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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리포트] 다시 타오르는 '행정수도 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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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리포트] 다시 타오르는 '행정수도 이전'

입력
2017.03.1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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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제2집무실 등의 후보지로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세종시 신도심 S-1생활권 국무총리실 인근 유보지 전경. 세종시 제공
청와대 제2집무실 등의 후보지로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세종시 신도심 S-1생활권 국무총리실 인근 유보지 전경. 세종시 제공

“대선 후보들이 행정수도 이전을 약속하고, 야권의 승리가 유력한 지금이 좌절된 행정수도를 되살릴 수 있는 최고의 기회다. 개헌이라는 그릇에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음식을 잘 요리해 담아내야 한다”(세종시 정치권 인사 A씨)

“13년 전 헌법재판소는 관습헌법을 들어 신행정수도를 위헌이라고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수정안을 일방적으로 추진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지금은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많이 형성돼 있고, 정치적 분위기도 훨씬 우호적이다”(세종시 고위공무원 A씨)

세종시가 ‘행정수도의 꿈’에 한껏 부풀어 있다. 대권 후보들이 세종시 행정수도론을 앞다퉈 내놓고, 대통령 탄핵 인용으로 확정된 5월 조기 대선에서 야권의 승리가 유력해지면서 ‘세종시=행정수도’ 가시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국민투표까지 거쳐야 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낙관론에만 기대선 안 된다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세종시 행정수도 건설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 직후 본격화하다가 2004년 10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좌절됐다. 후속 대안으로 총리실과 중앙행정기관 등만 옮기는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축소돼 2030년 완성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1단계 건설 마무리와 함께 중앙행정기관의 3분의 2가 세종시로 이전하자 업무 공백과 행정비효율 문제가 대두되면서 행정수도론은 꾸준히 회자됐지만 ‘찻잔 속의 태풍’ 정도였다.

행정수도론이 급부상한 것은 지난해 터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다. 안희정 충남지사와 남경필 경기지사,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자유한국당 안상수 의원까지 세종시 행정수도론을 설파하면서 정치권의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그리고 헌재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인용으로 조기 대선이 확정되고, 행정수도에 호의적인 야권의 승리가 점쳐지면서 그 기대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지난 10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 직후 성명을 내 “대선 과정에서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이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행정수도 관철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이 시장은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위원을 일일이 만나 지방분권 개헌에 행정수도 개헌 조항을 아예 명시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최근 꾸린 행정수도 T/F팀을 통해 당위성과 논리, 방안 등도 마련 중이다. 행정수도의 사전단계인 국회분원과 청와대 2집무실 입지도 검토하고 있다. 때가 되면 추천하기 위해서다. 시의회도 행정수도 완성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시와의 적극적인 협조를 천명했다.

민간에선 세종지역 200여개 단체가 참여한 행정수도 완성 세종시민대책위가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 공론화’에 나섰다. 대책위 관계자는 “이미 각 정당 세종시당에 행정수도 동참 여부에 대한 질의서를 보냈고,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모두가 동참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다음주에 총회를 갖고 조직을 완전히 정비한 뒤 토론회와 문화제를 열고, 온ㆍ오프라인 서명운동과 정치권 및 전국적 연대 활동 등을 벌여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향후 활동 계획을 설명했다.

한껏 고무된 행정수도 여론은 정부세종청사에서도 감지된다. 세종청사 한 고위 공무원은 “국회와 서울 사무소를 일주일이면 최소 두 번 이상 다녀오는데 하루를 그냥 잡아 먹는다”면서 “어차피 대다수 중요 부처가 다 내려오지 않았나. 직원들 사이에 (행정수도 논의)를 진지하게 할 시점이라는 얘기가 오가는 게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커지는 행정수도론에 세종지역 부동산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신도심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검찰 수사에 정부의 11.3 부동산 대책까지 겹쳐 어려웠는데 요즘엔 전화문의는 물론, 직접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아졌다”며 “어떤 사람은 ‘행정수도가 정말 되는 거냐’고 묻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빨간색 테두리선으로 표시된 부분이 유력한 청와대 제2집무실 및 국회 분원 후보지다. 면적은 왼쪽이 22만㎡, 오른쪽이 29만2,000㎡로 충분하다는 게 세종시의 설명이다. 세종시 제공
빨간색 테두리선으로 표시된 부분이 유력한 청와대 제2집무실 및 국회 분원 후보지다. 면적은 왼쪽이 22만㎡, 오른쪽이 29만2,000㎡로 충분하다는 게 세종시의 설명이다. 세종시 제공

행정수도 이전이 탄력 받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장밋빛 청사진’만 바라보다 끝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충청권을 제외하면 당장 수도권이 반발할 게 뻔한 데다 영호남, 강원 등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행정수도 이전 내용을 개헌 내용에 담았다가 자칫 국민적 저항에 부딪쳐 아예 국민투표를 못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조기 대선 이후 정치권이 각 정당 간 이해득실을 따지는 과정에서 행정수도 이전 논의가 지지부진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노동영 시 행정도시지원과장은 “지금은 정치적 분위기가 어느 때보다 우호적이지만 대선 이후까지 이어진다고 장담할 수 없다. 이는‘행정도시+α’를 약속해놓고 1단계(2015년)까지 계획한 예산의 76% 정도만 집행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한남대 원구환(행정학과) 교수는 “행정수도 이전에는 엄청난 부담과 저항이 뒤따를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행정중심복합도시로서의 역할과 면모를 확실히 갖춘 뒤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개헌 논의에 포함시키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개헌과 별개로 서울에 잔류한 중앙행정기관을 세종시로 이전하고, 국회분원과 청와대 제2집무실을 먼저 두는 등 행정수도의 토대를 우선 다져놓은 뒤 이전 필요성의 공감대를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원 교수는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계속 이슈화 시키는 한편, 지방정부의 권한 강화, 경제ㆍ정치 등 각 지역의 역할 특화 내용을 담은 균형발전 방안을 병행해 반발과 저항을 슬기롭게 풀어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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