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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헌재 소송지휘권 행사에 박 대통령 어깃장 놓아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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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헌재 소송지휘권 행사에 박 대통령 어깃장 놓아서야

입력
2017.02.10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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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 강력한 소송지휘권을 발동하며 재판을 주도하고 나섰다. 헌재는 9일 열린 12차 변론에서 대통령과 국회 소추위원 측에 23일까지 최종 의견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또 증인이 납득할 만한 사유 없이 불출석할 경우 재소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 측의 재판 지연 전략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달 안에 변론 절차가 마무리되고 3월 초 선고가 내려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헌재는 그동안 신속성 못지않게 재판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대통령 측의 ‘방어권 보장’에 신경을 써 왔다. 하지만 대통령 대리인단의 무더기 증인신청과 증인 불출석 등을 통한 재판 지연 전략이 노골화하자 더 이상 이에 휘둘릴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9일 증인신문에서 여느 때와 달리 엄격한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 대리인단이 증인에게 이미 물어봤거나 지엽적 내용을 질문할 때마다 신문을 중단시키며 강한 주의를 줬다.

탄핵 증인신문이 늦어지면서 항간에는 ‘탄핵연기론’과 ‘탄핵기각설’ 등이 난무했다. 박 대통령 측의 지연 작전 탓에 이정미 재판관 퇴임까지 탄핵 결정이 불가능해지고 그렇게 되면 ‘7인 재판관 체제’가 돼 탄핵이 무산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헌재로서는 자칫 헌법의 수호자인 헌재의 공정성과 정당성까지 훼손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꼈을 법하다. 주심을 맡고 있는 이 재판관이 “심판정 안팎에서 언행을 삼가해 달라”고 양측 대리인단에게 당부한 것은 이런 우려를 반영한다.

하지만 헌재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이달 내 변론 종결이 관철될지는 미지수다. 심리가 장기화할수록 유리한 박 대통령 측이 이를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는 예상이 많다. 실제 박 대통령 측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건의 실체가 많은데 23일까지 최종의견서를 내라는 것은 무리”라며 수용 거부 의사를 밝혔다. 박 대통령의 헌재 직접 출석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 최종 변론이 끝난 뒤 출석 의사를 밝힐 경우 헌재가 당사자 의지를 일절 무시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 측은 더 이상의 지연책은 명분도 없을 뿐 아니라 탄핵결정에 역효과를 낼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탄핵심판이 지연되면서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이 깊어지는 상황에 일말의 책임의식을 갖는다면 적극 협조해야 마땅하다. 헌재도 예상되는 ‘시간끌기’에 충분한 대비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오로지 헌법과 법률만 보고 끝까지 확고한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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