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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동영상 알렸지만 '제 발 저린' 교장이 묵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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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동영상 알렸지만 '제 발 저린' 교장이 묵살

입력
2015.08.3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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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립 A고 특감 결과 의혹들 사실로… 여교사 5명ㆍ학생 34명 직접 피해

"학교 첫 성추행 가해자가 교장"

학생과 동료 여교사에 대한 남자 교사 5명의 성추행으로 논란을 빚은 서울 서대문구 공립 A고등학교에 대해 교육청이 특별 감사를 벌인 결과, 제기된 의혹 대부분이 사실로 밝혀졌다. 더구나 학생들은 교사의 동료 학생 성추행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학교에 신고까지 했으나 묵살돼 충격을 더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31일 A고교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문제가 된 교장과 교사 등 5명에 대해 중징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직위해제된 교장과 문제 교사 4명은 교육공무원징계위원회(위원장 박백범)에서 파면, 해임이 결정되면 교육계에서 영원히 퇴출된다.

교육청에 따르면 A고교에서 남성 교사들에 의한 성추행은 2013년 7월부터 올해 7월까지 2년에 걸쳐 자행됐다. 진술서를 제출한 직접 피해자는 여교사 5명과 학생 34명으로 집계됐으나

수업 중 성희롱에 의한 간접 피해까지 고려하면 피해자는 13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기생의 이름으로 부르고 ‘원조 교제 하자’는 발언을 하거나, 가슴을 만지는 등 그간 알려졌던 피해 사실에 대해 교육청은 피해 진술 내용을 토대로 대부분 사실인 것으로 결론 내렸다.

A고에서 2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성범죄가 일어난 배후엔 해당 교육기관의 장인 교장의 은폐가 결정적이었다. 교장은 지난해 6월 교사의 학생 성추행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있다는 사실을 보고 받고도 묵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교육청에 따르면 당시 B교사가 수업 중 피해 학생의 가슴을 만지자 같은 반 학생이 이를 동영상으로 촬영해 담임 여교사에게 알렸다. 그러나 교장은 이 사실을 보고 받은 이튿날 남자 교사들을 불러 “여학생들을 함부로 만지지 말라”고 주의를 주는 선에서 사건을 덮었다. 문제의 교장이 2년 동안 발생한 성범죄에 대해 한번도 관련 법규를 따르지 않은 사실도 공개됐다.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아청법) 등에 따르면 학내 성범죄가 발생하면 교장은 교감, 학생지도부장 등이 소속된 성범죄전담조사기구를 가동해 범죄 사실을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할 의무가 있다.

교육청은 A고교 개교 이래 최초로 발생한 성추행 사건의 가해자가 교장이란 사실이 성범죄 사건을 지속적으로 은폐해 온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청에 따르면 교장은 지난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여교사의 손을 잡거나 성희롱 발언을 했고, 앞서 개교 4개월이 되기도 전에 여교사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형남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은 “최초 범행이 교장에 의해 저질러 진 점, 이후 도덕적 해이가 발생해 연쇄 성범죄가 발생한 점과 이를 고의로 덮은 점 등을 고려해 교장에 대해 가장 강력한 징계를 요청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현재 교장은 성범죄 은폐 사실에 대해서는 시인하고 있지만 여교사 성추행 혐의는 부인하고 있다.

징계위는 가해자 소명 등 절차를 거쳐 9월 중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징계 결과가 나오면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에 따라 교사 명단을 공개하고 교단에서 퇴출하는 방침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A고교 회계 부정 의혹 등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감사가 진행 중이다.

경찰 수사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A고 성추행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은 현재 피해자 조사를 거의 끝내고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앞서 4월 1,2학년 여학생 6명을 지속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로 C교사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해당 교사를 제외한 교장 등 가해 교사 4명에 대해 수사를 벌여 왔다. 서울청 관계자는 “실제 피해자 규모는 시교육청이 발표한 130여명보다 적은 수준”이라며 “사건 관계자에 대한 조사가 모두 마무리되는 대로 이달 중순쯤 검찰에 사건을 넘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교육청은 “A고가 2학기 개학 이후 축제를 여는 등 천천히 안정을 되찾고 있다”고 전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김민정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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