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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 낙인 피하기? Z코드 환자 매년 20%씩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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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 낙인 피하기? Z코드 환자 매년 20%씩 급증

입력
2016.03.0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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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만 9만482명 진료 받아

기록 안 남아 상당수 정신과 추정

약물 처방은 못해 치료에 한계

보험 거부 등 제도·의식 개선 필요

정신과 진료를 꺼리는 이들을 위해 정신과 상담 시 ‘F코드’(정신 및 행동장애) 대신 질환명을 적지 않는 ‘Z코드’(보건일반상담)를 사용할 수 있게 한 이후 Z코드 분류 환자가 매년 20%씩 급증해 9만명을 넘어섰다. 정신과 진료가 필요한데도 정신과 진료 기록을 남기고 싶어하지 않는 환자들이 그만큼 많았던 것으로 해석된다.

2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일반상담을 위해 보건서비스를 이용한 환자(Z코드) 수는 9만482명이다. 정부가 2013년 4월 정신과 문턱을 낮추기 위해 정신과 상담 시 기존 F코드 대신 Z코드로 분류해 진료 기록을 남기지 않는 제도를 마련한 이후 2013년 6만5,785명, 2014년 8만3,609명 등으로 급증했다. 심평원 측은 실제로 상당수 환자가 Z코드로 정신과 진료를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심평원 관계자는 “외부에 알려지는 게 민감한 질환일 가능성이 있는 경우 Z코드로 질환명을 가리고 상담을 받는 경우가 있다”며 “다른 일반 상담도 포함돼 있지만 정신과 상담이 꽤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취업ㆍ승진 등 사회생활에 불이익이 가거나 보험 가입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정신과 방문 자체를 꺼리는 이들이 Z코드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성별로는 여성이 지난해 기준 5만2,513명으로 남성(3만7,969명)보다 많았다. 연령별로는 30대가 1만3,407명으로 가장 많았고 50대(1만3,190명) 40대(1만2,715명) 20대(1만2,458명)가 뒤를 이었다.

Z코드가 정신과 문턱을 낮추는 기능을 하고 있는 셈이지만 한계는 여전하다. 약물 처방을 받으면 Z코드가 F코드로 전환되는 등 본격적인 정신과 진료는 지금도 질환명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감기가 약을 먹으면 폐렴까지 가지 않고 낫듯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도 경증일수록 약을 먹고 빨리 나을 수 있는데도 Z코드가 적용되는 진료만 고집하면 약물 처방을 못해 최선의 치료를 하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는 F코드 진료기록이 있을 경우 민간 보험 가입이 거부되는 등 제도적 불이익과 사회적 편견을 없애는 것만이 국민 정신건강을 지키는 해결책이다. 정운선 경북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보험에 기대려는 경향은 커지는 상황에서, 정신질환자의 경우 자살 위험이 높아 보험금 지급 확률이 높다는 이유로 가볍게 정신과 진료를 받은 사람조차 차별 받는 경우가 생긴다”며 “보험 가입 시 차별을 없애는 것부터 ‘정신과 치료 환자=이상한 사람’이라는 사회적 편견을 깨는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 보험사 관계자는 “상법 732조 심신 상실자나 심신 박약자의 사망 담보 계약은 무효로 한다는 조항에 따라 가입을 거절하는 경우가 있다”면서도 “F코드라고 해서 무조건 가입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며 직업, 나이, 다른 병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심사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올해 범정부 차원의 정신질환 차별개선 태스크포스(가칭)를 구성, 개선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관계자는 “취업이나 보험 가입 시 실제 차별이 존재하는지 실태를 파악한 뒤 문제가 있을 경우 법 개정 등 개선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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