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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당의 허술한 공천관리 드러낸 조원진 문자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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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당의 허술한 공천관리 드러낸 조원진 문자메시지

입력
2016.03.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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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원내 수석부대표인 조원진 의원이 지난 12일 확정되지 않은 경선 일정을 문자메시지로 지역구인 대구 유권자들에게 뿌렸다. 조 의원의 출마지역인 대구 달서 병은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가 아직 공천 심사 중인 지역구로, 단수추천이나 경선 여부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도 조 의원은 “16ㆍ17일 경선이 결정됐다, 지인들께 많이 전달해 여론조사에 적극 참여해 달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자신의 명의로 보냈다. 새누리당은 텃밭인 대구 지역 공천은 관례적으로 마지막에 발표해 왔다.

조 의원은 “경선 여론조사 대비 차원에서 핵심 지지자 100여명에게 문자를 보낸 것”이라며 단순한 해프닝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석연찮은 대목이 많다. 경선 일자를 포함해 정해지지도 않은 공천 내용을 마치 결정된 것처럼 문자를 보낸 것은 유권자를 현혹시키기에 충분하다. 아무리 급해도 상식 밖의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다는 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설사 조 의원 스스로 공천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고 하더라도 공관위의 공식 결정 절차를 무시한 월권이 아닐 수 없다.

한편으로 그만한 자신감이 없었다면 단정적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었겠느냐는 점에서는 공관위의 공천 심사 관리에 의문이 제기된다. 가뜩이나 어수선한 공관위 내부의 정보 유 출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공관위 구성도 사실상 친박ㆍ비박계의 나눠먹기 구조로 돼 있어 특정 계파의 영향력 행사나 정보유출 위험에 노출돼 있다. 조 의원은 핵심 친박 인사의 하나로 통한다. “김무성을 죽이라(낙천시키라)”는 윤상현 의원의 취중 막말도 친박계 공관 위원과의 전화 통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여겨진다.

친박계인 이한구 위원장과 비박계로 공관위원인 황진하 사무총장의 공천 갈등이 봉합됐다고는 하지만 조 의원의 문자메시지 파문 같은 일이 자꾸 벌어지면 공천의 공정성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어 후유증이 불가피하다. 당장 조 의원과 경쟁하고 있는 다른 예비후보들은 “공천이 비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게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들이 향후 결과에 승복할지도 의문이다.

공관위의 공천심사가 친박과 비박계 간 권력투쟁으로 변질되고 있는 데 이어 직간접적 계파 밀어주기까지 의심되는 상황에 이르러, 새누리당 공천의 공정성을 액면 그대로 믿어 줄 유권자가 얼마나 될까. 새누리당은 조 의원 문제를 순간의 해프닝 정도로 가벼이 다루어 어물쩍 넘기려 해서는 안 된다. 당 윤리위원회나 클린공천지원단이 나서서 조 의원 문자메시지 파문의 진상을 낱낱이 파헤쳐 한 점 의혹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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