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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ㆍ사업ㆍ예산 주무른 ‘문화계 황제’ 차은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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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ㆍ사업ㆍ예산 주무른 ‘문화계 황제’ 차은택

입력
2016.10.2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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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씨를 배경으로 문화계에 영향력을 발휘해온 것으로 알려진 차은택(왼쪽)씨가 지난해 12월 서울 청계천로 문화창조벤처단지 공사 현장에서 김종덕(오른쪽) 당시 문체부 장관, 송성각 한국콘텐츠진흥원장과 함께 걸어가고 있다. 김 전 장관은 차은택씨의 홍익대대학원 지도교수였고, 송 원장은 광고업계에서 오래 같이 일한 사이다. 연합뉴스
최순실씨를 배경으로 문화계에 영향력을 발휘해온 것으로 알려진 차은택(왼쪽)씨가 지난해 12월 서울 청계천로 문화창조벤처단지 공사 현장에서 김종덕(오른쪽) 당시 문체부 장관, 송성각 한국콘텐츠진흥원장과 함께 걸어가고 있다. 김 전 장관은 차은택씨의 홍익대대학원 지도교수였고, 송 원장은 광고업계에서 오래 같이 일한 사이다. 연합뉴스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인물 가운데 하나로 알려진 CF 감독 차은택(47)씨의 힘은 어디까지 미쳤을까. 지금까지 폭로된 내용으로는 문화체육관광부를 사실상 장악한 뒤 인사, 사업, 예산까지 모두 좌우했던 것으로 보인다. 개시 시점은 2014년 7월 유진룡 문체부 장관의 면직, 그리고 ‘유진룡 키즈’라 불리던 1급 간부들이 내몰린 뒤였다. 유 전 장관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내가 나간 뒤 구멍에 숨어있던 바퀴벌레들이 다 나왔다”고 표현했다.

우선 2014년 8월 후임 문체부 장관으로 김종덕 홍익대 교수가 임명됐다. 김 장관은 차은택씨의 홍익대대학원 지도교수였다. 그 해 11월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으로 김상률 숙명여대 교수가 들어왔다. 김 수석은 차은택씨의 외삼촌이다. 차씨 스스로는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에 이어 문화창조융합본부장에 올랐다. 전국경제인연합을 통해 끌어들인 500억원의 자금을 꽂아 넣어 2015년 10월 설립된 재단법인 미르의 이사장에는 스승인 김형수 연세대 교수를, 광고업계에서 친분이 깊었던 제일기획 출신 송성각씨는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이 됐다.

진용이 갖춰지자 모든 게 마음 먹은 대로였다. TV조선이 최순실씨 측근에게서 건네 받았다며 보도한 ‘대한민국 창조 문화융성과 실행을 위한 보고서’ ‘대한민국 국가이미지 통합작업’ 등 5건의 보고서가 김종덕 장관 취임 전후인 2014년 6~9월에 만들어진다. 보고서에 적힌 글씨는 최순실씨의 필체를 닮았다.

이 보고서에는 구체적으로 ‘대한민국 국가 이미지 통합 작업’ 50억원, ‘관광 콘텐츠 개발 및 보급’ 130억원, ‘명품 브랜드와 한복의 콜라보 패션쇼’ 30억원, ‘차세대 스포츠 인재 양성 프로그램 개발’ 120억원, ‘문화창조센터 건립’ 400억원 등 12가지 사업에 1,800억원대 자금을 들인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사업들은 실행에 옮겨졌다. 새 국가브랜드 ‘크리에이티브 코리아’가 공개됐고, 무궁화에서 태극 문양으로 바꾼 대한민국 정부 상징 체계 통합 작업도 진행됐다. 이 작업들을 위해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정부상징체계 개발 추진단’의 공동단장으로 차씨의 은사이자 김 전 장관의 동료인 장동련 홍익대 교수가 위촉됐다. 장 교수는 표절 시비가 일었던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를 만든 국가브랜드 개발추진단장도 맡았다. 문화창조센터 건립은 서울 상암동의 문화창조융합센터, 일산의 K컬처밸리 등으로 연결됐으며, 차세대 스포츠 인재 양성 사업은 K스포츠재단으로 넘어갔다.

이를 뒷받침할 목적인지 문체부도 관련 조직을 불렸다. 관광체육정책실이 관광정책실, 체육정책실로 나뉘는 등 4실이 7실로 늘었다. 이질적 성격의 업무가 많은 부처 성격상 그리 됐다는 설명이지만, 부총리급 조직인 기획재정부도 3개실 체제인 것을 생각하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비선’이 작성한 문화정책을 강행하다 보니 잡음이 적잖게 일어났다.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는 공개되자마자 프랑스 산업브랜드를 표절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국가브랜드와 정부상징체계 역시 전문가들이 더 좋다고 생각한 안보다 청와대에서 결정되어 내려왔다는 증언들이 나왔다. 컨소시엄에 선정된 디자인 업체는 문체부가 업체 선정 공모지침에서 제시한 무궁화와 태극무늬를 활용한 여러 가지 안을 추진단에 올렸고, 추진단은 실무진에서 유력하게 추천했던 A안과 태극무늬의 B안을 청와대에 제출했으나,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태극문양을 채택했다는 것이다.

지난 6월 나침반과 횃불 모양에서 청룡과 백호가 태극을 감싸고 있는 모습으로 18년 만에 바뀐 국정원 엠블럼도 청룡 백호가 미르재단의 상징인 용 모양과 닮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정원 관계자는 “청룡 백호는 고구려 벽화 사신도에 나오는 것으로 국가수호 의지를 담은 것”이라며 “미르재단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2015년 6월 송성각 원장이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인 ‘포레카’를 인수한 광고업체에게 지분을 넘기라고 사실상 협박조로 말하는 녹취록도 공개됐다. 여러 의혹의 핵심에 있는 차은택씨는 광고 촬영을 이유로 약 두 달 전 중국으로 출국한 뒤 자취를 감춘 상태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바로잡습니다]

한국일보는 10월 29일자 ‘유진룡 축출 후 문체부 장악, 인사ㆍ사업ㆍ예산 전횡’ 기사와 11월 3일자 ‘정부 상징 디자인에도 최순실 입김? 발표 19일 앞두고 급수정’ 기사에서 장동련 홍익대 교수를 차은택씨의 은사라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확인 결과 장 교수는 차씨의 홍익대 영상대학원 재학(2011~2013년) 동안 영상대학원 강의 및 연계 강의를 진행한 적이 없어 차씨의 은사가 아님이 확인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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