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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금융사기 몸통, 중국에 있는데…" 속타는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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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금융사기 몸통, 중국에 있는데…" 속타는 경찰

입력
2015.05.2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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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절도 등 신종수법 기승

경찰 피하려 中 메신저로 연락

중국인이 인출책 맡는 경우 늘어

中국적자 범죄 4년간 40% 급증

수사공조 쉽지 않아 근절 어려워

중국을 거점으로 한 금융사기 조직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기술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고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카드복제기와 같은 신종수법도 등장했다. 경찰은 국내에서 행동책을 검거하고 있지만 조직 윗선들이 중국에 있어 범죄의 원천을 솎아내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지난달 2일 오후 A씨는 우체국 직원을 자처하는 사람에게 “카드가 반송됐는데 신규 카드를 신청했느냐”는 전화를 받았다. 그런 사실이 없다는 A씨의 대답에 그는 금융감독원에 신고하겠다고 했다. 곧 ‘금감원 박 과장’에게 전화가 왔고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 정보가 유출됐다”며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은행 계좌에 보관 중인 돈을 빼 집에 보관하면 집 주변을 감시해 범인을 잡겠다”고 말했다. 이를 믿은 A씨는 집 주소와 출입문 비밀번호 등을 ‘박 과장’에게 알려줬다. 같은 날 A씨가 집을 비운 사이 중국인 천모(20)씨는 A씨의 집에 들어가 장롱 안에 들어있던 1,700여만원을 훔쳐 달아났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추적 끝에 지난달 15일 천씨를 검거했다. 조사 결과 천씨는 20대 중국인 6,7명과 함께 보이스피싱 조직을 결성해 범행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공범 김모씨도 천씨의 범행 전날 유사한 수법으로 피해자 B씨에게 은행에 보관 중이던 3,800여만원을 인출해 지하철역 물품보관함에 보관하게 한 후 돈을 훔쳤다. 경찰은 천씨와 김씨 등 3명을 구속하고 공범들을 뒤쫓고 있다. 서대문서 관계자는 21일 “대포통장 단속이 강화되면서 계좌이체를 할 경우 흔적이 남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일정 장소에 현금을 보관하게 하고 이를 직접 빼돌리는, 사기와 절도가 결합된 신종 수법”이라고 설명했다.

인천에서도 지난 3개월 동안 수사기관 등을 사칭해 216명에게서 67억원을 뜯어낸 중국 거점 사기단이 붙잡혔다. 인천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이날 신모(30)씨 등 6명을 구속하고 7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의 범행을 지휘한 보이스피싱 콜센터는 중국 선양(瀋陽)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씨 등은 중국 국적 엄모(25)씨가 운영하는 콜센터를 기반으로 피해자로부터 가로챈 돈을 인출해 중국으로 보내고 송금액의 10%를 수수료로 챙겼다. 또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연락도 중국 메신저 ‘위챗’을 통해 주고 받았다. 그러나 주범인 엄씨의 소재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지난달 27일 서울 명동의 한 은행에서 발생한 ATM 카드복제기 사건의 범인도 조선족 출신 윤모(27)씨로 밝혀졌다. 윤씨는 카드정보를 빼돌릴 목적으로 복제기를 설치한 후 중국으로 출국했다가 17일 재입국한 직후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국내에서 범죄를 저질러 적발된 중국인과 중국 국적 조선족 수는 2010년 1만2,428명에서 2014년 1만7,870명으로 40%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중국 공안과의 수사 공조가 쉽지 않아 범죄 조직의 발본색원이 쉽지 않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범죄 행각이 노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과거 한국인에게 시켰던 인출책을 중국인이 국내로 들어와 직접 맡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이들을 잡아내지 못하면 몸통은 두고 깃털만 건드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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