청나라 중기 건륭 연간의 문인 채원방이 정리했다. 주나라가 오랑캐 견융에 쫓겨 동쪽 낙양지역으로 천도하는 때부터 시작하는 이 책에는 110여 나라 1,650여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같은 역사연의소설 중 가장 잘 알려진 ‘삼국지’가 다루는 시기 97년, 등장인물 1,190여명을 훌쩍 뛰어넘는다. 가히 역사연의소설의 지존이다. 열국지는 조선 선비들의 애독서였고 조선 후기에 오면 한글로 풀어쓴 언해 방각본이 민간에 유행했다.

중문학자 김영문이 옮긴 ‘동주열국지’는 1964년 출간된 김구용의 번역 이래 반 세기 만의 새 완역본이다. ‘동주열국지’의 현대어 번역은 여러 종이 나와 있지만 현재 유통되고 있는 완역본은 김구용의 것이 거의 유일하고 발췌 번역이나 평역, 재창작이 대부분이다.

이번에 나온 김영문의 ‘동주열국지’는 기존 번역의 오류를 바로잡아 정본 결정판을 시도했다. 일부러 기존 번역본을 보지 않고 번역한 뒤 나중에 대조해서 오류를 잡았고, ‘동주열국지’ 원전의 오류도 찾아내 각주에서 밝혔다.

주나라 선왕이 망국을 암시하는 동요를 듣고 패악을 저지르는 장면부터 진시황의 천하통일까지 1~108회로 구분된 동주열국지를 전 5권에 담고, 이 방대한 서사를 읽는 데 도움이 되도록 ‘동주열국지 사전’을 별도의 단행본으로 함께 내놓았다. 사전은 ‘동주열국지’의 등장인물, 고사성어, 춘추전국시대 연표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채원방이 쓴 ‘열국지 독법’을 수록했다. 채원방은 이 책을 ‘소설이 아닌 정사로 읽어달라’고 했다. 소설 형식을 취했지만 허구가 아니라 정사를 기반으로 엮었다는 뜻이다. 춘추전국시대를 알려면 ‘좌전’ ‘춘추’ ‘사기’ 등 사서나 논어, 맹자 등 제자백가의 저술을 두루 훑어야겠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이 어려운 숙제를 ‘동주열국지’로 해결할 수 있다. 채원방은 “이 책 한 질만 읽더라도 다른 패관류 수십 부를 읽는 것과 맞먹게 될 것이다”고 자부했다.

동주열국지의 마지막, 108회는 ‘열국지’를 읽고 중국 문인 염선이 읊은 시로 끝난다. “천고의 흥망성쇠 한데 묶어 살펴보니 / 조정에서 간신 현신을 등용하기에 달렸도다”라고 했다. 춘추전국시대 550년의 거울에 비추어 얻은 이 깨달음은 오늘날에도 유효할 터, 역사는 흘러간 옛이야기가 아니라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라 하겠다. 오늘날 ‘동주열국지’를 읽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무엇보다 일단 재미있다. 난세를 살다 간 온갖 인간 군상의 천태만상이 그려내는 스펙터클이 압도적이거니와 흥미진진해서 무궁무진한 이야기에 푹 빠지면 도끼 자루 썩는 줄 모른다.

그래도 방대한 분량에 지레 질려 책 펼치기를 망설이는 독자에게 번역자 김영문이 권하는 독법 중 하나는 별권 사전에 수록된 고사성어의 에피소드를 찾아 읽는 것이다. 몇 회에 나온다고 일러주고 있어 꽤 요긴하다. 결초보은, 관포지교, 낭중지추, 순망치한, 와신상담, 토사구팽 등 널리 알려진 고사성어의 출전이 바로 ‘동주열국지’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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