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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치권의 ‘미투’ 확산, 남성 중심 정치문화 변화의 계기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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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치권의 ‘미투’ 확산, 남성 중심 정치문화 변화의 계기 돼야

입력
2018.03.11 19:1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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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으로 번진 ‘미투’ 물결이 거세다. 대선 출사표까지 냈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성폭력 고발이 나오자 “죄송하다”며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다가올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출마 의욕을 보인 정봉주 전 의원도 성추행 논란에 휘말려 있다. 역시 과거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민병두 의원은 의원직을 내려놓겠다고 했다. 그간 정치권의 행태를 생각하면 앞으로 터져 나올 사건들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가 잇따르는 상황이다.

미투 물결은 서지현 검사의 폭로가 기폭제가 되어 사회 전분야로 번지고 있고 관련 정부 대책까지 나왔지만 정치권으로의 확산은 특별히 눈길을 끈다. 우선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다. 선거 과정에서 후보들의 과거 여성관, 양성 평등의식 등이 낱낱이 드러나 후보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사실관계가 불분명한 폭로가 경쟁 후보를 음해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대체로 이런 새로운 잣대가 선거에 미칠 긍정적 효과가 훨씬 커 보인다. 이런 변화가 남성 중심인 정치권의 낡은 틀을 바꿀 뿐만 아니라 그렇게 바뀐 정치권이 양성평등 관련 법규 제정 등 미투 운동의 제도적 뒷받침을 보장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양성평등기본법이나 남녀고용평등법 등 관련 국내 법률은 겉으로는 양성평등 모범국가인 북유럽 등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허술한 곳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양성평등기본법의 경우 국가기관이 양성평등을 위해 ‘노력’하고, 성희롱 사건 등에서 가해자 징계를 ‘요청’하도록 느슨한 규정에 머물러 있다. 기업의 여성임원비율을 법률로 강제하는 나라가 이미 여럿인데도 국내에서는 최근에야 공공기관 등의 성별 임원수와 임금현황 공표가 가능해진 정도다.

세계경제포럼이 지난해 말 발표한 성 격차 보고서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 144국 중 118위였다. 여성 국회의원과 각료 숫자를 반영하는 정치부문은 종합 순위보다 낫다지만, 이 역시 각각 97위, 115위에 그쳤다. 정당들이 너도나도 선거에서 여성후보 보장 비율을 약속한 것이 이미 10여 년을 헤아린다. 하지만 실제로는 후보 추천 자체가 이 비율에 못 미치는 경우가 적지 않았고 당선에 이르는 경우는 이보다 훨씬 적었다. 미투 물결 속에 치러지는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남성 후보들의 역사ㆍ인권 의식과 함께 양성평등 인식이 다퉈지고, 양성평등의 동력이자 결실인 여성의 정치 진출이 활발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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