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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정호성 “어찌해야 하나요” 한숨에… 최순실 “내가 못살아” 짜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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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정호성 “어찌해야 하나요” 한숨에… 최순실 “내가 못살아” 짜증

입력
2017.01.0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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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서유럽 순방 전 회견” 지시

하대하며 질책… 국정 개입 확인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가 자신의 지시에 난색을 표하던 정호성(48ㆍ구속기소)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향해 “내가 못 살아”라는 말까지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 전 비서관을 아랫사람처럼 대하면서 사실상 대통령 행세를 했다고 볼 만한 정황이다.

4일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 등에 따르면, 최씨는 2013년 10월 말 정 전 비서관과 통화하며 “시국이 엄중한데,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떠나기 전 기자회견을 하는 게 좋겠다”고 지시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서유럽 순방(11월 2~9일)을 앞두고 있었는데,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 등으로 인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던 때였다. 그 때문인지 청와대는 매주 월요일 가졌던 수석비서관 회의를 4주째 열지 않고 있었다. 결국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악화한 민심을 달래라는 게 최씨의 주문이었다.

그러나 정 전 비서관은 “(출국 전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한 전례가 없다”고 답했다. 최씨는 이에 “국무회의를 한번 해 보라”고 재차 지시했고, 정 전 비서관은 또 다시 “국무회의 일정이 안 나오는데 어찌해야 하나요”라고 반문했다. 최씨는 짜증이 난 듯 “그래도 해야 한다. 정 안 되면 수석비서관 회의라도 하든가”라고 다그쳤다.

결국 정 전 비서관은 한숨을 쉬면서 ‘예, 예, 예’라고 했다. 이에 대한 최씨의 반응은 “내가 못 살아”였다. “(국정을 챙기느라) 머리가 아프다”고도 했다. 고분고분 따르지 않는 정 전 비서관을 향해 ‘상관’처럼 질책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2013년 10월 3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가 열렸고,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개인적으로 의혹 살 일을 하지 않았지만, 선거에 국가기관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정확히 밝히고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 이후 정 전 비서관은 최씨에게 전화를 걸어 반가운 목소리로 “선생님 뜻대로 했더니 잘 된 것 같습니다”라고 감사 인사까지 건넸다.

이 무렵 최씨는 유럽순방뿐 아니라 박 대통령의 세세한 다른 일정들까지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당시 두 사람의 대화 맥락을 살펴보면, 최씨가 이미 대통령의 모든 일정을 다 파악해 둔 상태에서 정 전 비서관에게 지시를 내린 사실이 명확하게 드러난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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