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 고심, 김종인 제3지대 구원투수로 나서나

연이은 탈당설에 “때 되면 내가 알아서 얘기할 것”

독자 출마설, 국민의당 행 “상식에 맞지 않는 얘기”

“보수 진보 선 긋기 안돼”양대 스몰 텐트 잇는 가교

정권교체 의식 당내 남아 안희정 후견인, 실세총리 연대 구상

이른바 ‘3지대 빅텐트론’의 핵심 역할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비상대책위 대표가 거론되고 있다. 김 전 대표가 민주당을 탈당해 반문(反文) 연대 판 짜기에 나설 경우 대선 판이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전 대표는 31일 통화에서 탈당을 포함한 향후 거취에 대해 “때가 되면 내가 알아서 얘기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김 전 대표 주변에선 “마음은 떠났고 (탈당의) 때를 보고 있다”거나 “민주당에서 김종인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는데 남아 있을 필요가 있겠나” 는 등의 얘기가 지속적으로 흘러 나온다. 김 전 대표가 평소 주장해온 비패권지대나 대선 전 개헌 카드에 당내 대선 주자들이 크게 호응하지 않는 것도 탈당설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김 전 대표가 탈당을 결행하면 선택지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독자 출마하거나 반문연대를 고리로 빅 텐트를 짓는 가교 역할을 맡는 것이다.

김 전 대표는 “킹 메이커는 더는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어온 만큼 본인이 직접 ‘문재인 대항마’로 나설 수 있다는 얘기가 일단 많다. 다만 국민의당 입당에 대해서 김 전 대표는 “상식에 맞지 않는 얘기”라며 일축하고 있다. 직접 출마가 여의치 않으면 제3지대에서 반문 연대의 판을 짜는 역할에 나설 수 있다. 김 전 대표는 최근 “보수와 진보를 금 긋는 식은 안 된다”며 제3지대 그물을 넓게 쳐놨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필두로 한 범여권과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야권 진영에서 따로 진행되는 양대 스몰텐트를 잇는 마지막 다리를 김 전 대표가 놓아주는 그림이다.

반 전 총장이 이날 대선 전 분권형 개헌을 하자며 ‘개헌추진협의체’를 제안하고 나선 것도 김 전 대표를 향한 구애 성격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김 전 대표는 “국회 개헌특위가 있는데 그게 잘 되겠냐”며 선을 그었다. 김 전 대표는 이번 주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의장과도 회동하며 제3지대 정지작업에 나선다.

하지만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여론에 밀려 제3지대 구축의 정치적 동력이 살아나지 않으면 당에 남을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이 경우 안희정 충남지사 등 50대 주자를 띄우는 후견인 역할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김 전 대표는 안 지사에 대해 “제일 건전하고, 건강한 후보”라고 긍정 평가하고 있다. 안 지사 역시 김 전 대표를 염두에 둔 듯 ‘내각을 통할하고, 내치에 전념하는’ 실세 총리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가 지난 16일 국회 의원회관을 나서며 최근 현안에 대한 취재진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오대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