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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세상을 그리다] 가족의 사계절 풍경, 빈티지 향기가 물씬

입력
2015.06.12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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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란한 가족 바비아나/ 안영민 지음/ 그림책공작소 발행/ 40쪽·1만1,000원
단란한 가족 바비아나/ 안영민 지음/ 그림책공작소 발행/ 40쪽·1만1,000원

‘가족’이라는 단어는 그림책과 아주 친하다. 할머니가 아기 앞에 펼쳐 보여주기도 하고, 어린이와 부모 셋이 나란히 앉아 읽고 볼 수 있다. 훌륭한 그림책 한 권이면 온 가족이 따로 또 함께 시시때때 영원무궁 대를 이어 즐길 수 있다. 그러니 세상 모든 그림책에는 으레 가족이 등장한다. 가족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한 가족을 통해서 하는 이야기도 흔하다. 가족이 해체 붕괴되거나 위기를 겪는 동시대 현실이 다양한 방식으로 투사되기도 한다.

봄에 보라색 꽃이 피는 바비아나는 그 꽃말이 ‘단란한 가족’이다. ‘단란한 가족 바비아나’는 ‘바비아나’를 소재로 삼아 가족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야말로 가족에 의한, 가족을 위한, 가족 그림책이다. 내레이터 여자 아이가 소개하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의 가족 풍경이 참으로 단란하다. 벚꽃 향기 속에 비누방울 불고 자전거 타며 놀다 돌아와 화분에 꽃씨를 심는 봄, 바닷가에서 물놀이하고 할머니 댁에서 수박 먹고 나란히 마루에 누워 별 보는 여름, 단풍놀이 가서 사진 찍고 낙엽 주워 책갈피에 간직하는 가을, 함께 만든 눈사람 가족에게 목도리 둘러주고 사람 가족끼리는 서로 껴안아 따뜻해지는 겨울이 차근차근 이어진다.

가족들이 나란히 누워 별을 본다. 가족 해체의 시대에 새삼스레 발견한 빈티지의 가치랄까. 그림책공작소 제공
가족들이 나란히 누워 별을 본다. 가족 해체의 시대에 새삼스레 발견한 빈티지의 가치랄까. 그림책공작소 제공

파도 한 자락 일지 않는 망망대해처럼, 갈등도 반전도 없는 무사평화의 추억과 일상이 오히려 기묘한 불안을 일으키기도 한다. 글 그대로의 일 대 일 대응 그림은 얼핏 유치한 계몽적 판타지인가보다, 폄하하게도 한다. 그러나 개성적인 그림체가 성실히 담아낸 장면 장면과 다정하고 풍성한 오브제를 곰곰이 들여다보자니 문득 이런저런 파인아트 ‘가족도’가 떠올랐다. 장욱진의 ‘가족도’를 비롯한 그 명화들은 그림 그대로 ‘기도’였다.

‘단란한 가족 바비아나’ 또한 소라껍질처럼 텅 빈 이 시대의 가족 개념에 ‘빈티지’ 즉 ‘오래된 훌륭한 가치’를 구현했다는 생각이 든다. 기도하듯이 말이다. 작가 정보를 찾아보니, 다채로운 시간 풍경 속에서도 변함없이 단란한 가족을 그리고 싶었다는 제작 후기가 보였다. 그 기도의 처음에 꽃말을 발견하고 바비아나꽃을 찾아냈다는 얘기도.

이상희ㆍ시인(그림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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