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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이사회, 특정 정파가 좌지우지 못하는 구조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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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이사회, 특정 정파가 좌지우지 못하는 구조여야

입력
2015.11.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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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학자들은 “대통령-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공영방송 이사회로 내려오는 연결 고리”를 깨뜨리는 것이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확보하는 핵심이라고 진단한다. 여당이 정점의 권력을 갖고 방송사 인선을 좌지우지하는 방송은 그야말로 관영방송이라는 것이다.

공영방송 이사회는 사장 선임과 해임 권한을 갖는다. 하지만 이사들을 여야가 추천하고, 여당 추천 몫이 압도적 다수(KBS 이사회 7 대 4, MBC 방문진 6 대 3, EBS 7 대 2)여서 사실상 정부 여당의 입김을 벗어날 수가 없다. EBS 이사회는 사장 후보를 임명제청할 권한도 없이 방통위원장이 임명하도록 돼 있어 결국 대통령의 영향력이 직접 미친다. 하나같이 “무력감을 느낀다”는 야당 추천 방통위원과 이사들의 하소연은 집권 여당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공영방송의 실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법적 근거도 없는 여야 비율 개선해야”

하지만 이같은 이사회 구성은 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 방송법(제46조)과 방송문화진흥회법(제9조)에는 KBS이사 11명, MBC 이사 9명 등 인원만 명시돼 있을 뿐 여야 추천 비율 등에 대한 언급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때문에 언론학자들은 우선 방통위의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통위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현재 대통령 2인, 여당 1인, 야당 2인을 추천해 구성하는 방통위를 대통령 직속기구가 아닌 독립기구로 바꾸고, 공영방송 이사 선임 구조도 법률로 정하자는 주장이다.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관련 법에 이사 자격과 선임 방식을 구체화하고, 방통위와 여당의 연계를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시민단체·학계·법률·언론현업단체가 모여 국회에 입법 청원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시민사회 법안’은 공영방송 이사회 지배구조에 대한 대안을 담고 있다. KBS MBC EBS에 대해 공히 이사 수를 11명으로 하고 여야가 각각 4인, 나머지 3인은 여야가 합의로 추천해 선임구조의 중간지대를 두자는 내용이다. 현재 방통위가 가진 공영방송 이사 추천과 EBS 사장 임명 권한도 국회에 돌려주고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한다.

또한 이사와 사장 후보는 국회 상임위에 후보추천위원회를 두어 추천해 간접선출하도록 한다. 이사추천위원회는 국민 대표성을 반영해 국회 법률 회계 노동 여성 지역 시청자 장애 종교 환경 교육 경제 문화예술 자선·시민단체 등 15개 분야에서 상임위 여야 간사 합의로 2명씩 총 30명으로 구성하고, 여기서 발굴한 이사 후보 중 여야가 할당된 숫자만큼 이사를 추천한다. 사장추천위원회 역시 15개 분야의 위원들로 구성해 3배수의 사장 후보를 추천하면 이사회가 3분의 2의 동의(특별다수제)로 최종후보를 정해 대통령에 임명제청하자는 안이다. 이는 각계각층의 대표 등 77명으로 구성된 독일 공영방송(ZDF)의 방송위원회를 차용한 것이다. ZDF 방송위원회는 특별다수제로 사장을 선임해 특정 정파를 대변하는 인사가 뽑히기 어렵다.

집권 노리는 야당도 개혁에 미진

문제는 정치권이 국민에게 봉사하는 공영방송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몇 해 전 입법 청원한 이 법안은 전혀 논의되지 않는 것도 여야를 막론하고 누가 집권하든 방송을 정권의 손에 쥐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여당이 지배할 수밖에 없는 이사회 구조도 지금의 야당이 집권했을 때 도입된 관행이다. 2000년 김대중 정부 당시 통합방송법을 제정하고 방송위원회(방통위의 전신)를 합의제 행정기구로 독립시키면서 국회가 관장하던 KBS MBC 이사 선임을 방송위 추천으로 넘겼고, 방송위원은 대통령(3인)과 국회의장(교섭단체 협의 3인, 문화관광위원회 3인)이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면서 여당에 더 큰 몫을 주는 관행이 자리를 잡았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당시 야당(한나라당)도 집권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를 바로잡으려 하지 않았고, 정권이 바뀌자 이명박 정부의 방통위가 대통령 직속기구가 되면서 여야 이사 비율이 고착됐다”고 지적했다.

이사 자격, 연임도 구체화 필요

이사 자격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나마 지난해 법 개정으로 정권과 유착관계를 검토할 수 있도록 6가지 결격사유가 추가됐으나 극우 성향의 인물을 공영방송 이사로 임명하거나, 유례 없는 ‘3연임’을 막지 못하고 있다. 보수단체에서 활동해 온 차기환 변호사와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은 이사 3연임을 달성했다.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이사들의 자격은 물론 연임 허용도 재논의돼야 한다”며 “자격미달 이사들로 인해 공영방영이 더 이상 훼손되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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