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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병 ADL 걸린 청년 "재활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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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병 ADL 걸린 청년 "재활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입력
2015.07.10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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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조혈모세포 이식 받아 희망 갖고 재활 치료에 전념

한살 아래 남동생도 ADL 진단… 부모, 두 아들 진료비만 6000만원

"치료 못할까봐 뜬눈으로 밤 새"

비록 몸을 잘 가누진 못했어도 눈빛에는 힘이 있었다. 운동기능을 관장하는 뇌 신경세포가 파괴되는 희귀병. 불과 발병 수 개월 만에 다시 목을 가누고 몸을 이만큼이나마 추스릴 수 있었던 건 다시 일어서고말겠다는 의지 때문이었다. 담당의사는 “기적”이라고 했다.

지방대에서 성악을 전공하며 무대에 올라 대중의 심금을 울리고 싶었던 예비 성악가 최영준(가명ㆍ21) 군을 쓰러뜨린 병은 이름도 생소한 희귀난치성질환인 ‘부신백질이영양증(ALDㆍA drenoleukodystrophyD)’. 성염색체인 X염색체 유전자 이상으로 발생한다. 이 병에 걸리면 몸 안의 긴사슬형 지방산(VLCFA)이 분해되지 않고 피 속에 쌓이다가 뇌로 흘러 들어 뇌신경을 파괴, 청각 및 언어, 운동 능력을 상실한다. 1932년 처음 발견된 이후 유전질환이라는 사실만 밝혀졌을 뿐 아직까지 제대로 된 치료제가 없는 희귀난치병이다. 미국에서는 10만 명 중 1명이 이 병에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고,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에 처음 확인됐다.

지난해 10월 발병한 최 군은 몸의 균형과 운동기능을 관장하는 소뇌 신경세포가 파괴됐다. 현재 최 군을 치료 중인 서울대병원 측은 “처음 입원 당시에는 목조차 가누지 못했는데 재활치료를 통해 목을 가눌 수 있게 됐다”면서 “파괴된 세포를 회복시키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환자가 재활의지가 강해 재활치료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전했다.

강형진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병실에서 최 군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제공
강형진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병실에서 최 군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제공

조혈모세포 이식으로 최악 벗어났지만… 동생도 ‘ALD’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지난 4월 아버지로부터 조혈모세포를 이식 받아 증세악화를 피할 수 있게 됐다는 것. 최 군의 담당의인 강형진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기존에 쌓여 있는 지방산은 분해할 수 없지만 조혈모세포 이식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뤄져 더 이상 뇌에 지방산이 축적되지 않게 됐다”고 했다. 이식 받은 조혈모세포가 뇌로 이동해 효소를 만들어 지방산을 분해시키기 때문이다.

집안의 대들보인 큰 아들이 쓰러지자 어머니는 말을 잃었다. ADL질환이 성 염색체인 X염색체 이상으로 발병한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자신 때문에 아들이 몹쓸 병에 걸렸다는 죄의식에 뼈져든 것이었다. 최 군 어머니는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해 살이 10kg 이상 빠지고 몸을 가누지 못하는 아들을 보면 억장이 무너진다”면서 말을 잊지 못했다. 어머니는 최 군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병실 밖 복도에 서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어머니는 “조혈모세포 이식수술 후 아들이 ‘죽게 내버려두지, 왜 나를 살렸나’라고 말할 때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면서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아들이 대견하다”고 했다. 서울대병원 의료사회복지팀 관계자는 “어머니가 자기 때문에 아들이 병에 걸렸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불행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한 살 터울인 최 군의 남동생도 ALD진단을 받았다. 강 교수는 “형이 갑자기 증세가 나타났기에 최 군의 남동생도 유전자 검사를 실시했는데 최 군과 동일한 유전자가 발견됐다”면서 “아직까지는 증세가 없지만 남동생도 결국 최 군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남동생은 현재 ALD 치료제로 알려진 ‘로렌조 오일’을 복용하며 대학에서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로렌조 오일은 올레산과 에루크산을 4대1로 섞은 혼합물로 ALD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지방산의 수준을 저하시킨다. 우리나라에서는 1992년 영화 ‘로렌조 오일’이 개봉된 후 대중에게 알려졌다. 강 교수는 “아직까지 증세가 없지만 형이 쓰러진 것을 목격했기 때문에 남동생의 초조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뇌가 손상 받기 전에 하루빨리 치료에 들어가는 것이 최선”이라 했다. 남동생은 다음달 19일 아버지로부터 조혈모세포를 이식받는다. 강 교수는 “증세가 나타나기 전에 조혈모세포를 이식 받으면 형보다 뇌기능 손상이 덜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언제, 상태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어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라고 했다.

두 아들 진료비만 6,000만원 넘어 감당 불가

하루하루 힘든 투병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큰 아들과 발병이 예견된 작은 아들이 치료비 걱정 없이 치료에 전념하면 좋으련만 어려운 가정형편이 발목을 잡고 있다. 최 군 아버지는 지역 농수산물유통회사 직원으로 월 200만원 소득으로 아들 치료비를 대고 있다. 조혈모세포 이식수술 등으로 최 군이 병원에 내야 할 진료비만 3,000만원에 이른다. 다음 달 조혈모세포 이식수술을 받는 동생 진료비까지 합하면 부담은 6,000만원으로 늘어 난다. 여기에다 동생이 복용하고 있는 로렌조 오일 한 달 비용만 160만 원이다. 로렌조 오일은 의약품이 아닌 특수식이제품으로 분류돼 보험적용을 받지 못한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치료비로 아버지의 허리는 이미 휘었다. 최 군을 치료하고 있는 서울대병원 진료진과 의료사회복지팀이 치료비 해결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닐 만큼 최 군 가족의 경제적 어려움은 심각하다.

강 교수는 “최 군 동생은 질환이 진행되지 않고 유전자만 관찰한 상황이라 조혈모세포 이식만 받으면 정상적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높지만 수술비 마련이 쉽지 않은 상태”라면서 “최 군도 퇴원 후 2주에 한 번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해야 하는데 걱정”이라고 했다. 최 군 어머니는 “아들 간병 때문에 남편과 함께 운영했던 마트도 문을 닫아 치료비 마련에 애를 먹고 있다”면서 “능력 없는 부모를 만나 치료마저 제대로 하지 못할 까봐 밤새 뜬 눈으로 지내고 있다”고 했다. 최 군에 대한 지원 문의는 서울대학교병원 의료사회복지팀 전화 (02)2072-3409, 3293.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부신백질이영양증(ALDㆍA drenoleukodystrophy)

'로렌조 오일병’으로도 불린다. 성염색체인 X염색체 유전자 이상으로 발생한다. 몸 안의 '긴사슬 지방산(VLCFAㆍVery Long Chain Fatty Acid)'이 분해되지 않고 뇌에 들어가 신경세포를 파괴하는 희귀난치성질환이다.

10세 이하 남자 어린이에게 주로 발생하는데, 특히 5∼10세 사이에 발병하는 '소아형'은 첫 증세가 나타난 지 6개월 만에 시력과 청력을 잃고 2년 내 식물인간이 된 후 결국 사망하게 된다.

영화 ‘로렌조 오일’의 실존인물인 미카엘라 오도네가 찾아낸 기적의 치료물질 '로렌조 오일(Lorenzo's oil)'도 VLCFA의 생성을 억제해줄 뿐 신경세포의 파괴는 막지 못한다. 영화 실존인물인 로렌조는 2008년 30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조혈모세포

조혈모세포(Hemopoietic stem cell)란 혈액세포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가진 세포로 ‘피를 만드는 어머니 세포’로 불린다. 백혈병ㆍ암 환자가 적절한 시기에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으면 완치가 가능하다. 조혈모세포기증은 조직적합성항원형(HLA type)이 일치해야 하는데, 이럴 확률은 부모와 자식간이 5% 이내, 형제자매간이 25% 이내이고, 타인 간에는 수천에서 수만 분의 1에 불과하다. 기증 희망누적 등록자 수가 50만 명 정도 돼야 이식 대기자가 이식을 받을 확률이 90%가 되지만 현재 국내 등록자 수는 26만여 명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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