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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민심에 與도 눈치...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가능성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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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민심에 與도 눈치...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가능성 높다

입력
2017.01.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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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ㆍ경제 개혁 분야 적극적

골목상권활성화 방안도 추진

대기업 지배구조 투명성 높이는

상법 개정에 대한 입장은 갈려

‘공영방송 이사회 회의록’ 공개

신당이 적극 수용 방안 검토도

정치권의 개혁법안 추진이 개혁보수신당(가칭)의 가세로 힘이 붙고 있다. 신당은 새누리당에서 분당하기 이전 만해도 개혁법안의 논의조차 금기시했다. 여당 시절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야3당의 호소에 동참하지 않았지만 이번에 야당으로 탈바꿈 하면서 기존 새누리당과 차별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 그러자 새누리당까지 보수 주도권을 놓고 신당과 좌클릭 입법 경쟁에 가세한 상태다. 대기업의 지배구조 투명성 확보를 비롯한 재벌개혁이 대표적이다. 촛불 민심이 사회 곳곳의 적폐 청산을 요구하는 쪽으로 옮겨간 것도 신당과 새누리당의 변화를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개혁입법은 재벌ㆍ경제 분야다. 신당이나 새누리당은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공약인 ‘경제 민주화’를 다시 꺼낸 모양새다. 그 중에서도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는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다.

3일 민주당 원내대표단과 정책위원회는 1ㆍ2월 국회에서 먼저 처리할 입법 과제를 추렸는데, 그 중 전속고발권 폐지를 통과 가능성이 제일 큰 법안으로 꼽았다. 현재 기업들의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은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 검찰이 기소할 수 있다. 이런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공정거래법 등 위반 행위로 피해를 입은 자는 누구든 고발할 수 있게 된다.

야권은 그 동안 기업 간 공정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 권리를 강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실제 법 위반을 예방할 수 있다며 전속고발권 폐지를 추진해 왔다. 이에 여권은 피해자들이 고발을 남용할 경우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공정위가 전문성을 가지고 관련 사건을 우선 판단하는 게 필요하다며 반대했었다.

하지만 신당은 물론 새누리당도 내부적으로 전속고발권 폐지가 가능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거치며 재벌과 정권의 정경유착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서 이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민심의 요구를 거스를 수 없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골목상권활성화, 최저임금 인상 등도 여야 모든 당이 공통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대기업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를 위한 상법개정에 대한 입장은 다소 의견이 갈리고 있다. 개혁보수신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다중 대표 소송제(모 회사의 주주가 자 회사에게 자회사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도록 하는 것) 도입 ▦집중 투표제(일정 자산 이상의 상장회사에서 2인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소수주주권으로 집중 투표를 청구할 경우 정관으로 이를 막을 수 없도록 하는 것) 단계적 의무화 ▦감사위원회 위원 분리선출제(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회 위원을 다른 이사들과 분리해 선출하는 것) 도입 ▦전자투표제(주주가 총회에 출석하지 않고도 전자 투표 등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것) 도입 등을 포함한 상법개정안 추진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당 차원에서 입법을 추진 중인 내용과 같고, 앞서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기도 하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대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 책임성 확보에 공감은 하면서도, 야당의 상법개정안은 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우려된다며 유보적 입장이다. 이현재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경제민주화 차원에서 추진했던 법안을 모두 다시 살펴 보겠다”며 “다음주 공청회를 열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법인세 인상에 대해서도 기존 민주당, 국민의당에 신당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이지만, 새누리당은 반대 입장을 밝혔다.

검찰개혁 방안으로 나오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는 실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 동안 야당은 고위공직자 부정부패ㆍ비리행위를 척결하고, 검찰에 대한 외부적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독립적 상설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고, 여당은 ‘옥상옥’에 불과하며 입법부의 사법권 통제로서 위헌적이라고 반대했다. 그러나 최근 신당과 새누리당 모두에서 이런 입장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신당이 대통령, 국회의원 등을 뽑는 선거에서 선거권을 행사하는 연령을 현행 ‘19세 이상’에서 ‘18세 이상’으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나선 점도 눈에 띈다. 그 동안 야당은 18세는 혼인이 가능하고, 병역 의무도 지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하향조정 개정 의견을 낸 만큼 18세까지 투표권을 주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 왔다. 반면 보수 진영은 18세에게 투표권을 줄 경우 선거에서 불리하다는 판단과 함께 교육 현장의 정치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반대했었다.

언론 개혁 분야에서는 신당이 그 동안 야당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주장해 온 KBS, MBC, EBS의 이사회 구성과 회의록 공개를 받아들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KBS 사장을 선출하는 KBS 이사회는 여야 추천 이사가 7대4 비율이고, MBC 사장을 뽑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는 정부여당이 6명, 야당이 3명을 추천하는 구조다. 이를 여당 추천 7명, 야당 추천 6명으로 하고, 사장 임명 시 의결 정족수를 2분의 1에서 3분의 2로 바꾸는 것이다.

윤호중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개혁보수신당이 개혁 입법 과제에 적극적인 점은 반가운 일”이라면서 “새누리당 탈당 후 탈색을 위한 것인지, 진정한 보수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것인지는 이번 겨울방학 국회에서 개혁입법에 대한 찬반을 통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r@hankookilbo.com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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