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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5위에서 1위로… 육상 계주 ‘기적의 스퍼트’에 떠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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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5위에서 1위로… 육상 계주 ‘기적의 스퍼트’에 떠들썩

입력
2016.04.21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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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코크 대학 필 힐리가 기적 같은 스퍼트로 1위로 골인하는 모습. 유투브 캡처
아일랜드 코크 대학 필 힐리가 기적 같은 스퍼트로 1위로 골인하는 모습. 유투브 캡처

육상이나 수영의 릴레이 경주에서 마지막 주자를 ‘앵커(anchor)’라고 한다. 배가 정박을 하려면 ‘닻(앵커)’을 내려야 한다. 즉, 앵커는 ‘경기를 마무리하는 사람’이다.

‘환상적인 끝내기’를 선보인 앵커의 출연에 세계 육상계가 떠들썩하다.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은 지난 17일(한국시간) 아일랜드 대학 육상 선수권 여자 4X400m 계주 결승에서 나온 ‘기적의 스퍼트’를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 5위로 바통을 이어받은 마지막 주자가 막판에 대역전극을 펼치며 1위를 차지했다.

주인공은 아일랜드 코크 대학교의 필 힐리(22)다.

코크대의 마지막 주자 힐리는 5위로 출발했다. 1위는 더블린 대학이었다. 2위와 격차가 30m 이상 났다. 아무도 코크 대학을 주목하지 않았다. 심지어 힐리 본인도 “결승선 130m 지점까지 다른 주자들이 워낙 많이 앞서 있어 ‘3위라도 해보자’고 결심했다”고 경기 뒤 털어놨다. 200m 지점에서는 리메릭 대학의 마지막 주자 미첼 핀(27)이 선두를 탈환했다. 핀은 8월 리우 올림픽에 아일랜드 여자 국가대표로 출전하는 간판 선수다. 이 때까지도 힐리는 여전히 5위로 크게 뒤쳐져 있었다. 경기 동영상을 보면 선두 그룹의 3명만 계속 비출 뿐 힐리는 아예 화면 밖으로 벗어나 있다.

하지만 마지막 코너를 돌 때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뒤에 있던 힐리가 폭발적으로 속도를 내며 치고 나왔다. 결승선 마지막 50m 직선 구간에서 그는 거짓말처럼 4명을 순식간에 제친 뒤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어찌나 빨랐는지 골인 직후 뒤에서 누가 밀기라도 한 듯 그대로 트랙 바닥으로 엎어져 버렸다. 힐리는 “내 등 뒤에 로켓이 달린 것 같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장면에 아나운서는 “코크 대학이 엄청난 힘으로 지옥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왔다”고 감탄했다.

더욱 놀라운 건 4X400m 계주 결승이 힐리가 이날 출전한 세 번째 종목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는 100m에서는 2위를 차지했고 200m에서는 아일랜드 대학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힐리는 200m 레이스을 마치고 불과 20분만 휴식을 취한 뒤 다시 계주 주자로 나서 ‘대형사고’를 쳤다.

외신들은 공식적으로 집계된 기록은 없지만 코크 대학 코치가 말한 정보를 토대로 힐리가 마지막 바퀴를 52~53초에 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힐리는 어린 시절부터 ‘될 성 부른 떡잎’이었다.

11세에 육상을 시작해 주니어 선수권을 제패하며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미국의 미시간, 콜로라도, 루이지애나, 뉴욕 대학 등으로부터 입학 제안을 받았지만 집에서 멀지 않은 코크 대학을 택했다. 1845년에 설립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코크 대학은 아일랜드 최고 명문 중 하나다.

그의 꿈은 ‘백의천사’다. 졸업 뒤 간호사를 하기 위해 운동을 하면서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있다. 힐리는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려면 늘 몰두하고 헌신해야 한다. 힘들기도 하다”고 고백했다. 논문도 제출해야 하고 7월에 있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유럽선수권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욕심 많은 그는 둘 중 어느 것도 포기할 생각이 없다. 워싱턴포스트 기자와 통화할 때도 트랙에서 훈련 중이었다.

힐리는 이렇게 말했다.

“쇼는 계속됩니다. 자, 다시 연습장으로.”

윤태석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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