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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호남의 지지 받지 못하면 정치 은퇴하겠다는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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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호남의 지지 받지 못하면 정치 은퇴하겠다는 문재인

입력
2016.04.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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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8일 광주를 방문해 “저에 대한 지지를 거두시겠다면 저는 미련 없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겠다. 대선에도 도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호남의 정신을 담지 못하는 야당 후보는 이미 그 자격을 상실한 것과 같다”면서 한 얘기다. 문 전 대표는 또 “저의 모든 과오를 짊어지겠지만 한 가지 가져갈 수 없는 짐이 있다”면서 “저에게 덧씌워진 호남 홀대, 호남 차별이라는 오해는 부디 거두어 달라. 제 인생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치욕이고 아픔”이라고도 했다.

문 전 대표의 이날 발언은 4ㆍ13총선에서 더민주가 호남의 지지를 받지 못해 패배한다면 정치를 그만 두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기왕에 나온 총선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더민주는 안철수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과의 호남지역 총선 경쟁에서 전반적으로 고전하고 있다. 특히 광주에서는 전패 위기에 몰렸다. 문 전 대표의 정치 은퇴, 대권 포기 선언은 등 돌린 호남 민심을 되돌려 호남 열세를 뒤집기 위한 승부수라 할 수 있다.

더민주에 대한 호남 민심의 이반은 문 전 대표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복합적이다. 호남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치른 지난 대선 패배 이후 문 전 대표와 더민주가 호남을 보듬으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이 호남 홀대, 차별이라는 정서로 나타났을 것이다. 문 전 대표는 “저와 당과 호남의 분열을 바라는 사람들의 거짓말”이라고 하지만 이러한 정서는 노무현 정부 때부터 생겨난 것이기도 하다. 대선 패배 이후 친노, 친문 패권주의가 오히려 강화돼 당이 사분오열을 면치 못했고, 결국 총선을 앞두고서는 분당사태로 이어졌다. 더민주 후보들이 호남에서 고전하는 데는 친노, 친문 중심의 더민주로는 정권교체 희망이 없다는 지역 민심의 집단적 판단이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

문 전 대표의 광주 발언이 호남 민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당장 알 수는 없다. 지금까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있다가 호남 판세가 다급해지자 광주를 찾아 “늦어서 죄송하다. 분이 풀릴 때까지 호되게 꾸짖어 달라”는 문 전 대표의 사과와 반성을 진정으로 받아들일지 의문이기도 하다. 더민주 수뇌부가 문 전 대표의 광주행이 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정도로 호남의 반문 정서는 강하다. 호남의 국민의당 지지 분위기는 이에 대한 반사이익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지금의 이 상황은 당 대표 시절 더민주의 구성원을 결속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호남 민심의 신뢰도 얻지 못한 문 전 대표가 책임을 져야 할 몫이다. 문 전 대표가 승부수를 던진 이상 자신의 말에 대한 신뢰가 지켜지는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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