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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엄마에게 평생 상처 해외입양, 마지막 선택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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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엄마에게 평생 상처 해외입양, 마지막 선택 돼야"

입력
2014.07.18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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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목사가 입양산업을 비판한 캐서린 조이스의 '구원과 밀매'를 소개하고 있다. 신상순선임기자ssshin@hk.co.kr
김도현 목사가 입양산업을 비판한 캐서린 조이스의 '구원과 밀매'를 소개하고 있다. 신상순선임기자ssshin@hk.co.kr

1993년 6월 스위스 라인강에서 당시 스물 세 살이었던 한국계 스위스 입양인 여성이 강물에 몸을 던졌다. 그녀는 “나는 친엄마를 보기 위해 길을 떠난다”는 유서를 남겼다. 그녀는 양부모의 친아들인 두 살 위 오빠에게 오랜 기간 성폭행을 당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스위스에서 목회자로 활동하던 김도현(60) 목사는 이 사건을 계기로 입양보다는 친가족이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사회가 지원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는 해외입양인을 위한 시민단체 뿌리의 집을 운영하며 싱글맘 지원 운동을 벌이고 있다. 입양은 불가피할 경우의 마지막 선택이어야 하며 아이는 가급적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한국으로 돌아온 2006년부터 입양의 날인 매년 5월11일 입양에 반대하는 토론회와 집회를 열기 시작했다. 2011년부터는 입양의 날에 ‘싱글맘의 날’ 행사를 열고 있다. 미혼모와 입양인의 목소리를 듣고, 싱글맘에 대한 사회의 지원을 촉구하는 자리다. 김 목사는 “입양은 이별, 결별에 기반해 제공되는 복지”라며 “입양으로 아이와 엄마 모두 일생 동안 깊은 상처를 안고 사는데 정부가 입양의 날을 만들어 ‘더 많은 아이들이 입양되도록 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건 잘못됐다”고 말했다. 입양이 완전히 사라질 순 없지만 양육, 위탁 등 미혼모의 여러 선택지 중에 입양, 특히 해외입양은 최후의 선택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이를 위해 “미혼모의 연령, 소득에 관계없이 월 45만원 정도의 양육비를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입양, 위탁, 시설 수용 등 친부모로부터 멀어질수록 아이에게 경제적 지원이 많아지는 현재의 왜곡된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월 45만원은 가정법원에서 산정한 아동 양육비의 최소 금액이다.

김 목사는 2012년 입양특례법 개정에 앞장서기도 했다. 이전까지는 민간 입양기관이 국가의 개입 없이 입양을 주선할 수 있었지만 이후에는 가정법원의 허가가 있어야 입양이 가능하도록 바꿨다. 이런 법 개정은 입양 절차를 까다롭게 해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버리는 미혼모가 늘어났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 목사는 “베이비박스건 입양이건 친부모로부터 버려지는 것은 아이 입장에서 똑같다”며 “입양인은 아무리 좋은 환경에서 자랐다고 하더라도 평생 자신의 친가족이 누군지, 모국은 왜 자신을 버렸는지, 끊임없이 혼란스러워하기 때문에 아동 인권 차원에서 봐도 입양은 공적인 영역에서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으로 입양됐다가 34년만인 지난해 친엄마를 찾은 수정(38)씨가 어머니 김정숙(59·가명)씨에게 보낸 편지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양부모님은 언제나 저를 많이 사랑해 주었고 많은 미국인 사촌과 이모, 삼촌들이 있지만 저는 항상 그 가족과 겉도는 느낌이었습니다. 입양되지 않고 한국에 있었어도 가족과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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