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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포털 등 사업자의 개인정보 보호장치 중요해진 대법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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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포털 등 사업자의 개인정보 보호장치 중요해진 대법 판결

입력
2016.03.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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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포털 업체가 검ㆍ경 등 수사기관의 영장 없는 요청에 개인정보를 넘겼더라도 회원에게 배상할 책임이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는 10일 차 모씨가 네이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 판결에서 “개인정보 제공으로 인한 위자료 50만원을 지급하라”는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수사기관이 개인정보를 요청하면 포털 업체가 쉽게 응해도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것이어서 그 파장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포털과 이동통신 업체 등이 수사기관 요청이 있을 때 회원의 개인정보를 넘길 수 있도록 법이 허용하는 상황에서 사업자가 자체 심사 절차를 거쳐야 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였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은 감청과 통신내역은 영장이 있어야 하는 반면 가입자 이름과 주민번호, 주소, 전호번호 등의 통신자료는 영장 없이도 수사기관이 요청하면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2심에서는 “네이버가 통신비밀 전담기구를 통해 개인정보 제공 여부를 심사했어야 한다”고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반면 대법원은 네이버가 사안의 구체적 내용을 살펴 제공 여부를 결정할 의무는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수사기관에 전달되는 정보가 인적 사항에 한정되기 때문에 사익 침해 정도가 그리 크지 않다고 보았다. 사생활 보호와 수사 필요성 사이에서 수사 협조라는 공익이 더 크다고 본 셈이다.

이런 법 해석의 타당성 여부와는 별도로 이번 판결로 사생활 침해 우려가 커졌다는 논란이 남는다. 사업자들은 그 동안 수사기관 요청이 있으면 기계적으로 통신자료를 제공해왔다. 영장 없이도 수사기관에 제출된 자료가 매년 1,000만 건 정도고 해마다 큰 폭으로 느는 추세다. 그러다가 2012년 2심 판결 이후 네이버 등 포털 업체는 영장 없는 개인정보 제공에 응하지 않아 왔다. 문제는 대법원 판결로 이런 방침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사업자들의 개인정보 제공에 제약이 사라진 마당에 수사기관의 요청을 거부하기가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정보 유출과 사생활 침해에 대한 국민 불안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더욱이 테러방지법 통과로 누군가 내 사생활까지 들여다볼지 모른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테러방지법 반대 여론이 찬성보다 훨씬 높았고, 법 통과 이후 외국계 모바일 메신저 앱인 텔레그램 가입이 급증한 현상에서 확인된다. 포털과 통신사들이 종전처럼 무조건적 개인정보 제공 방식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이용자들의 불안을 덜어주기 위해 최소한의 안전장치와 적절한 자기통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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