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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교육부, 사립대 회계부정 멍석 깔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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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교육부, 사립대 회계부정 멍석 깔아줬다

입력
2014.12.1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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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지출·공금유용 여부 등 회계법인 필수 감사 항목서 삭제

"운영비리 사실상 방조" 비판, 교육부"감사비용 높아져 조정"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연합뉴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연합뉴스

교육부가 사립대의 재정 비리를 감시한다는 취지로 지난 2003년 만든 ‘사학기관 감사시 중점 확인 항목’을 대폭 삭제하거나 내용을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사립대의 회계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이 재정 비리에 관련된 조항들을 의무적으로 파악해 교육부에 보고하도록 한 규정 등이 사라져 정부가 사립대의 회계 부정을 제도적으로 방조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5일 대학교육연구소(대교연)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달 26일 ‘사학기관 외부 회계 감사 유의사항’을 발표하며 회계법인이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회계 비리 조항인 ‘감사 중점 확인 항목’ 중 ▦학교법인 명의로 자금을 차입해 법인 임원 등의 개인사업 목적으로 사용 했는지 여부 ▦장학금 등 허위 지출 여부 또는 공사비 등을 과다 계상 했는지 여부 ▦공금을 유용하거나 개인용도로 사용했는지 여부 등 12개의 회계 부정 관련 조항을 삭제했다. 또 학교 법인이 법정부담금을 교비 회계로 떠 넘길 경우 이를 확인하는 조항도 없앴다.

이들 조항은 2003년 교육부가 마련한 ‘사립대 외부 감사 책무성 강화 방안’에 따라 만들어졌다. 당시 교육부 관계자는 “형식적인 감사 관행을 개선하고 회계 부정을 예방해 사학 재정의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강조했었다.

그러나 이런 조항에도 사립대의 회계 규정 위반은 끊이지 않았다. 숙명여대 학교법인인 숙명학원은 2012년 법인이 부담해야 하는 법정부담금 사학연금 23억원 중 2억7,000만원(11.7%)만 납부하고 나머지는 교비회계에 떠 넘겼다. 법정부담금은 고용주인 학교 법인이 교직원의 연금과 건강보험료 등으로 납부해야 하는 돈이다. 교비회계의 주 수입원은 등록금이어서 결국 법인이 내야 할 돈을 학생들이 대신 부담한 셈이다. 대교연에 따르면 2012년 숙명여대 외에 동서대(11.7%) 서강대(20.6%) 한국외대(23.2%) 등 13개 학교도 법정부담금 납부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회계법인의 부실 감사도 도마 위에 올랐다. 대교연이 지난해 12월 외부 감사를 받은 95개 대학들의 2012년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법정부담금 납부 규정을 지키지 않은 대학은 79개(83.2%)에 달했는데도 이들 대학 중 회계법인으로부터 지적 받은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분석 결과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을 준수하지 않은 대학은 84개(88.4%)였고, 법인이 부담해야 하는 법인 인건비를 교비회계로 떠넘긴 대학도 14개(14.7%)나 됐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회계법인이 감사할 사항이 많아지면서 학교법인이 회계법인에 지불하는 비용이 너무 높아졌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운영비리는 관련 조항이 없더라도 감사 시 살펴야 하는 것들이라 적정 수준으로 조항들을 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학교법인에 대한 회계법인의 부실 감사 논란에 대해서는 “회계법인이 감사를 적정하게 하고 있는 지를 검증하기 위해 ‘외부회계 감사에 대한 감리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담당 인력과 재정 부족 등으로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수연 대교연 연구원은 “사립대는 3년 주기로 교육부의 감사를 받는 국ㆍ공립대와 달리 필요한 경우에만 교육부의 종합감사를 받아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애초에 운영 비리가 회계법인의 감사로 드러나지 않아 의무 규정을 만든 것인데 이를 축소하는 것은 사립대 운영 비리를 사실상 방조하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사립대의 투명한 운영을 위해서는 회계법인이 확인해야 하는 내용을 2003년 수준으로 강화하고 회계법인의 책임과 의무도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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