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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

입력
2015.05.28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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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피크제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2016년부터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의 요구에 따라 근로자들의 고용지위가 60세까지 보장되기 때문이다. 당장 몇 개월 후면 300인 이상 대기업과 공공기관 근로자들의 정년 시점이 60세로 연장되며, 나머지 기업도 2017년부터 동일한 정년 규칙을 의무로 수용해야 한다. 정부와 경영계는 소위 ‘60세 정년’이 초래할 부정적 시장효과 특히 청년고용 위축 가능성을 이유로 임금피크제의 불가피성을 주장한다.

노동계의 반대는 어느 때보다 거세다. 다른 제도와 달리 임금피크제에 임금 손실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60세 정년’이 법으로 보장된 권리이므로 임금 삭감을 승인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취약한 복지시스템과 가계의 현금 수요 등을 고려할 때 임금 수준의 유지가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다만 60세를 넘어서는 계속 고용에 한해 임금피크제의 도입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경영계는 법제화를 통한 임금피크제의 의무화를 주장한다. 정년이 60세까지 확대되면 기업의 임금 수준이 높아지고 임금체계의 경직성이 커져 중장기적으로 고용여력이 축소될 것이라 주장한다. 그 결과 청년고용이 위축되어 세대간 고용 불균형이 확대될 것이므로 임금피크제의 도입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

임금피크제를 둘러싸고 노사간 다툼이 첨예한 와중에 정부는 2016년부터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실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발표하고, 이어 임금피크제를 통해 청년고용을 확대한 기업에게 보조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임금피크제의 제도적 안착을 위해 노동조합 또는 과반 근로자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 취업규칙 변경요건의 구속력을 완화하는 ‘취업규칙 지침’을 제안하기로 했다. 노사정 대타협 결렬로 임금체계 개편과 임금피크제의 합의 도입이 어려운 상황에서 취업규칙 변경 요건을 완화해 기업이 주도적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 있는 길을 열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상에서 살펴 본 노사정 각각의 독자적 주장과 해법으로는 임금피크제의 안정적 도입을 기대하기 어렵다. 우선 노동조합의 주장대로 60세 이후를 조건으로 임금피크제를 허용한다면 기업은 비정규직 및 아웃소싱 확대, 생산 활동의 해외이전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임금비용을 외부화 할 가능성이 높다.

경영계가 주장하는 임금피크제의 법제화는 현실성이 없다. 기업마다 임금체계와 임금수준 그리고 고용유형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취업규칙 변경의 법적 구속력을 완화하는 해석지침을 통해 임금피크제 도입과 관련한 기업의 배타적 주도권을 허용한다면 기업 현장에서는 노사 갈등과 법적 분쟁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임금피크제의 도입과 임금체계 개편에 있어 노사정간 조정과 합의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선 노사정은 임금피크제의 필요성이 중고령 근로자들의 고용안정과 정년연장 제도의 연착륙에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노사는 임금 및 고용 관련 정보의 적극적 공유를 통해 수용성 높은 임금피크제 모델의 개발과 운용 시스템 구축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단순히 연령의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임금을 감액하는 기계적 방법(임금삭감형)에서 벗어나 승급정지형, 근로시간조정형, 전문직제형 등 다양한 모델들을 개발하고 적용할 필요가 있으며 이 과정에서 정부는 제도의 안착을 위한 다양한 지원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나아가 노사정은 임금피크제가 정년연장 제도의 연착륙을 위한 한시적 제도라는 점에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 현재의 연공형 임금체계를 유지한 상태에서 임금피크제로 임금부담을 조정하는 방법은 오래 지속하기 어렵다. 결국, 근본적 해법은 임금체계 개편에서 구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노사 간 이견이 상당한 것으로 보이지만 노사정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임금체계 개편의 필요성에 공감해 온 바 있고 그 결과로 십 수 차례의 사회적 합의를 이룬 경험도 있다. 요컨대 작금의 논란은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노사정 논의로 수렴되어야 한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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