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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자유한국당 '참회록', 후회만 있고 성찰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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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자유한국당 '참회록', 후회만 있고 성찰이 없다

입력
2017.06.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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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통합과 화합의 정치로 세대와 계층을 아우르고 보수의 가치를 발전적으로 계승해 대한민국 100년을 이끌어갈 미래정당으로서 자리매김하겠다"고 천명했다. 지난 주말 대선 패배 이후 처음 가진 국회의원ㆍ당협위원장 연석 연찬회 후 내놓은 결의문을 통해서다. 늦게나마 자유한국당이 패배 원인을 따져보고 반성과 쇄신의 목소리를 모은 것은 반길 일이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려면 제1 야당인 한국당의 균형 있는 협조와 견제, 책임 있는 리더십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결의문에서 100년 미래정당 자리매김 외에 쇄신과 혁신을 통한 강한 야당, 소통을 중시하는 생활정당, 국민의 신뢰를 받는 수권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하고 7ㆍ3 전당대회를 변화와 도약의 출발점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촛불혁명의 경고와 시대정신을 읽지 못한 채 패배주의에 빠져 허둥대다 우산으로 막으려 했으나 그 우산마저 뒤집혔다"는 자성과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는 대변혁이 요구된다"는 분임토의 결과를 압축한 것이라고 한다. 연찬회에서 홍준표 후보의 자질론과 한계론이 제기되고, 1년 뒤 치러질 지방선거 대비책이 논의된 것도 흥미롭다.

하지만 이런 정도의 결의로 한국당이 '적통 보수의 파산에 따른 550만표 차 패배'의 상처를 딛고 거듭날 수 있을지 미덥지 않다. 아직도 친박ㆍ비박으로 갈려 다투는 당 지배구조와 인적 구성이 미래 수권 생활 변화 소통 책임 등의 미사여구와 전혀 어울리지 않아서다. 선거패배 원인 분석과 자성의 수준도 시대정신을 반영하기는커녕 자기합리화 혹은 수박 겉핥기에 그쳤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첫 내각 인사에 접근하는 한국당의 태도는 이런 의구심을 더욱 굳게 한다. 한국당은 문 대통령이 자신의 인사 공약을 어기고 '내로남불'식으로 문제적 인사를 밀어붙이는 만큼 강력한 견제는 당연하다고 강변하지만, 작금의 견제는 장기 국정공백 상황을 도외시한 감정적 '되갚기'나 '몽니'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책임과 미래, 변화는 없고 오합지졸들의 아우성뿐이다.

한국당의 결의문이 진정한 참회록이 되려면 보수의 가치와 원칙이 뭔지, 이를 지키고 확장할 전략은 어떻게 세울 것인지, 무엇보다 중요한 인적 수혈의 문호를 어디까지 개방할 것인지를 더 고민해야 한다. 미국서 페북정치 등 '노이즈 마케팅'을 즐기던 홍 후보의 귀국을 계기로 당권경쟁이 불붙을 전망이다. 이를 도약의 기회로 삼을지 몰락의 계단으로 삼을지, 선택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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