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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차가운 머리, 따뜻한 가슴의 정치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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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차가운 머리, 따뜻한 가슴의 정치가 아쉽다

입력
2015.06.29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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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여당 내 친박(親朴)ㆍ비박(非朴)계의 팽팽하던 대결이 기우뚱하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29일 오후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유 원내대표 문제를 논의했으나 분명한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다만 김무성 대표나 유 원내대표는 한 걸음 더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김 대표는 “당 대표로서 어떤 경우든 파국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고, 유 원내대표는 “잘 경청했고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 원내대표의 진퇴는 최종적으로 의원총회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원칙에 공감했던 김 대표가 “의원총회 소집에 이견이 있었다”고 밝힌 데 비추어 유 원내대표에게 결단의 십자가가 지워졌다는 뜻으로 읽힌다. 친박계 맏형 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이 “유 원내대표의 대승적 결단이 있을 것”이라는 말의 울림도 길다.

노골적 밀어내기 공세에도 ‘현 위치 고수(固守)’를 다짐하던 유 원내대표의 동요는 어딘가 안쓰럽다. 당내 갈등과 대결이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가능성을 드러낸 것과 무관하기 어렵다. 비박 재선의원 20명은 이날 김용태 의원을 중심으로 긴급회동, 유 원내대표의 입지가 더 흔들리도록 좌시해선 안 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의총 결과를 무색하게 하면서 원내대표 사퇴를 주장해 당내 분란을 확산하고 있다”고 친박 비난에 나섰다. 정두언 의원처럼 야당보다도 거칠게 박근 혜 대통령을 비난하고 나선 예도 있었다.

애초에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와 친박계가 보란 듯이 퇴진 압박에 나설 수 있었던 것도 일종의 자해공갈처럼 보인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장 공천과 안정적 당선에 의원들의 관심이 쏠린 마당에 당의 분열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의원 개개인의 정치 생명이 걸린 문제여서 어떤 정치 명분이나 원칙보다 우선적으로 고려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분열 가능성에 위협을 느끼는 것은 친박 또한 마찬가지지만, 현재의 당내 열세와 비박 지도부가 공천을 주도하게 마련인 상황에 비추어 상대적 위험부담이 작았던 셈이다. ‘솔로몬의 재판’을 떠올리게 한다.

아직 최종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이 대목에서 벌써 우리는 강퍅한 정치현실에 고개를 가로젓는다. 유 원내대표에 대한 박 대통령의 개인적 감정도 새삼스럽게 돌아보게 된다. 박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배신감을 느낄 이유야 있었겠지만, 어쩌면 청와대 관계자의 말처럼 “완충 역할을 할 사람이 없었다”는 게 발단일 수도 있다.

여하튼 박 대통령과 친박이 이번 정치투쟁을 승리로 이끌 가능성은 커졌다. 최고 정치지도자가 의원들이 뽑은 원내대표를 앞장서 몰아내는 이상한 모습도 머잖아 국민 뇌리에서 지워질지 모른다. 그러나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의 정치는커녕, 둘 다 잃어버린 정치는 누가 되살리겠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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