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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팔 감쌌던 검-경, 이번엔 제대로 밝혀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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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팔 감쌌던 검-경, 이번엔 제대로 밝혀낼까

입력
2015.10.15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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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사망진단서·장례동영상 존재에도 "살아있다" 목격자들 제보 줄이어

2011년 12월 중국에서 치러진 것으로 알려진 다단계 사기왕 조희팔의 장례식 모습. 사진은 경찰이 조희팔 가족으로부터 압수한 동영상 중 한 장면이지만 진위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경찰청 제공
2011년 12월 중국에서 치러진 것으로 알려진 다단계 사기왕 조희팔의 장례식 모습. 사진은 경찰이 조희팔 가족으로부터 압수한 동영상 중 한 장면이지만 진위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경찰청 제공

희대의 다단계사기꾼으로 불리는 조희팔. 단군이래 최대규모라는 4조원대 사기행각을 벌이고 중국으로 밀항한 그의 최측근인 강태용(54)이 최근 중국 공안에 검거돼 국내 송환이 임박함에 따라 조희팔을 둘러싼 각종 의문이 해소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의 사망발표에도 꾸준히 제기되는 생존설을 비롯, 2008년 대구경찰의 석연치 않은 수사, 실제 피해규모와 은닉재산 등 밝혀야 할 과제가 수두룩하다. 조희팔의 비호세력을 자처한 검찰 경찰 등 수사라인 7명이 사법처리됐고, 향후 수사과정에서 추가 연루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 관련 기관은 벌집을 쑤셔놓은 듯 어수선하다. 조희팔의 사기에 놀아난 피해자가 어떻게 수 만 명까지 늘어나게 됐는지도 수수께끼다.

조희팔 살아있나?

경찰청은 2012년 5월 중국공안이 발급한 조희팔 사망진단서와 유족들의 장례식 동영상 등을 근거로 2011년 12월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그가 살아있다는 제보가 피해자단체 등에 잇따라 접수됐다. 강신명 경찰청장조차 “조희팔이 사망했다는 과학적 증거가 없고 수배상태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며 사망을 기정사실화했던 과거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

모두 신뢰하긴 어렵지만 목격자가 워낙 많고 제보내용이 구체적이어서 생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2008년 12월 조희팔 측근으로 밀항을 도왔다가 사법처리된 후 무속인이 된 최모씨 등은 한결같이 조희팔이 살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해자단체도 조희팔의 생존을 확신하고 지금도 그의 종적을 추적 중이다.

어떤 수법을 썼나

초등학교 졸업 학력이 전부인 조희팔은 타고난 언변으로 다단계사업에 뛰어들어 제법 큰 돈을 모았다. 2004년 대구 동구 신천동의 한 빌딩에 ㈜BMC라는 간판을 내걸고 안마기와 골반교정기 등 건강보조기를 모텔, 찜질방 등이 임대한 수익을 배당한다며 ‘투자자’들을 끌어 모으며 본격적인 사기행각이 시작했다.

440만원짜리 의료기를 구입(투자)하면 8개월간, 매주 17만5,000원씩 모두 580만원을 원리금으로 지급한다고 선전했다. 투자수익률은 연리로 환산하면 45%가 넘는다. 투자자 상당수는 원리금이 꼬박꼬박 지급되는 것을 보고 재투자를 했고, 일부는 친지들을 끌어들이고, 대출금으로 투자했다. 조희팔은 전국순회강연이나 교육 등을 열어 투자를 독려했고, 인천 서울 충남 부산 경기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실체를 숨기기 위해 회사명을 지역별로 다르게 썼고, 같은 지역에서도 주기적으로 바꿨다. 엘틴, 벤스, 티투, 리젠, 리브, 리드엔, 티투, 씨엔, ㈜벤스밴 등 기억하기조차 힘든 이름들이었다. 전국적으로 운영한 법인만 22개. 같은 법인이면서 이름만 다른 것을 합치면 50개가 넘는다.

이 과정에서 일부 자산은 호텔 요트 원자재 재개발사업 등에 투자했다. 이들 사업 대부분은 법인이 아닌 측근 개인명의로 돼 있다. 만약을 대비한 자산 은닉의 일환이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 배당금은 돌려 막기로 지탱했다. 이렇게 4년을 끌어왔다. 원리금 지급이 늦어지는 일은 별로 없었다. 신규 가입자가 계속 늘었기 때문이다.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너도나도 돈을 맡긴 이유다.

피해자들은 2008년 2월부터 조짐이 이상했다고 증언한다. 그 전까지는 원리금을 꼬박꼬박 지급했고, 일부 투자자들은 큰 돈을 벌고 발을 뺀 경우도 있었다. 더 큰 돈을 벌기 위해 재투자에 재투자를 거듭한 사람들과 막차를 탄 사람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피해자 중에는 2003년 대구지하철참사로 딸을 잃고 받은 보상금을 날린 사람도, 파지를 주워 판 돈을 한 푼 두 푼 모아둔 노후자금을 고스란히 잃은 경우도 많았다. 결혼자금이나 아파트 중도금을 잠시 운용하려다가 파혼을 하고 집을 날린 경우도 부지기수다. 대구 동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핵심 간부가 징역 7년을 선고 받고 복역하는 사이에 전 재산을 날린 이웃 주민이 투신자살한 사례도 있었다. 그런데도 수감된 핵심간부 가족들은 호의호식하고 있어 주변의 눈총을 받고 있다.

피해규모와 피해회복 가능성은

드러난 은닉재산 1200억 배분 놓고 1만6000여명 진흙탕 소송 전쟁

경찰 수사와 법원 판결문에 나타난 공식 피해규모는 2만4,599명에 2조5,620억원이다. 피해액이 상대적으로 적어 신고하지 않은 사람도 있을 수 있어 실제 피해자수와 피해액은 이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 피해자 단체 측은 총 피해규모가 8조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재투자를 한 사람들의 피해액에는 연리 40%가 넘는 수익금도 포함돼 있어 원금만 따진다면 이보다 적다는 분석도 있지만 금액 유무를 떠나 단군이래 최대 규모 다단계 사기사건이라는 실상은 변함이 없다.

은닉재산은 피해액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어 보인다. 강태용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하면 더 나올 가능성도 있지만 피해자들의 기대에는 한창 못 미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은닉 재산 찾기에 나선 대구지방검찰청은 조희팔이 고철사업자 현모(53)씨에게 맡겨둔 710억원 등 모두 1,200억원을 찾아냈다. 하지만 이들 자산 상당수는 이미 오래 전부터 피해자단체들이 민사소송 등을 통해 환수 과정에 있던 것이어서, 새로 찾아낸 돈은 그리 많지 않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 중 일부는 은닉자산을 다른 피해자 몰래 처분해 착복하는 일도 발생했다. 지난해부터는 고철업자가 법원에 공탁한 710억원의 배분을 둘러싸고 1만6,000명이 넘는 피해자들이 혈전을 벌이고 있다. 현씨가 대구지법 서부지원에 공탁한 320억원을 놓고 대법원에서 피해금액을 확정 받아 공탁금 배분 우선순위가 있다고 주장하는 850여 명이 나머지 피해자 1만6,000여명을 상대로 공탁금출급청구권 확인 소송을 냈기 때문이다. 이들은 7억여 원을 모아 피고측 대부분에 대해 송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고 측 피해자들은 “원고가 피해금액을 뻥튀기 해 일반 피해자들에게 골고루 분배해야 할 것을 독차지하려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2008년 대구경찰의 조희팔 수사가 수상하다

2008년 당시 핵심 관계자 검거 '0'

늑장 수배 등 수사 ABC도 안 지켜

2008년 당시 대구지방경찰청의 조희팔 수사는 수사의 기본에서 한참 벗어났다는 지적이다.

대구지방경찰청은 2008년 11월7일 “대구 수성구 만촌동 유사수신업체 전산실과 기획실을 압수해 대구 부산 인천 등을 거점으로 수조원대의 유사수신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 회사 실질적인 대표 조희팔 등 핵심 관계자 8명을 출국금지조치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대구지방경찰청은 10월31일 압수수색을 하고도 조희팔의 측근 강태용 등에 대해서는 곧바로 별도의 조치를 하지 않는 바람에 강태용은 수사브리핑 5일 전인 11월2일 대구공항을 통해 중국으로 유유히 출국했다. 대구지방경찰청은 더욱이 주범으로 지목한 조희팔은 수사 발표 열흘 뒤에서야 지명수배했다. 결국 경찰은 핵심 관계자는 단 한명도 검거하지 못했다. 압수수색 이전에 조희팔 일당은 전산실 자료의 핵심 내용을 모두 파기했다. 수사기밀 누설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대구지방경찰청의 석연치 않은 조치는 당시 비슷한 시기 수사를 진행한 충남 서산경찰서의 사례와 비교하면 확연히 드러난다.

충남 서산경찰서는 앞서 10월 21일 충청권을 중심으로 2조원대의 유사수신 행위를 한 업체를 적발했다며 실질적 대표 조희팔을 출국금지했다. 서산경찰서는 대구경찰청 수사발표 나흘뒤인 11월11일 리드앤 대표 최창집을 구속하고 관련자 103명을 불구속입건했다. 대구경찰이 변죽만 서산경찰서는 이미 상당한 수사성과를 거둔 셈이다.

수사 막바지에 다양한 명칭의 회사가 모두 조희팔과 관련된 사실을 알고 양측 경찰은 역할분담까지 했으나 대구청의 이상한 수사발표로 김이 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 충남지방경찰청과 서산경찰서는 조희팔 측이 “건실한 회사를 경찰이 수사해 망하게 한다”는 헛소문을 퍼뜨리고, 이를 믿은 피해자들의 항의로 수사팀이 적잖이 시달린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에 경찰 내부에서 수사정보 누설 정도가 아니라 조직적인 비호가 있지 않았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대구지방경찰청 강력계장이던 권모 전 총경이 조희팔로부터 9억원을 받은 것도 수사가 막바지로 치닫던 10월 28일이었다.

또 당시 수사팀에는 경찰이 15일 구속영장을 신청한 정모(40) 전 경사가 포함돼 있었다. 정씨는 2007년 8월 동업 형태로 제과점을 내면서 조희팔 측으로부터 1억 원을 받은 상태였다. 조희팔이 밀항한 뒤 2009년 5월에는 중국으로 건너가 함께 향락을 즐겼다.

강태용이 돈으로 매수한 당시 대구지검 서부지청 차장이던 김광준 전 서울고검 검사와 오동식 대구지검 수사과 수사관도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강태용과 김광중은 고교 동기동창, 오씨는 1년 선배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당시 수사책임자는 “정 전 경사는 기업회계수사 분야 전문가로, 다른 팀과 함께 했기 때문에 수사비밀을 누설했을 수는 있지만 수사 자체를 막지는 못했다”며 “당시 주범들을 잡지 못했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해명했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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