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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외국 영리병원 첫 허용, 의료공공성 훼손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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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외국 영리병원 첫 허용, 의료공공성 훼손 않도록

입력
2015.12.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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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중국 최대의 부동산그룹인 녹지그룹이 낸 외국계 영리병원(투자개방형 외국병원) 설립을 승인하기로 결정했다. 제주 서귀포시에 개원할 녹지국제병원은 국내 외국계 영리병원 도입의 시험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2012년 제주도와 경제자유구역에 한해 영리병원을 허용함에 따라 제주도에 이어 인천 등 전국 8개 경제자유구역에도 비슷한 형태의 영리병원이 생겨날 여지가 생겼다.

2017년 3월 문을 여는 녹지국제병원은 제주 헬스케어타운 내에 세우는 소규모 병원이다. 성형외과ㆍ내과ㆍ피부과ㆍ가정의학과 등 피부관리와 미용성형, 건강 검증을 위주로 진료한다. 외국관광객들이 한 곳에서 의료와 휴양, 쇼핑, 관광에 이르는 원스톱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중국인 의료관광이 늘어나 관광산업 등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의료분야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고 활발한 투자가 이뤄져 의료서비스 질이 향상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우려도 만만치 않다. 현행 의료법상 국내 의료기관은 비영리법인으로 운영돼 병원 수익은 병원에 재투자된다. 그러나 투자개방형 영리병원은 수익금을 투자자가 회수할 수 있다. 병원의 주요 기능인 치료보다 돈벌이에 치중하게 될 수 있다. 외국계 영리병원은 내국인 진료를 허용하지만 건강보험제 적용을 받지 않는다. 건강보험의 틀밖에 있기 때문에 진료비는 병원이 자체 책정하게 된다. 현재 마련된 법과 제도로는 어떤 환자를 대상으로 어떤 시술을 하며, 또 얼마의 치료비를 받는지 알 수 없고 규제할 근거도 없다. 국내병원의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하는 돈 있는 국내 환자들이 몰려갈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렇게 되면 국내 의료기관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국내병원의 진료비 상승을 부추길 여지가 크다. 건강보험 제도의 틀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의료체계와 충돌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의료 문제를 단순히 경제 논리로만 접근하면 안 된다. 영리병원의 승인으로 의료공공성이 훼손될 위험에 놓이게 됐다는 지적은 그래서 타당성이 있다. 내국인 환자도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는 만큼 국내 의료체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자칫 현행 건강보험체계의 근간마저 흔들릴 위험도 크다는 말이다. 만약 그렇게 되면 피해는 결국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영리병원 허용이 미칠 파장을 예의 주시하고 철저히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 투자도 좋고 경제 활성화도 필요하지만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한 무분별한 의료영리화는 득보다 실이 많다는 점을 늘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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