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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에이즈 사망자는 에볼라의 130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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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에이즈 사망자는 에볼라의 130배

입력
2014.10.21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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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 대부분 폐쇄 비극 양산

고혈압·당뇨병 체계적 관리 못받고 맹장염 환자도 발길 돌려

각국 돈·의료진 지원으론 퇴치 한계, 의료 인프라·빈곤 문제부터 해결해야

라이베리아 수도 몬로비아 외곽 보미카운티 주민들이 20일 방역복을 입고 에볼라 사망자 시신을 수습 중인 의료 관계자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 몬로비아=AP연합뉴스
라이베리아 수도 몬로비아 외곽 보미카운티 주민들이 20일 방역복을 입고 에볼라 사망자 시신을 수습 중인 의료 관계자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 몬로비아=AP연합뉴스

서아프리카 국가들이 에볼라 대처에 허겁지겁 하는 사이 보통 때 같았으면 생명을 구했을 다른 질병의 환자들이 의료 처치를 받지 못하는 비극이 벌어지고 있다. 모든 의료 능력이 에볼라에 집중되면서 2차 피해가 늘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에볼라 전염 위험성을 우려해 서아프리카 3국(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의 의료기관 대부분이 폐쇄되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이 말라리아, 폐렴, 고혈압, 당뇨병 같은 일상적인 질병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있다. 유니세프의 라이베리아 지부 관계자는 “지금 몬로비아에서 발가락 절단 사고나, 말라리아, 심장마비의 경우 아주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다리가 부러졌어도, 맹장염이 걸렸어도 환자들은 병원에서 “미안하다”는 소리만 듣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라이베리아의 수도인 몬로비아에서 430㎞ 떨어진 한 마을에선 최근 전염성이 강한 홍역 환자가 발생, 비상이 걸린 상태다.

이 같은 의료 공백에 가장 취약한 대상은 임신부와 어린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라이베리아 정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5~8월 의료인의 도움을 받아 출산을 한 임신부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2%에서 38%로 떨어졌다. 임신 초기 6주 이내에 체계적인 산전 관리를 받은 여성도 지난해 41%에서 25%로 급감했다. 아이들 가운데는 말라리아에 걸린 뒤 처치를 받지 못해 숨지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에볼라가 심각한 건 맞지만 실제로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내는 질병은 에볼라가 아니다. 텔레그래프는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가 창궐하기 시작한 올해 3월 이후 아프리카 대륙에서 에이즈와 말라리아로 사망한 사람은 각각 62만명과 32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기아로 숨진 사람도 20만3,000명이나 된다. WHO 최신 집계로 전세계 에볼라 감염자는 9,216명이고 사망자는 4,555명이다.

에볼라에 대한 관심이 아프리카의 더 심각한 문제들을 가리고 있으며 지금 각국에서 앞다퉈 돈과 의료진을 보내는 것과 같은 대증요법으로는 아프리카에서 에볼라를 몰아내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실한 의료 인프라와 빈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에볼라가 창궐한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에 속한다. 일부 감염자가 나왔던 나이지리아가 금세 ‘탈에볼라’를 선언할 수 있었던 것과 달리 이 나라들이 에볼라의 재앙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가난하다는데 있다. 아프리카에는 “살충제, 모기장 등 몇 가지 도구와 간단한 위생수칙만으로도 손쉽게 예방할 수 있는 말라리아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숱하게 많다는 것에 에볼라 비극 보다 훨씬 더 분노해야 한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지적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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