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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올리버 스톤 “아시아 영화 비판적 메시지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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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올리버 스톤 “아시아 영화 비판적 메시지 공감”

입력
2017.10.17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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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심사위원장 올리버 스톤 감독이 1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심사위원장 올리버 스톤 감독이 1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에서 관람한, 아시아 신인 감독들의 영화는 대체적으로 희망의 부재와 좌절, 암울한 사회 분위기를 다루고 있었습니다. 지금 이 세계가 아포칼립스, 즉 종말을 향해 가고 있기 때문이라 봅니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아 부산을 방문한 미국의 올리버 스톤(70) 감독이 아시아 영화의 사회 비판 메시지에 깊은 공감을 표했다. 아시아 신인감독을 발굴하는 뉴커런츠는 부산영화제에서 유일한 경쟁 부문이다.

1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마주한 스톤 감독은 “아시아 영화들은 노동자 계층과 서민의 삶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더라”며 “그 중 두세 작품은 ‘엑설런트’라는 말이 나올 만큼 완성도가 높아 무척 놀랐다”고 말했다.

스톤 감독은 미국을 대표하는 감독이자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영화 거장이다. 현대사를 관통하는 굵직한 작품들로 미국 사회를 비판해 왔다. 베트남전 참전 경험을 토대로 만든 ‘플래툰’(1986)과 ‘7월 4일생’(1989), 하늘과 땅’(1993) 등 이른바 ‘베트남 전쟁 3부작’이 특히 유명하다. 스톤은 ‘플래툰’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감독상)과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감독상 등을 수상하며 세계 영화사에 자신의 이름을 각인했다. 미국의 금융자본주의를 비판한 ‘월 스트리트’(1987),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 암살 사건을 다룬 ‘JFK’(1991),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물러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을 탐구한 논쟁적인 영화 ‘닉슨’(1995) 등도 대표작이다. 지난해엔 미중앙정보국(CIA) 내부고발자 에드워드 스노든을 그린 신작 ‘스노든’을 개봉했고, 올해 6월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인터뷰한 다큐멘터리 ‘더 푸틴 인터뷰’를 내놓기도 했다.

스톤은 아시아 영화의 사회 비판적 시각을 높이 평가하며 최근 미국 영화의 흐름을 비판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노동자 계층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기 위해선 유명 배우가 캐스팅되거나 코미디 장르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투자를 받을 수 없어요. 미국 영화는 점점 현실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모든 이야기가 판타지죠. 전쟁도, 군국주의도, 심지어 미식축구까지도 판타지가 되고 있어요.”

그는 최근의 정치적 이슈들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발언을 이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며 “미국이 군사력을 바탕으로 전세계에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금 미국 군함들이 한반도로 모여들고 있어요. 한미연합훈련을 위해서죠. 미국이 북한을 극한으로 몰아가고 있어요. 저라도 핵을 개발했다면 자국 방어를 위해 사용했을 겁니다. 그렇다고 김정은을 옹호하는 건 아니지만, 국제사회가 북한이 핵 보유국이란 사실을 인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화해야 합니다. 군사적 옵션은 단호히 반대합니다.”

스톤 감독은 “18일에 ‘소성리’라는 다큐멘터리를 보러 갈 예정”이라고도 했다. ‘소성리’는 고고도미상일방어체계(THAAD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담은 영화다. “사드에 대해 알고 있느냐”고 취재진에 되물은 스톤 감독은 “미국은 자국 보호를 주장하지만 한번도 한국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한 적 없다”며 “한국이 자칫하면 미국의 인질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스톤 감독은 그런 의미에서 한국 영화 ‘공조’를 특별히 인상 깊게 기억했다. ‘공조’는 남북한 특수요원들의 합동 작전을 그린 코미디 영화로, 현빈과 유해진이 출연한다. “엄중한 국제 관계를 코미디로 잘 풀어냈더군요. 두 배우는 정말 최고였어요. 영화를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와 생각들을 나눌 수 있어요. 그게 영화의 힘입니다. 이 영화를 북한에서도 상영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흔의 영화 거장은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새로운 작품을 준비 중이다. 그는 “현대사나 글로벌 이슈를 담아내기에 영화는 시간상 제약이 있어 적합하지 않다”며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와 TV 시리즈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산=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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